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파운드리 점유율 격차, 37%에서 40.6%로 커져

삼성전자 0.9%p 감소…2년6개월 만에 15%대에 머물러

TSMC, 미국에 400억달러 추가 투자…애플 등 큰 손 확보

삼성전자, 선행기술 확보로 맞대응…고객사 유치 본격화

3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자료. 트렌드포스
3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자료. 트렌드포스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와 TSMC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다. 

TSMC는 대규모 미국 투자를 선언한 상황. 미국 정부가 반도체 공급망 재편 의지를 드러내는 가운데 미국 기업들도 TSMC 주문량을 늘릴 기세다. 설비투자 속도전에서 앞서 나가는 TSMC가 고객사마저 싹쓸이할 경우, 삼성전자와이 점유율 차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증가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분석 결과, 3분기 TSMC 매출은 201억63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11.1% 늘었다. 시장 점유율도 53.4%에서 56.1%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0.1% 줄어든 55억8400만달러에 그쳤다. 시장 점유율은 16.4%에서 15.5%로 감소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2년6개월 만에 15%대로 하락함에 따라, TSMC와의 격차는 2분기 37%에서 3분기 40.6%포인트로 커졌다. 삼성전자가 초미세 공정에서 TSMC를 앞서가고 고객사가 확대되는 등 파운드리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고 자신한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회다. 앞서 삼성전자는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첨단 공정 수율 개선과 성숙 공정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고 강조했다. 

트렌드포스는 두 기업 점유율이 커진 원인으로 애플 효과를 꼽았다. 아이폰14에 탑재되는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주문이 늘어나면서 TSMC의 매출이 성장했다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파운드리 고객사들이 재고 비축을 조정하거나 주문량을 대폭 줄였다“면서 “TSMC만 아이폰 신모델의 SoC 재고를 확보라려는 애플 덕분에 눈에 띄는 매출 상승세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를 방증하듯 전체 매출에서 7나노(㎚,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이하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4%나 됐다. 

현재로선 TSMC와의 간극이 좁히기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경기 침체, 소비 위축, 재고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4분기 파운드리 수요가 꺾일 가능성이 높아서다. 삼성전자도 고객사의 재고 조정으로 주문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TSMC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점쳐진다. 6나노와 7나노 주문은 예상보다 크게 하락하더라도 5나노 이하 선단공정 수요을 흡수해 3분기 수준의 수익성을 지킬 것이라는 게 트렌드포스의 분석이다. 

대만 TSMC 로고. 사진. TSMC 홈페이지
대만 TSMC 로고. 사진. TSMC 홈페이지

문제는 TSMC가 공격적으로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미 애플과 긴밀한 협력을 이어온 TSMC는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편승해 현지 빅테크 포섭에 들어갔다. 

TSMC는 6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공장 장비 반입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TSMC는 투자액을 대폭 늘려 추가로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밝혔다. 기존(120억달러)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400억달러를 들여 제2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제1공장은 내년 말부터 가동에 들어가고, 제2공장은 2026년부터 제품을 만들어낼 예정이다. 1공장은 4나노, 2공장은 3나노 공정 제품을 맡는다. TSMC는 1,2공장 합쳐 연간 웨이퍼 60만장을 생산, 언매출 40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TSMC는 5나노 이하 미세공정은 자국 생산을 고수해왔다. 해외 생산기지 운영 과정에서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해외, 그것도 미국에 처음으로 미세공정을 적용한 생산라인을 구축한 것은 미국 팹리스 기업들에 대한 러브콜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으로 옮겨놓겠다는 의중을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를 위해 관련법을 제정해 총 2800억달러 규모의 지원을 하기로 했다. 더 많은 공급망이 미국 내 구축되는 것에 맞춰 미국 기업들도 자국에서 생산된 반도체를 사겠노라고 나서기 시작했다. 정부의 공급망 재편에 동참할 수 있는 데다, 중국과 대만의 관계 악화같은 지정학적 변수가 발생하더라도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기반이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팀 쿡 애플 CEO는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반도체에 자랑스럽게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가 찍히게 됐다”며 ”TSMC 애리조나 공장에서 만든 반도체를 구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애플 외에도 엔비디아, AMD 등 미국의 큰 손들이 TSMC를 파트너로 낙점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TSMC가 대형 고객사 유치에 성공했다“며 “생산력이 곧 경쟁력이 되는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갖춘 TSMC가 미국 빅테크들의 주요 공급처로 자리를 굳힐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좌측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임원들이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좌측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임원들이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다만 일각에서는 TSMC가 미국 공략의 고삐를 쥐더라도 삼성전자에 불리한 상황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공급난 문제가 부상했을 때에도 고객사들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제공했기에, 지리적으로 가깝고 먼 건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제품을 선보인 삼성전자가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술력이 있는 곳으로 고객사가 움직이게 되는데, 3나노 이하에선 삼성전자가 TSMC에 앞서고 있다”며 ”케파 확장보다 3나노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빠르게 기술 고도화를 추진할 경우, 빅테크들도 삼성전자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먼저 첨단 공정기술을 선보여 주요 고객사를 불러들일 계획이다. 2025년에는 2나노, 2027년에는 1.4나노 공정을 도입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선행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적기에 생산력을 높일 수 있게 기반도 조성한다. 클린룸부터 건설해놓고 고객사 확보 등으로 수요가 발생하면 설비 투자를 본격화하는 쉘 퍼스트 방식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2027년에는 생산능력을 지금의 3배 이상으로 향상시킨다는 목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아직까지 3나노 수요가 없는 까닭에 유의미한 매출 성장으로 연결되진 않았다”면서 ”수율 안정, 마케팅 강화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부각시킨다면 3나노 이하 초미세공정에서 주도권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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