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발 예금 금리 규제…은행 자금유입 47조원→19조원 ‘감소’

수신이어 여신금리도 매주 점검, ‘자금조달 위축 가능성 대두’

은행권에선 “금리는 시장이 결정, 과도한 개입은 자제돼야” 촉구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기준금리 인상과 주식시장 침체, 그리고 경기 불확실성의 여파로 소위 안전자산을 찾아 자금이 이동하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러한 흐름이 연말부터 다소 약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자금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은행권의 유동성 문제가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린 데 이어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사의 금리 상승 추이를 주 단위 점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은 과도한 업계 내 예금금리 경쟁이 여신금리 인상과 제2금융권으로의 자금 유입을 막는다며 금리인상을 자제할 것을 은행권에 권고했다. 이러한 금리인상 자제의 여파로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지난 금통위에서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큰 폭의 인상 없이 정중동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은행권의 예금금리 인상 자제를 당부했던 금융당국이 이번에는 대출금리에도 추가 상승 요인이 적다는 이유로 사실상 인상 자제를 압박하면서 사실상 은행권의 자율성에 맡겨온 금리정책에도 관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러한 금융당국의 여·수신 금리 관여가 은행권의 자금조달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통상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리에 왜곡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0.25%p 금리를 올리며 기준금리가 3.25%까지 오른 가운데, 1년 가까이 지속되온 ‘역머니무브(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은행 예‧적금 등 안전자산으로 시중자금이 이동하는 현상)’이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준금리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기준금리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한 달새 수신잔액 30조원 증가

당초,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역머니무브 현상도 금리인상과 궤를 같이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최근 급등하는 여·수신 금리로 인한 부정적 여파를 의식한 금융당국이 사실상 은행권의 금리정책에 관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1년 넘게 지속돼온 은행권으로의 자금유입 기조가 다소 위축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기준금리 인상 이후 본격화된 역머니무브 현상은 올해 멈춤 없이 지속됐다. 앞서 언급했던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은행권 내 수신(예‧적금)금리, 특히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를 넘어서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은행으로 꾸준히 몰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정기 예·적금의 경우, 전월 대비 30조5000억원 증가하며 통계작성을 시작한 2001년 12월 이후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역대 가장 큰 증가폭은 지난달 기록한 34조1000억원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도 “이러한 정기예금으로의 자금 유입은 기준금리 그 이상으로 수신상품 금리도 오르면서 좀 더 많은 이자를 얻기 위한 ‘역 머니무브’ 기조에 따른 흐름으로 분석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 내부를 중심으로 이러한 흐름에 조금 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으로의 역 머니무브 흐름 자체가 뒤바뀐 것은 아니지만, 유입되는 규모가 이전 대비 감소했다는 이유에서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약화된 역머니무브, ‘이유는 금리규제?’

실제로 가장 많은 정기예금 잔액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1월 말 기준 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19조710억원 증가한 827조29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증가세는 연 4~5%대에 달하는 정기예금의 금리경쟁력 효과로 해석된다. 올해 초 기준 이들 예금 상품의 금리가 연 1%대 중반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도 채 안돼 3%p 이상 오른 셈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연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654조9360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1년 새 172조3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올해 증가폭 역시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의 연간 정기예금 증가분(40조5280억원)과 비교해도 4배 이상 많은 수치

반면, 일각에서는 이같은 전반적 흐름보다는 월별 추세를 더욱 주목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매달 지속적으로 증가 폭을 늘려온 정기예금이 지난달 소폭 감소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매월 증가 폭을 키워왔다. 지난 4월 기준, 1조1540억원이 증가했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8월 17조3715억원을 시작으로 증가 폭을 늘려왔다. 이후 9월(30조6840억원), 10월(47조7230억원)에도 두 달 연속 증가폭은 확대됐다.

하지만 11월 들어 전월 대비 증가폭이 반토막 나며 그간의 흐름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보였다. 특히 정기예금을 제외한 적금과 요구불예금의 경우 각각 6470여억원, 18조5686억원 수준 잔액이 감소했는데 이 역시 전월 대비 감소폭이 줄어든 수치다.

통상적으로 적금과 요구불예금에서 빠져나간 자금의 상당 비중은 정기예금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이같은 감소 폭 축소는 곧 정기예금으로의 유입자금이 감소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예대금리차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예대금리차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당국 발 금리규제에 은행권은 ‘한숨’

은행업계에서는 이러한 역머니무브 기조의 약화 움직임이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발표한 예금금리 인상 자제령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으로의 자금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대출금리의 인상 억제를 위한 예금금리 인상 억제를 권고한 이후,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는 사실상 동결됐다. 실제로 지난달 진행된 금통위에서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은행들은 예‧적금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과도한 예대금리차 논란에 기준금리 인상 결정 직후, 곧바로 예‧적금 금리 인상을 발표했던 최근 몇 달간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연 5% 금리를 지원했던 일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다시 4%대 후반으로 하락했다. 또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5%대 진입이 점쳐졌던 4%대 중후반 금리 지원 상품은 여전히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은 수신금리에 이어 여신(대출)금리까지 매주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금융사의 금리 정책에 사실상 직접 관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시중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상호금융 등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상승 추이를 점검하겠다고 밝히며 전방위적인 관여 의사를 밝혔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폭과 비교해 여·수신 금리 인상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이유에서인데 이러한 관여가 자칫 과도한 ‘개입’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은행권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인위적인 예금 금리의 상승 억제가 고금리를 쫓을 수밖에 없는 금융소비자들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은 은행권의 적잖은 고민일 수밖에 없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준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 예금상품으로의 자금 유입을 인위적으로 막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은행권의 자금조달 어려움도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당국의 과도한 금리 개입은 여수신을 활용한 유동성 확보를 저해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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