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삼성SDS 잠실캠퍼스 방문…사업 현황 점검 및 중장기 전략 논의

복권 이후 나흘에 한 번꼴로 현장행…비주력 계열사 챙기며 광폭 행보

실무급 직원들과 스킨십 강화…경영 공백 메우며 그룹 구심점 역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찾았다. 이 부회장이 임직원들과 인증샷을 찍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찾았다. 이 부회장이 임직원들과 인증샷을 찍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또다시 현장으로 항했다. 

이번에 찾은 곳은 삼성SDS 잠실캠퍼스로, 이 부회장이 이 곳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여성 직원들과 만나 간담회를 갖고, 주요 경영진과 경영전략을 논의했다. 삼성SDS가 주력 계열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이 그룹 임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하는 계열사를 먼저 챙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속도를 올려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30일 이 부회장은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위치한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방문했다. 그는 황성우 삼성SDS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회의를 갖고, 사업 현황을 보고 받는 한편, 중장기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방문은 미래 전략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전 세계 IT서비스와 소프트웨어 인재 채용 트렌드, 물류 사업 현황 등을 챙겼는데, 특히 디지털 트윈과 메타버스 시장에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사물의 물리적인 특징을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기술로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가상현실·증강현실·센서·데이터처리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이 복합적으로 활용된다. 회사의 기술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삼성은 이 같은 기술을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이 없었다. 선행연구개발 조직인 삼성리서치에서 메타버스 연구를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않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신사업 태스크포스(TF)를 직접 챙기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메타버스 관련 제품을 조만간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실제 삼성은 메타버스 시장 공략을 선언하고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한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 당시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최적의 메타버스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최적화된 메타버스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혁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래 성장 잠재력이 크고 디스플레이의 극한 성능이 요구되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메타버스 시장을 리딩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은 고정석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과 만나 올해 상사부문 경영 전망과 미래사업 준비 현황을 점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삼성SDS 잠실캠퍼스를 찾았다. 구내식당을 찾은 이 부회장의 모습. 사진. 삼성전자. 

한편, 이 부회장의 현장경영을 놓고 재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복권 이후 나흘에 한 번꼴로 사업장을 방문하며 임직원 소통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어서다. 사업장마다 공식 간담회는 물론, 직원들 사이에 껴서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흔쾌히 함께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총수로서의 권위보다 친밀감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직접 대화에 나선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는 평이 나온다. 비주력 계열사 소속이거나 실무급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는 MZ세대 직원들로부터 차기 전략제품 보고를 받고 간담회를 가졌다. “평생 처음으로 어머니랑 단 둘이 휴가를 보냈는데, 어머니 추전으로 드라마 시청도 했다“ 같은 일상적 이야기를 공유했다. 

이날 워킹맘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과정에서의 고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생활의 변화, 최근 관심사, 회사의 육아제도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갔다. 특히 이 부회장은 1992년생부터 1980년생까지 3040 여성 직원들에게는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직원이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다. 

직원들과 거리감을 좁히려는 액션도 이뤄졌다. 워킹맘 직원의 아이에게 “삼성SDS라는 회사에서 정말 중요하고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가 좋아지는 일을 열심히 하신다“는 영상메세지를 남기는가 하면, 직원의 부모님을 위한 장문의 글을 썼다. 

때문에 이 부회장이 인사 혁신에 앞서 여성과 MZ세대 등 회사에 바라는 요구조건이 확실한 이들과 만나 달라진 풍토를 살피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은 인재 경영을 강조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일례로 고(故)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1993년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여성 공채를 도입했고, 1995년부터 여성에게도 지역전문가와 주재원 파견 기회를 보장했다. 지난 2020년 이 부회장의 지시로 모성보호 인력 전면 재택근무 실시, 육아휴직 확대, 임신 휴직 및 난임 휴가 실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같은 인사제도 개선도 이뤄졌다. 

하지만 제도와 별개로 삼성의 조직문화는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편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복지와 급여 수준에도 젊은 층의 이탈이 두드러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테크기업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는 삼성으로선 이러한 이탈 현상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장기간 경영 공백으로 시장에서 위기론에 대두되는 등 내부 사기까지 떨어졌다. 이에 이 부회장이 스킨십을 늘려 내부 결속을 다지는 구심점으로 역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11월 있을 삼성의 인사와 연계한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임원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합한 데 이어 직급별 승진연합과 승격 포인트를 없앴다. 이 부회장은 실리콘밸리식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드러낸 만큼, 뉴삼성을 목표로 인적 쇄신의 방향성을 타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삼성은 앞으로 5년 간 8만명의 신규 인원을 채용할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 등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더욱이 이재용 부회장이 생각하는 뉴삼성은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조직이기에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신사업 추진, 컨트롤타워 설립,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등 향후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면 임직원들의 강력한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 부회장이 당분간 국내외 사업장을 돌면서 유대감을 강화하고 공감대를 넓히는 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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