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승진…이재용 시대 본격화

선대와 차별화 위해 질적 성장에 무게 실을 듯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11월 디자인 전략회의에서 미래 디자인 비전과 추진 방향 등을 점검한 뒤 서빙 등이 가능한 로봇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11월 디자인 전략회의에서 미래 디자인 비전과 추진 방향 등을 점검한 뒤 서빙 등이 가능한 로봇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도전은 위기 속에서 더 빛납니다. 위기를 딛고 미래를 활짝 열어가도록 합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0년 11월 디자인 전략회의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은 부친인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장례 후 첫 공식일정이었다. 차기 총수의 관심사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세간의 시선은 이 회장의 발걸음에 꽂혔다.

메모리반도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생활가전 등 다양한 추측이 나왔지만, 그가 택한 곳은 디자인 전략회의였다.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기술 발달로 기기 간 연결성이 확대되고, 제품과 서비스의 융·복합화가 강화됨에 따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디자인 역량을 제고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러한 이 회장의 메시지는 사업에 녹아들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대중화를 목표로 기술력 강화와 생태계 확장을 꾀하고 있다. 

27일 10년 만에 이재용 회장이 새 직함을 달면서 재계 안팎의 관심은 ‘뉴삼성’ 비전에 쏠리고 있다. 삼성을 이끌면서 그가 내놓은 메시지들이 실행전략으로 구체화 됐기 때문에, 뉴삼성 관련 화두를 던진 뒤 계열사별 중장기 계획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 부당합병 및 회계 부정 의혹 공판을 마치고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고만 했을 뿐, 말을 아꼈다. 이날 오전 승진 소식과 함께 사내게시판에 공유한 글에서도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라며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이 목표라고 했다. 때문에 이 회장의 ‘뉴삼성’이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에 대해 여러 시각이 있다. 

일단 이 회장은 선대의 정신을 계승하되 자신의 색을 점차 분명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 연속성을 부각시킬 때 후계 정당성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인재 제일, 기술 중시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회장도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강조했다. 초격차와 고도화라는 투트랙을 통해 사업 전략부터 조직문화까지 재정비할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팹리스형 시스템반도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차세대 통신, AI, 바이오, 배터리, 전장 등 이 회장이 낙점한 동력들은 기술 리더십 이상의 혁신을 요구한다. 기술 전환 속도가 빨라졌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어서다. 선단 기술을 확보하는 데에서 나아가 이를 최적화하고 한 단계 향상시킬 전문 인력을 갖춰야, 산업계 변화 속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경영 방침이 공격적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역량 있는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직접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 속에서도 핵심 인재를 수혈하기 위해 공들였다. AI 석학인 승현준 프린스턴대 교수가 삼성리서치 소장을 승낙한 데에는 이 회장의 힘이 컸다. 

동시에 인수·합병(M&A)를 촉매제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삼성의 경쟁사들은 공격적 M&A를 통해 테크기업으로 진화 중이다. LG는 ZKW 인수 이후 전장을 중심으로 계열사들의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초거대AI 개발 속도를 올리고 있다. SK 역시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를 기반으로 전략 투자와 M&A를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뒤 로봇을 넘어 IT기술 주도권과 직결되는 소프트웨어로 손을 뻗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것들은 방법론일 뿐이다. 뉴삼성은 이재용의 시대를 관통하는 방향성이기 때문에 이 회장이 강조해 온 표현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과거와의 결별’ 그리고 ‘사랑받는 기업’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왔다. 조부의 사업보국, 부친의 신경영과는 다른 방식으로 삼성을 이끌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무게의 추를 옮기고 글로벌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반도체 생태계 확장, 준법 경영 강화, 창업 생태계 지원, 순수 과학기술 육성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때문에 이 회장이 ‘오너 경영인’으로서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되 권한을 분배해 조직의 전문성을 높여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의 이사회 복귀에 맞춰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해 장기적으로 대내외 대응력을 높이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대국민사과를 통해 “삼성전자는 기업의 규모로 보나 IT업의 특성으로 보나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데일리임팩트에 “삼성전자가 경영제체 등을 보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출 것”이라며 “책임경영을 강조했다는 점, 이 회장이 준법 경영에 대한 의지를 밝힌 점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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