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넘어 금융권 전반에 적잖은 후폭풍 예고
CEO임기 종료 앞둔 금융사는 벌써부터 ‘관치 걱정’
관치금융 확산 가능성…경영 자율성 침해 우려도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 우리금융그룹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우리금융그룹의 차기 회장을 결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의 1차 회의가 끝난 지 이틀여가 지났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여전히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연임 포기가 가져올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손 회장 발 후폭풍이 단순히 우리금융이라는 특정 금융사의 CEO인사,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며 우리금융과 금융업계 나아가 향후 남은 현 정부 임기 내 ‘관치금융’의 확산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우리금융의 경우, 당장 새로운 선장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실적 제고와 완전민영화, 디지털 전환 등 해묵은 과제를 해결해온 손태승 회장이 자리를 떠나게 되면서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등의 과제는 오롯이 차기 회장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현 정부 임기 중 CEO 임기 종료가 예정된 주요 금융지주사 내부에선 향후 실제 인사 시점까지 우리금융과 마찬가지로 소위 ‘관치 인사’ 이슈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 또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현직 CEO들 또한 자칫 향후 인사를 고려해 다소 소극적이면서도 정부의 눈치를 보는 방식으로 경영을 꾀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우리금융 사태로 사실상 현실화한 금융당국의 ‘관치 흐름’이 금융사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금리, 인사 등 민감한 사안까지 적극 관여하기 시작한 당국의 관치 영역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에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연임을 스스로 포기한 가운데, 금융당국의 ‘관치’에 대한 금융권 내부의 우려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는 분위기가 포착된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The Great Move’ 라는 슬로건을 제시하며 그룹의 대도약, 대약진을 함께 이뤄가자고 당부하고 있다. 사진. 우리금융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The Great Move’ 라는 슬로건을 제시하며 그룹의 대도약, 대약진을 함께 이뤄가자고 당부하고 있다. 사진. 우리금융

내부 vs 외부, 우리금융 CEO인사 ‘스타트’

일단 이번 임추위의 결정으로, 우리금융은 당장 ‘포스트 손태승’ 체제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주사 전환 이후 우리금융의 초대 회장으로 임기를 시작한 손태승 회장이 그동안 실적 성장과 내부 안정, 여기에 오랜 숙원인 완전민영화까지 성공적으로 이끈 상황에서 손 회장의 유산을 효과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일지가 인사의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일단 업계에서는 이원덕 현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등 내부 인사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포함한 외부 인사 등이 롱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역시 관심사는 사실상의 ‘관치 흐름’의 여파로 손태승 회장이 물러난 상황에서, 이후 차기 회장 선정 과정에까지 관치의 손이 뻗칠지의 여부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앞서 언급한 ‘완전민영화’에서 볼 수 있듯, 금융사의 민영화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차기 회장에 내부 인사가 아닌 소위 외부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선임될 경우 만만치 않은 후폭풍도 예상된다.

당장 우리금융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01년 우리은행 공적자금 투입 이후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의 경영간섭'이라고 말했던 인물”이라며 “이런 인사가 우리금융 수장 자리를 노린다면 스스로 관치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앞서 진행된 IBK기업은행 CEO 인사에서 업계 내부의 우려와 달리 내부 인사(김성태 당시 전무)가 행장에 선임된 점을 들어 실제 관치 인사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우리금융의 주주총회 시점(3월 말)을 감안하면 늦어도 내달 중순에는 차기 회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라며 “당국의 뜻이 손 회장 용퇴라는 결과로 반영된 이상, 차기 회장 선정에까지 관치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CEO 인사 앞둔 금융사는 ‘좌불안석’

한편, 이번 손태승 회장의 용퇴를 바라보는 다른 금융지주사의 시선은 복잡미묘하다. 당장, 올해 연초 인사는 피했지만, 현 정부 임기 중 CEO 교체가 예정된 금융지주사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주요 경영진 인사에 지금과 같은 관치 기조가 반영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득한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연초까지 CEO가 교체된 금융지주사는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두 곳뿐이다. 앞서 언급한 우리금융뿐 아니라 신한금융도 조용병 현 회장이 ‘용퇴’의 방식으로 물러나며 진옥동 현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은 현 정부 임기 중 CEO인사가 예정돼있다. 당장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올해 11월 임기가 종료된다. KB금융의 경우 현재 허인‧이동철‧양종희의 ‘3인 부회장’ 체제가 다져진 만큼, 이들 중 차기 회장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소위 ‘친(親) 회장 체제’ 인사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언제든 외부 인사의 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경우, 아직 임기가 2년 넘게 남았다는 점에서 CEO인사 이슈와는 다소 떨어져 있는 분위기다. 특히 만 70세 이상은 회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하나금융의 내부 규범상, 올해 67세인 함영주 회장의 연임 관련 이슈는 발생 가능성이 작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금융지주의 회장 인사뿐 아니라 은행, 증권 등 주요 계열사 인사 과정에서도 금융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회장 인사와는 관계없이 당국 발 ‘관치 인사’ 우려는 현 정권 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관치 확산 ‘시발점’ 될까

무엇보다 금융업계 전반에서는 현 정부 초기부터 대두되온 금융당국의 관치 기조가 금융사 내부의 전략 곳곳에까지 드리울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인사에 이어 금융사의 고유한 경영의 영역이었던 ‘금리 체계’에 까지, 당국이 관여하는 등 관치 기조의 확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향후 이러한 관치 흐름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업계에 대한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의 쓴소리 발언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거세지고 있다.

특히, 취임 초 업계 관련 이슈에 중립적 입장을 유지해온 김주현 위원장 또한 최근 들어 “관료 출신 행장을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다(기업은행장 인사 관련)”, “라임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은 CEO인 손태승 회장에게 분명히 있다”라고 언급하는 등 관치금융 논란을 개의치 않는 듯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최근 일련의 금융‧경제부문의 위기가 해결되고,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경우 금융당국이 직접 개입할만한 이슈 또한 자연스레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이미 업계와 당국 간 갈등 국면이 구체화한 상황에서 이 같은 ‘어색한 동행’이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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