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략협의회 시작…주요 사업별 경영 전략 점검

사업 경쟁력 하락…국내외 경제 상황 악화에 위기감 증대

품질 논란 등으로 스마트폰·TV·가전 등 프리미엄 전략 제동

연일 신저가 경신…시장 지배력-브랜드 충성도 강화 모색할 듯

14일 서울 서초 삼성 딜라이트샵에 갤럭시S22 시리즈가 전시돼 있다. 사진. 최문정 기자
14일 서울 서초 삼성 딜라이트샵에 갤럭시S22 시리즈가 전시돼 있다. 사진. 최문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가 ‘5만 전자’의 악몽을 끝낼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21일부터 ‘점검의 시간’을 갖는다. 

이재용 부회장이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상황이다. 이에 회사 내부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전날 사장단이 8시간에 걸친 마라톤회의를 연 데 이어 국내외 주요 임원들이 모여 주요 사업 전략을 재점검에 들어갔다. 사실상 비상경영에 돌입한 삼성전자가 도출할 해법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비상하다. 

이날 삼성전자는 글로벌 전략협의회를 시작했다. 포문을 여는 것은 DX 부문이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를 시작으로 22일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23일 생활가전사업부(DA)가 경영회의를 갖는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은 27일부터 사흘 간 회의를 연다. 국내외 사업을 담당하는 임원 24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모여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전략을 논의한다. 

삼성전자는 2018년을 끝으로 상·하반기 전략협의회를 연 1회로 통합하고, 12월에 연 단위 경영 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바꿨다. 이마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부터는 온라인으로 대체됐고, 규모도 축소됐다. 2020년과 2021년 글로벌 경영협의회는 3~4일에 걸쳐 압축적으로 진행됐다. 경영 불확실성에 대응하려면 민첩한 의사결정이 먼저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대규모 회의를 재개한 것은 위기감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삼성전자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실적과 주가가 반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올해 심상치 않다. 1분기까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음에도 주가는 반대로 하락세다. 지난해 말 8만원대였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0% 넘게 빠졌다. 이날도 삼성전자는 신저가를 경신했다. 전날 대비 0.34% 떨어진 5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사들의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 SK증권, 현대차증권, DB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등이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조정하면서 7만원대까지 낮아졌다. 

주가 부진은 삼성전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SK, LG, 현대차 등 다른 기업들도 주가 부양을 고민 중이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악화된 결과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급망 교란으로 원자재와 물류 가격이 불안정한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주요지역 봉쇄령 같은 변수가 발생하면서 물가 상승을 부채질 했다. 

반면 실적을 방어할 유인책은 요원하다.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각 국이 기준 금리 인상을 서두르고 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각종 제품과 서비스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경기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은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부진은 경영 변수 외의 요인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사업 경쟁력 약화다. 특히 반도체 실적을 보완해주던 ‘효자’ 스마트폰 사업은 불안하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반도체 사업은 업황의 영향을 받는 까닭에 실적 충격을 완화할 장치가 필요하다”며 “스마트폰 사업부터 점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2019년 7%에 달했던 애플과의 격차는 지난해 1%대까지 확 좁혀졌다. 브랜드 충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점유율이 3%포인트 하락하면서 17%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애플이 60%를 가져간 것과 대조적이다. 그만큼 브랜드 선호도가 낮아졌다는 의미다. 

올해 상황은 더 악화됐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됐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3500만대 줄어든 13억5700만대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도 올 초 3억대 이상으로 잡았던 목표치를 2억7000만대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시각이 우세하다. 갤럭시S22 시리즈의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 GPS 오류 등이 연달아 터져 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지고 브랜드 가치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사업의 위기는 DX사업부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게 문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IT사업과 TV·생활가전을 통합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스마트워치·태블릿·노트북·무선이어폰·TV·생활가전을 하나의 생태계로 편입시켜 판매량을 함께 늘리기 위해서였다. 스마트폰 판매가 줄면 ‘갤럭시 생태계’로 소비자를 묶어두려던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 

TV와 생활가전에서의 프리미엄 전략이 통할지도 미지수다. 삼성전자의 시장 내 영향력이 줄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의하면, 20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2019년 50.2%에서 지난해 39.3%로 하락했다. 게다가 올해 TV 출하량이 2억1200만대로 감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차별화가 시급하다. 경쟁사들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제품 출시를 본격화하며 수익원 다각화를 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올해 역시 QD-OLED 대신 프리미엄 액정표시장치(LCD)에 집중하고 있다.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이 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비스포크 홈 2022 글로벌 행사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이 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비스포크 홈 2022 글로벌 행사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이번 회의에서 수익성 강화와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해 구체적 실행전략을 짤 전망이다. 공급망 관리, 재고 수준 조정, 운영 효율성 강화 등을 통해 경영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스포크, 갤럭시Z 시리즈 등 신제품 판매량을 끌어올릴 방안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간거래(B2B) 확대, 온라인 채널 활성화 등 수익원을 다각화할 수 있는 방안도 다뤄질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초격차’ 강화와 관련, 브랜딩 전략을 새롭게 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시장의 변화를 체감하는 실무역들이 함께하는 회의인 만큼, 지역별 수요를 파고드는 맞춤형 마케팅에 대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위상과 수익성을 동시에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이 나오는 만큼, 필승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품질 관리 역량을 높이는 외에도 보다 정교한 타깃팅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싱스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건 갤럭시 제품군 판매 확대와 무관치 않다”면서 “관련 서비스를 꾸준히 업그레이드해 충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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