진옥동 신한 회장, 지주역사 두 번째 ‘60년대생’ 회장
회장부터 계열사CEO까지 1960년대생 전면 포진
과감한 세대교체, ‘리딩금융 유지’ 동력 될지 주목

취임식에 참석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사진. 신한금융.
취임식에 참석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사진. 신한금융.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신한금융그룹에 1960년대생 수장들이 전면에 나선 가운데, 대대적인 세대교체의 효과가 리딩금융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회장에 공식 취임한 진옥동 회장, 그리고 신한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정상혁 행장 모두 1960년대생이다. 국내 금융지주사 역사상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모두 1960년대생인 사례는 이번 신한은행이 처음이다.

특히, 진옥동 체제의 출범과 함께 진 회장과 호흡을 맞출 상당수 주요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또한 1960년대 중·후반 출생의 인사들이 전격 배치된 점도 눈길을 끈다.

금융업계에서는 세간의 예상을 깬 조용병 회장의 용퇴, 그리고 금융당국의 관치 압박 등으로 불거진 신한금융의 속도감 있는 세대교체가 경쟁력 강화와 리딩금융 입지의 공고화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조용병 전 회장에 바통을 이어받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신임 회장이 공식 취임한 가운데, 진 회장을 포함한 신한금융 주요 계열사 CEO들의 대다수가 1960년대생으로 배치돼 눈길을 끈다.

그간 금융지주사들은 소위 ‘세대교체’를 앞세워 CEO 교체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지주 회장부터 핵심 계열사인 은행장 그리고 이를 포함한 주요 자회사의 CEO가 한꺼번에 세대교체의 영향권에 들어온 것은 이번 신한금융의 사례가 처음이라는 것이 금융업계 내부의 공통된 시선이다.

지난 23일 진행된 신한금융 정기주주총회 현장. 사진. 신한금융.
지난 23일 진행된 신한금융 정기주주총회 현장. 사진. 신한금융.

‘주총 끝’, 닻 올린 진옥동 체제

당장 눈에 띄는 인사는 역시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신임 회장이다. 지난 23일 진행된 신한금융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진옥동 사내이사 선임안을 포함한 비상무이사, 사외이사 선임안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최대 이슈였던 진옥동 회장 선임 안건도 무리 없이 통과됐다. 특히, 정기주총을 앞두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자책임위)가 진옥동 당시 회장 내정자 사내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하기로 결정하며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대다수 주주의 찬성표를 등에 업고 무난히 회장직에 선임될 수 있었다.

특히, 진옥동 회장이 과거 일본 오사카지점, 일본 현지법인 SBJ은행 등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소위 ‘일본통’이라는 점이 유효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금융의 지분 60% 이상을 외국인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재일교포이기 때문이다.

이날 주총에서는 진옥동 회장 선임안뿐 아니라 정상혁 신임 신한은행장의 선임안도 통과됐다. 당초 신한은행장에 선임됐던 한용구 전 행장이 취임 한 달여 만에 갑작스럽게 건강상의 이유로 자진 사임하면서 핵심 계열사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정상혁 행장은 이미 어수선한 행 내 분위기를 수습하는 등 리더로서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이번 선임안 통화로 정상혁 신임 행장은 향후 2년간 신한은행을 이끌게 됐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는 기존 사외이사 8인(곽수근·배훈·성재호·이용국·이윤재·진현덕·최재붕·윤재원)의 유임과 김조설 신임 사외이사 임명 안건도 통과됐다. 이밖에 지난해 결산 기준 주당 865원의 현금 배당도 결의했다. 지난해 1~3분기를 포함한 연간 배당금은 2065원, 배당 성향은 23.54%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왼쪽)에게 바통을 넘겨준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신한금융.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왼쪽)에게 바통을 넘겨준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신한금융.

1960년대생 CEO ‘전진 배치’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가장 먼저 주총의 문을 연 신한금융은 이번 정기주총을 통해 사실상의 전면적인 세대교체를 선언했다. 진옥동 회장을 포함해 주요 계열사 CEO 대다수가 1960년대생으로 꾸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계열사 CEO 인사 과정에서 ‘세대교체’의 명목으로 1960년대생을 적극 선임해왔다. 하지만 금융지주사 회장부터 핵심 계열사 CEO까지 전부 1960년대생으로 채워진 사례는 이번 신한은행 인사가 처음이다.

실제로 진옥동 회장은 1961년생으로 올해 63세다. 현재 국내 5대 금융지주 가운데 1960년대생 회장은 진 회장이 유일하다. 특히, 역대 금융지주로 살펴봐도 1960년대생 회장은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NH농협금융 회장직을 역임한 손병환 전 회장 이후 이번 진옥동 회장이 두 번째다.

진 회장뿐 아니라 신한금융 주요 계열사 10곳 중 9곳의 CEO가 1960년대생이다. 1964년생인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필두로 △문동권 신한카드 대표(1968년)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1965년) △이영종 신한라이프 대표(1966년)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1964년) △김희송 신한자산운용 대제자산부문 대표(1967년)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대표(1964년) △이승수 신한자산신탁 대표(1967년) △배진수 신한AI 대표(1964년) 등 계열사 CEO진이 1960년대생으로 포진됐다.

특히 1년 연임에 성공한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이동현 대표의 경우, 1971년생으로 계열사 CEO 중 유일하게 1970년대생이었다.

특히 이 같은 대규모의 세대교체 인사는 진옥동 회장 체제 출범을 앞두고 시행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조용병 회장 체제에서 단행된 인사였지만 진옥동 당시 차기 회장과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면서, 사실상 진 회장 주도의 세대교체라는 것이 업계 내부의 정설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진옥동 회장 본인 역시 소위 ‘상고 신화’의 주인공으로서 능력 위주의 인사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진옥동 체제 출범에 맞춰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단행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신한금융지주.
사진. 신한금융지주.

당면 현안 해결에 ‘집중할 듯’

이번 세대교체는 앞서 언급했듯, 회장 선임 과정에서 적용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점에서 반발이나 후폭풍은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1960년대생이 전면 배치된 이번 인사가 결국 진옥동 회장의 경영 의지를 반증하는 것이니만큼, 산적한 현안을 얼마나 슬기롭게 대응하는지 또한 이번 인사의 성과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현재 신한금융의 당면과제는 실적 제고뿐 아니라 △비은행 경쟁력 강화 △내부통제 강화 △사회적 책임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이미 진옥동 회장 또한 취임사를 통해 이같은 주요 이슈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진 회장은 취임사에서 “사회적 기준보다 더 엄격한 도덕적 기준으로 서로를 지켜주는 강력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완성시켜 나가자”라며 “또 삶의 모든 영역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인비저블 금융(보이지 않는 금융) 구현을 통해 대한민국 금융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나가자”라고도 강조했다.

특히, 진옥동 회장은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뜻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진 회장은 “재무적 성과 경쟁에 치우치지 말고 우리 사회를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정성을 다해야 한다”며 “원칙을 지키며 금융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동시에 우리의 고객은 물론,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웃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넓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은행들의 이자 장사 논란에 대한 금융당국의 압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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