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경영 강화…수원사업장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방문
MZ세대와 소통…차기 전략제품 보고받고 간담회까지
삼성전자 임직원 50%가 MZ…뉴삼성 위한 인사 혁신 전망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복권 후 현장을 챙기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에는 MZ세대들과 만났다. MZ세대 직원들로부터 차기 전략제품에 대해 보고받고 가감 없는 대화를 나눴다.
26일 이 부회장은 경기도 수원사업장을 찾아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의 전략제품과 서비스를 점검했다. 세계적인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TV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 전 세계 1위 TV제조사인 삼성전자 역시 2분기 VD사업부가 수익을 내지 못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신제품 준비 현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수원사업장을 찾았다.
눈길을 끈 것은 이 부회장이 만난 대상이다. 종전에는 사업부장 등 주요 경영진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했지만, 이날은 MZ세대 직원들이 설명을 맡았다. 제품·서비스 기획, 플랫폼·소프트웨어(SW) 개발, 디자인 등 개발을 담당했던 직원들은 마이크로 LED, 네오 QLED, 퀀텀닷(Q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등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차기 제품의 특징과 콘셉트를 이 부회장에게 직접 소개하고 시연했다. 이 부회장이 전략 제품·서비스와 관련해 임원 등 경영진이 아닌 젊은 직원으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뒤이어 이 부회장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DX부문 MZ세대 직원과 간담회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영상디스플레이(VD), 모바일(MX), 생활가전, 네트워크사업부, 빅데이터센터 등에서 제품·서비스 개발, 마케팅, 영업 등을 맡고 있는 직원들이 참석했다.
직원들은 MZ세대의 관심사와 고민, MZ세대가 느끼는 삼성의 이미지, 미래 신사업 아이디어, 혁신적 조직문화 확산 방안, 경력 개발 로드맵, 회사 생활 애로사항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 부회장도 입고 있던 자켓을 벗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이 부회장은 “부회장님 만나고 가려고 오늘 휴가인데 왔다”는 직원과 ‘인증샷’을 찍고 여름휴가 등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거리감을 좁혔다. “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없느냐” “얼마나 아팠느냐”고 건강을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 이 부회장은 “나도 아직 (코로나에) 안 걸렸는데 언제 걸릴지...”라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또 여름휴가에 대한 소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여름휴가를 제대로 보냈다”며 “5박 6일간 평생 처음 어머니랑 단둘이 휴가 보냈는데, 어머니 추천으로 드라마 시청도 했다”고 전했다. “어머니랑 안 싸우셨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부회장은 웃으면서 “안 싸웠다. 하루는 방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어머니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의 애정 어린 잔소리를 전했다. 그는 “제가 맥주를 좋아해서 맥주 많이 마시지 마라, 비타민 많이 먹어라 하신다”며 “(그래서) 비타민 C를 복용한다”고 했다.
‘직접 소통할 기회를 점차 늘려나가겠다’던 약속대로, 이 부회장은 경영 복귀 이후 직원들과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과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19일 화성캠퍼스 간담회 당시 “출근 전 아내에게 ‘이재용 부회장과 단독사진을 찍어오겠다’고 큰 소리쳤다”고 말한 직원에게 ‘아내와 영상통화를 하자’고 제안하는가 하면, 사업장에서 만난 직원들의 ‘인증샷’ 요청에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례적으로 MZ세대와 소통하고자 하루를 할애하면서 이 부회장이 뉴삼성을 위해 차세대 리더들을 적극 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유럽출장 귀국길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할 일은 조직이 예측할 수 있는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의 혁신은 사람에 있다는 의미로, 조직문화를 더 역동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점쳐졌다. 때문에 이 부회장이 MZ세대를 별도로 챙긴 것은 이들을 전진 배치시켜 뉴삼성 성장 동력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다. 실제 삼성전자 임직원의 절반 가량이 MZ세대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제품과 서비스를 물론, 조직문화에 MZ세대의 DNA를 이식해 첨단 테크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더 많이 파는 것’에서 나아가 ‘더 매력적인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쇄신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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