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 지난 2년여간 사실상 M&A ‘실종’
두둑한 실탄, ‘비(非)의 족쇄’ 털기 가능성 커
증권‧보험‧카드 중심 주요 금융지주사 참전할듯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 2022년 침묵했던 금융업계 내 인수합병(M&A) 시장이 새해 다시 불붙을 전망이 제기된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 현상’과 하반기 불어닥친 단기자금 시장 경색의 후폭풍으로 2년여 넘게 M&A에 다소 위축된 모습을 보였던 금융사들이 올해는 다시금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전략적 M&A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인한 역대급 실적 기록과 자본 건전성 확충 노력으로 주요 금융사들은 M&A에 필요한 실탄을 두둑이 장전했다. 여기에 지난해에도 소위 ‘비은행-비이자 ’부문의 개선에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 또한, M&A에 대한 갈증을 더욱 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금융업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월한 자금력을 보유한 금융지주사의 수장들 역시 신년사를 통해 M&A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낸 만큼 주요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M&A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사 중심의 금융권 M&A 시장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종료된 가운데,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M&A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불확실한 경제 상황의 여파로 M&A 시도 자체가 없다시피 했지만, 비은행 및 비이자 부문 경쟁력 제고를 위한 M&A에 대한 금융지주사 내부의 니즈는 여전한 만큼 올해는 다소 나아진 경제‧금융시장의 상황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물론,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금융 및 경제위기가 지속될 가능성은 높다”면서도 “주요 금융지주사 모두 계묘년 올해 경영전략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위기 속에 기회를 찾는 전략 마련’을 언급한 만큼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다소 다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코로나19‧경제위기에 위축된 M&A시장

사실 지난해, 금융업계 내부에서는 지난 2021년 단 한 건(신한금융의 BNP파리바 카디프 손해보험 지분 매입 건)에 그친 금융권 내 M&A시장이 전년 대비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보수적 관점에서의 리스크 관리, 이에 따른 자본 건전성 확충의 효과로 M&A에 필요한 실탄이 두둑이 장전된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비은행 부문 업종의 중소형 기업 대상 M&A 시도를 지속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지난해 역시 시장 내 굵직한 M&A는 많지 않았다. 물론 전년 대비로는 규모와 건수 측면에서 확대하긴 했지만, 이 역시 ‘활성화’를 논하기는 부족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데일리임팩트가 확인한 지난해 4대 금융지주 및 계열사의 M&A(경영권 인수·지분 인수 등) 건수는 신한금융의 신한EZ손해보험 출범을 포함해 6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추가 지분 인수를 통한 지배력 강화 차원의 M&A가 대부분이었을 뿐, 사실상 △금융포트폴리오 완성 △비은행 부문 강화 등 M&A의 본질에 부합하는 M&A는 사실상 전무했다는 게 업계 내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아무래도 불확실한 경기상황 및 비은행 부문의 알짜 매물의 부족 등이 전반적인 M&A시장 침체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라며 “특히, 애초 유력매물이었던 일부 증권사의 경우에는 전반적인 주식시장 침체로 시장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점 또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주요 금융사들은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올해 주요 금융사들은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멈춰선 M&A 열차, 올해는 달릴까

금융업계에서는 이처럼 지난 2021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멈춰버린 금융권 내 M&A열차가 올해는 다시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금융지주사들의 핵심 전략으로서 M&A 카드가 여전히 매력적인데다, 현실적으로도 ‘비은행 부문’에서의 수익포트폴리오 완성이 지주사 전반의 실적 제고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020년 한 해 동안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가 단행한 M&A 건수는 국내외 포함 총 7건이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2020년 8월)을 포함해 4건을 진행했고, 신한금융(네오플럭스·現 신한벤처투자)과 하나금융(더케이손해보험·現 하나손해보험), 우리금융(아주캐피탈)이 각각 1건의 M&A를 단행했다.

당시, 4대 금융지주사가 인수한 보험‧캐피탈사는 현재 각 지주사의 핵심 계열사로서 비은행 부문 실적 개선에 적잖은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금융지주사들의 M&A의지는 올해 공개된 각 지주사 회장들의 신년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4대 금융지주 회장 모두 한목소리로 비은행 및 비이자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M&A를 적극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 한 해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아 우리 업(業)의 영역을 더욱 확장시켜야 한다”며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한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業)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M&A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우리금융의 손태승 회장은 올해 비은행 M&A에 보다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손 회장은 “우선 올해 상반기에는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내실 경영에 힘을 쏟을 계획”이라며 “이후에는 그동안 우리금융의 숙제로 남아있던 증권, 보험, 벤처캐피탈 등 지난해 시장 불안에 보류해 온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확대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또한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올해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언급하며 M&A의 문을 닫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규제개혁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와 이복현 금감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규제개혁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가운데)와 이복현 금감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금산분리 규제 완화 여부에도 ‘주목’

이처럼 금융지주사들의 올해 경영전략에 비은행‧비이자 부문 강화를 위한 M&A가 포함되면서 올해는 지난 2년여와 달리 M&A 관련된 결과물이 속속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금융업계에서는 올해부터 본격화될 소위 정부와 금융당국 차원의 금융권 규제혁신 논의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규제혁신에 그동안 금융권이 염원해온 ‘금산분리’ 규정의 철폐 또는 완화 방안이 포함될 경우, 보다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 영역 확장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금산분리는 금융사의 소위 ‘부수업 확대’를 제한하는 핵심 규제다. 그동안 금융권, 특히 은행업계는 깐깐한 부수 업무 규정이 업계의 혁신 서비스 도입을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현행법상 은행은 은행업에 관련된 부수 업무만 할 수 있다. 현재 채무의 보증, 상호부금, 보호예수 지자체 금고 대행 등이 은행업 부수 업무로 규정돼있다. 쉽게 말해, 현시점에서 은행은 은행업과 관련 없는 사업에는 진출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논의를 기점으로 은행의 ‘비은행 부문’ 진출이 허용될 경우, 비이자 부문의 수익성 또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리브M), 신한은행의 배달앱 서비스(땡겨요) 등은 현재 규제샌드박스 차원에서 운영되는 대표적인 ‘비금융 사업’인데 이를 통해 유무형의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 각 금융사의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금산분리 규제 완화로 제2의 리브M, 제2의 땡겨요가 탄생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될 경우, 금융권 내 M&A는 규모와 분야의 측면에서 스케일이 더욱더 확대될 가능성도 매우 높아진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미 비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증권, 보험 등에서 알짜 매물이 속속 시장에 나오고 있다”라며 “여기에 금산분리 완화에 따른 영역의 파괴까지 가능해진다면 금융권 M&A의 판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