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반도체기업 그로크와 파트너십 체결
테일러 공장서 2025년부터 양산…수주 물꼬
4나노 수율 안정화…첨단 공정 기술력 확인

삼성전자가 2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27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3'에서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장 첫 수주에 성공했다. 미국의 인공지능(AI)칩 고객사를 확보한 것. 

특히 삼성전자는 해당 칩을 4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할 예정인 만큼, 첨단 공정의 수율 논란을 잠재울 전망이다. 

16일 미국 AI 반도체기업인 그로크는 차세대 AI 칩 생산을 위해 삼성전자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4나노 기반 AI 가속기 칩을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칩은 2025년부터 테일러 공장에서 양산될 예정이다. 고객사가 테일러 파운드리 생산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조나단 로스 그로크 최고경영자(CEO)는 "최고의 AI 성능을 가능하게 할 삼성전자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사용해 그로크의 발전을 이뤄나가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코 치사리 삼성전자 SSIC 센터장(부사장)도 "그로크와 협력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기술이 AI 반도체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최첨단 공정은 국내에서 운용해왔다. 인력과 기술 유출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AI, 고성능 컴퓨팅(HPC)과 같은 요구가 커지고 있고, 특히 빅테크가 몰려 있는 미국에서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미국에 짓는 테일러 파운드리에 4나노 공정을 적용하기로 했다. 올해 말 완공 후 내년 하반기부터 테일러 파운드리를 양산에 돌입하는데, 고객사를 확보해야 미국 시장 공략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5나노 이하 첨단 공정을 운용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 TSMC 두 곳 뿐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4나노 수율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면서 주요 고객사를 TSMC에 빼앗긴 터다. 이에 경계현 사장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7월에는 SNS를 통해 "내년 말이면 테일러 공장에서서 4나노 양산 제품의 출하가 시작되는데, 미국 주요 고객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이곳에서 생산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를 통해 삼성전자가 4나노 수율 논란을 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로크의 위상 때문이다. 그로크는 구글 엔지니어 출신들이 2016년 창업한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다. 텐스토렌트, 세레브라스 등과 함께 AI 반도체 분야에서 유망기업으로 꼽힌다. 그로크와의 협력은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을 인지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은 상당히 안정적인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는 "4나노 2세대 제품은 안정적인 수율을 기반으로 양산 중이며, 3세대 제품의 4분기 양산 목표 달성이 전망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고객의 성공이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전제 아래 팹리스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공정 설계 지원 키트(PDK) 솔루션을 제공해 설계 정확도와 효율성이 향상될 수 있게 했다. 또 멀티프로젝트 웨이퍼(MPW) 서비스를 지난해보다 10% 늘려 팹리스의 시제품 제작을 도왔다.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모바일과 전장향 고성능 시스템온칩(SoC) 등의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4나노 수율 안정화는 이러한 전략에 힘을 실어줘 '큰 손'들을 끌어들이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욱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 4나노 수율을 75% 이상으로 예상한다. 수율 개선으로 퀄컴과 엔비디아가 삼성 파운드리를 통해 최신 고성능 칩을 위탁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TSMC와의 고객 쟁탈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인데, 인력 부족으로 인해 가동 시점을 2025년으로 연기했다. 공급망 다변화를 원하는 4나노 고객사를 다수 확보할 경우, 삼성전자와 TSMC 간 격차도 줄어드는 것은 물론 3나노 이하 최선단 공정에서 삼성전자의 지배력이 공고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기술 신뢰도에 대해 회의적인 빅테크들이 삼성전자행을 택할 수 있어서다. 

올 1분기 시장 점유율은 TSMC 60.1%, 삼성전자 12.4%다. 지난해 4분기 42.7%포인트였던 양사의 격차는 3개월 만에 47.7%로 더 벌어졌다. 3나노 이하 파운드리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를 잘 활용한다면 양사의 차이는 급격히 좁혀들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3나노 이하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올해 84억5000만달러에서 2026년 381억8000만달러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전체 파운드리 내에서 3나노 이하 비중이 8%에서 24.4%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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