퀼컴 스냅드래곤 8 2세대 커스텀 버전 생산…기술력 진전

4나노 수율 안정화 국면…엔비디아 등 빅테크 유턴 전망

3나노 이하 미세공정서 지배력 확보…“터닝포인트 될 것“

퀄컴의 스냅드래곤8 2세대. 사진. 퀄컴.
퀄컴의 스냅드래곤8 2세대. 사진. 퀄컴.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의 최대 고객사인 퀼컴이 돌아왔다. 차세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물량 일부를 삼성전자에 맡긴 것. 

수율(생산품 중 합격품 비율) 문제로 TSMC로 갈아탔던 퀼컴이 삼성전자와 다시 손을 잡으면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이 전기를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폰아레나 등 외신은 정보유출가(팁스터)의 말을 인용해 퀼컴이 스냅드래곤 8 2세대 생산을 TSMC와 삼성전자에 발주했다고 전했다. 퀼컴은 원가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 성능 향상 등을 위해 차세대 스냅드래곤 칩 양산을 이원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는데, 그 일환으로 일반 버전과 성능이 개선된 커스텀 버전의 생산을 각각 다른 회사에 맡기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 TSMC가 일반, 삼성전자가 커스텀 버전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버전 모두 4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생산된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초 선보일 상반기 전략(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 AP 전량을 퀼컴으로부터 공수하기로 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퀼컴은 “글로벌 수준“이라는 이례적 표현까지 쓰면서 모든 갤럭시S23 AP로 채택됐음을 밝혔다. 

이에 삼성전자의 자체 AP 기술력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에 퀼컴이 사업상 협력관계를 의식해 무리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 주문을 넣었다는 해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퀼컴과 삼성전자의 관계를 생각할 때, 굉장히 배려가 없었다. 반대 입장이었으면 고객사와의 계약을 위반했다는 둥 문제를 삼았을 일“이라며 “퀼컴 입장에서도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이고 앞으로도 협력해야 하는 상대인 까닭에 전략적으로 AP를 나눠 맡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퀼컴이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퀼컴은 이미 AP 시장 강자이기에 점유율만큼, 품질 관리가 중요해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5나노 이하 공정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져 퀼컴이 돌아섰다는 것이다. 

퀼컴의 합류는 삼성전자에 의미가 깊다. 삼성전자의 주요 매출처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큰 손’인 데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촉매제가 됐기 때문이다. 퀼컴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는 TSMC에, 그보다 한 단계 낮은 제품은 삼성전자에 맡기곤 했다. 2020년 5세대(5G) 이동통신 모뎀칩 X60, 중저가 스마트폰용 AP칩인 스냅드래곤 4, 스냅드래곤 888 수주에 연거푸 성공하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고객사를 늘리며 존재감을 키웠다. 

하지만 퀄컴이 스냅드래곤 8 1세대를 삼성전자에 맡겼다가 이후 TSMC에 물량을 몰아주면서 수율 문제가 고개를 들었다. 그렇기에 퀼컴이 4나노 이하 수율과 미세공정 기술력에 합격점을 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공정이 미세화될수록 불량 원인을 찾기 어렵고 수율 안정화까지 시간이 급격히 늘어난다“면서 “최소 60% 이상의 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퀼컴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3분기 사업보고서를 통해 “4나노 2세대 제품의 안정적인 개발 수율과 5나노 제품의 성숙 수율을 확보하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선단 노드 투자, 신속한 램프업을 위한 멀티패스 구축, 수율 개선, 고객사 멀티벤더 전략 활용을 통해 선단 공정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퀼컴 유치는 이런 전략이 유효하다는 방증으로 엔비디아, IBM 등 대형 고객사가 삼성전자 파운드리행을 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점유율 외에 유의미한 변화도 기대된다.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다. 2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53.4%, 삼성전자 16.5%다. 두 회사의 격차가 3배 이상 난다. 삼성전자는 초격차 기술을 통해 TSMC룰 추격하겠다는 복안을 내놨지만, 좀처럼 실현되지 못했다. 

다만 TSMC가 3나노 공정을 적용하지 못한 데다, 삼성전자의 4나노 기술력을 향한 우려가 해소되면서 초미세공정에서 삼성전자가 시장 지배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3나노 그리고 GAA라는 신기술을 선제 적용함으로써 선단 노드 수요를 흡수하고, 경쟁사보다 빨리 기술을 안정화시킬 시간을 벌었다“며 “3나노에서 주도권을 쥔 삼성전자가 TSMC와 차이를 좁혀나갈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부터 3나노 공정 제품을 출하했다. 핀펫 대신 게이트올어라운드(GAA)가 세계 최초로 적용돼 성능과 전력 효율성이 향상됐다. 이에 3나노 주문량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선단공정 개발을 추진하는 한편, 파운드리 1위 추격을 위해 공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2024년 3나노 2세대를 시작으로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를 도입한다.  

투자 전략도 보다 진취적으로 변한다. 생산시설을 먼저 짓고 고객사를 확보하는 쉘 퍼스트, 수요에 맞춰 최적화된 반도체를 선보이는 테일러드 디자인로 대응력을 강화한다. DS 부문 내 시장 조사와 분석을 전담하는 리서치센터를 세워 파운드리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전방위적인 마케팅을 벌일 예정이다. 이와 관련, 심상필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3나노만큼은 중요한 파운드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2027년까지 고객사 수가 지금보다 5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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