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파운드리 매출, 낸드 앞질서

메모리 수요 감소로 인한 착시 현상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 매출이 낸드플래시를 넘어섰다.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인 만큼, 이변이라 불릴 만한 사건이다. 

게다가 파운드리는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견인한 핵심 전력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집중적으로 육성 중인 미래 사업이다. 파운드리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삼성전자가 특출나게 매출을 올렸다기 보단, 낸드 업황 둔화를 역설적으로 보여줬다는 것이다. 메모리 비중을 낮추지 않는 한 이 같은 착시 현상은 앞으로 되풀이될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구조를 조속히 바꿔야 한다는 진단이다.  

1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은 55억8400만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낸드 매출은 43억달에 그쳤다.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가 독립한 뒤 낸드를 역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용 회장은 파운드리를 기반으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혀왔다. 이에 파운드리에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해왔다. 특히 TSMC가 지닌 규모의 경제에 대응하기 위해 미세 공정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ASML에 지분 투자를 한 데 이어 이 회장이 네덜란드로 날아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를 위해 뛰기도 했다. 

올해 들어서는 핵심 임원을 대거 교체했다. 지난 6월 송재혁 플래시 개발실장(부사장)을 반도체연구소장으로 임명했다. 남석우 DS 부문 최고안전책임자(CSO) 및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부사장)은 파운드리제조기술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홍식 메모리제조기술센터 부사장도 파운드리기술혁신팀장으로 선임됐다. 이들 외에 교체된 인원은 30여명 수준, 인사 시즌이 아닌 시기 수십명의 인원이 자리를 이동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에 부사장급이 포함돼 이례적인 이벤트로 보이지만, 팀을 이동하거나 업무 분장이 바뀌는 등의 이유로 매월 2번 가량 인사가 이뤄진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파운드리 사업을 맡게 된 임원들은 메모리반도체를 담당했던 인물들이다. 반도체 초격차 신화를 만들었던 메모리반도체의 성공방식을 파운드리에 이식시켜 사업을 쇄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논란으로 곤혹스러운 입장이었다. 4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의 1m) 공정 수율을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탓에 대형 고객사들의 이탈이 이어진다는 증권업계의 리포트가 잇따랐다.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22에 탑재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가 수율 문제로 유럽 모델에만 탑재되자 위기론은 증폭됐다. 시스템반도체 연구와 설계, 생산에 이르는 모든 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삼성전자는 대대적인 경영진단을 벌이고 주요 인력을 교체하는 한편, 위기 관리 조직까지 신설했다. 

때문에 3분기 파운드리의 선전은 쇄신의 성과로 풀이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 6개월여만에 남석우 부사장과 송재혁 소장이 승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남석우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숭진,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 제조담당을 맡았다. 반도체 초격차 확보의 적임자로서 인정받은 셈이다. 송재혁 반도체연구소장도 사장단 합류와 함께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임명됐다. 반도체 전제품의 선단공정 개발을 주도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반도체 업계의 해석은 다르다. 낸드 매출 급감으로 파운드리 성장세가 두드러졌다고 지적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파운드리가 꾸준히 성장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낸드 사업이 얼마나 부진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구조를 개편해야 할 필요성을 재확인시켰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는 IT 기기에 탑재되는 메모리반도체로 변동성이 크다. 규격에 따라 생산되는 기성품인 까닭에 스마트폰, PC같은 제품 판매량이 줄어들면 낸드 생산량도 감소한다. 더욱이 3강 구도가 자리잡은 D램과 달리 낸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등 다수의 업체가 시장 점유율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자연히 고객사를 빼앗기 위한 가격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반면 파운드리는 맞춤형 제품이다. 고객사로부터 미리 주문을 받은 뒤 생산에 들어간다. 경기 흐름을 덜 타는 셈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사물인터넷(IoT)와 같은 첨단 기술이 광범위하게 적용됨에 따라 제품 또는 서비스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주문하려는 고객사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2022년 1321억달러에서 2025년 1512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수요 위축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반도체가 탑재되는 소비재들이 팔리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 3분기 삼성전자 낸드 매출은 전분기 대비 28.1% 감소했다. 이에 반해 파운드리 매출은 전분기와 비교해 0.1% 줄어드는 데 그쳤다. 

트렌드포스의 분석은 삼성전자가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이 파운드리, 나아가 시스템반도체임을 상기시켜준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TSMC와 동일한 전략을 구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3분기 TSMC 매출은 전분기 대비 11.1% 증가했다. 이 시기 삼성전자 매출은 0.1% 줄었다. TSMC( 56.1%)와 삼성전자(15.5%)의 점유율 격차는 40.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부터 3나노(㎚,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 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TSMC의 3나노 계획이 밀리면서 초미세 공정에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쥘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그럼에도 TSMC 매출이 늘었다는 건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의 미세 공정 기술력보다 TSMC의 안정적인 생산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

더욱이 TSMC는 공격적으로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만 추가로 400억달러 투자를 확정지었다. 미국 빅테크들은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에 편승해 미국산 칩을 우선 쓰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투자 규모에서나 고객사와의 관계에서 삼성전자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고 볼 순 없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취해애 할 전략은 ‘삼성다움‘의 회복이다. 초격차 기술을 먼저 내놓고 이를 빠르게 안정화 시켜 고객사의 신뢰를 높이는 전략이 요구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위상을 높인 건 초격차 전략 때문”이라며 ”4나노에 대한 불안이 쉽사리 걷히지 않았고, 3나노 역시 수율이 불안정한 것으로 안다. 고객사 입장에선 공급 안정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니즈를 충족시켜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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