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지주 중 가장 많은 상생금융, 소비자 금융도 제고
은행장‧사외이사 등 주요 인사도 타사 대비 광폭 행보
전임 회장 재임 시 갈등 재현 우려…현 기조 유지될 듯

서울 영등포구 소재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개점식에 참석한 임종룡 회장. 사진. 우리금융.
서울 영등포구 소재 우리은행 영등포 시니어플러스 영업점 개점식에 참석한 임종룡 회장. 사진. 우리금융.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금융과 금융당국간 오랜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은행장 선정 프로세스, 상생금융 지원, 사외이사 교체 등 임 회장 취임 전후 전개된 일련의 프로세스가 사실상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은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각종 취약 차주 지원 금융정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거나 사외이사‧경영진 인사 또한 사실상 금융당국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적극 따라가는 등 금융당국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왼쪽부터) 이원덕 우리은행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고객 대표 4명,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영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우리금융.
(왼쪽부터) 이원덕 우리은행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고객 대표 4명,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영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우리금융.

‘통 큰 지원’ 단행한 우리금융

최근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나란히 ‘상생금융’정책을 발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방문 전후로 공개된 상생금융 정책을 두고 일각에선 사실상의 ‘상생 압박’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취약 차주들의 이자 경감, 상환 유예 등 실질적인 금융 지원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평가절하하는 것은 다소 무리란 의견도 나온다.

4대 금융지주는 이번 상생금융 정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및 신용대출 금리 인하, 서민 대상 긴급대출 등 세부 사항을 공개했다. 특히 서민들의 이자 부담 경감에 초점을 맞춘 이번 조치를 통해 연간 약 4000억원 상당의 이자가 줄어들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상생금융 정책 발표가 4대 금융지주 간 경쟁 구도로까지 전개된 상황에서 가장 큰 이목을 사로잡은 곳은 다름 아닌 우리금융그룹이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이번 상생금융을 포함, 올해 가장 큰 규모의 금융지원을 예고하고 있다. 실질적인 이자 감면뿐 아니라, 금리 부문에서도 가장 큰 폭의 인하를 결정하며 상생금융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이번 상생금융 정책을 통해 연간 2050억원 가량의 이자를 지원한다. 이는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지원이다. 우리금융을 제외한 금융지주사들은 대부분 1800억~1900억원 대의 금융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우리금융이 가장 중점을 둔 차주는 개인고객들이다. 이번 상생금융 지원을 통해 개인고객들을 대상으로 약 1270억원 가량의 이자를 감면해준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취약계층 대상 감면 규모 대비 최대 9배 많은 수준이다.

금리도 대폭 낮췄다. 그간 예대금리차 논란 등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꾸준히 대출 금리를 인하해온 가운데, 이번 상생금융 조치에도 금리 인하는 빠지지 않았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한 곳 역시 우리금융이다. 우리금융은 이번 조치를 통해 가계대출(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신용대출)에서 금리를 최대 0.7%p(주담대 기준)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전세대출과 신용대출 또한 0.6%p, 0.5%p 낮출 방침인데, 이는 타사 인하 폭(0.3~0.5%p‧신한 및 KB 기준)보다도 큰 수준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특히 이번 우리금융의 상생금융 정책이 고령층 특화 점포인 ‘시니어플러스’ 개소와 맞물려 공개됐다는 점 또한 주목해볼 만하다”라며 “실질적 금융지원뿐 아니라 최근 불거지고 있는 취약계층의 금융접근성 문제도 돌아본다는 차원에서 상생금융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그룹 9대 회장 취임식에서 임종룡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우리금융.
우리금융그룹 9대 회장 취임식에서 임종룡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우리금융.

‘거수기‧코드 인사’ 배격 행보도

 

최근 단행된 인사에서도 금융당국이 그간 강조해온 투명성과 다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원덕 우리은행장 후임을 결정하기 위해 최근 가동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이 대표적. 그동안 우리금융은 자회사 CEO 선정을 자추위(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사실상 일임했다. 은행장 후보를 정하고 선임하는 과정 모두 오롯이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된 자추위 내부의 결정에 맡겨지다 보니 소위 ‘회장 코드 인사’ 등의 문제도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 또한 임 회장 선임 이후 처음 가동됐는데 투명성과 객관성 그리고 전문성을 인사의 최우선 고려 대상으로 삼겠다는 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도 업계는 보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은행장 선임 절차가 그룹 경영승계 프로그램의 첫걸음인 만큼, 자추위 내부 논의만으로 은행장을 선임했던 그동안의 절차와 달리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마련해 객관적이고 다각적인 검증 절차를 밟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일단 이러한 경영진 대상 인선 기조를 지주사 내 인사 전반으로까지 확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임 회장 또한 최근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을 언급하며 “외부 전문가를 동원해 평가하는 이번 조치는 사실상 회장이 (행장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내려놓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추후 다른 직책으로까지 해당 시스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우리금융은 기존 7명으로 운영되던 사외이사진을 6명으로 줄였고 임기 종료를 앞둔 4명의 이사 중 1명을 제외한 3인이 모두 물러나면서 기존 사외이사진 가운데 70%를 교체했다.

 

자료. 우리금융.
자료. 우리금융.

任, 당국과의 갈등 고리 ‘끊어낼까’

업계는 '임종룡 체제' 출범 이후 우리금융이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행보가 그간 해묵은 숙제 중 하나였던 금융당국과의 오래된 갈등 고리를 끊는데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금융그룹과 금융당국은 일촉즉발의 첨예한 갈등 양상을 빚어왔다. 구체적으로 우리금융은 전임 회장 재임 시절 사모펀드 이슈와 이에 따른 CEO 중징계를 놓고 금융당국과 소송전을 전개하는 등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인사 시즌과 맞물려 논란이 된 CEO 연임 이슈는 우리금융을 넘어 금융업계 전반으로까지 확산됐고, 일부 CEO가 교체된 금융사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관치 금융 이슈에 휩싸였다.

업계 내부에선 우리금융이 임 회장 체제하에서 그간 이어진 당국과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움직임에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통 큰 지원’과 마찬가지로 추후 당국이 추진하는 상생 정책에 적극 동참하거나 자체적인 금융지원 확대도 예상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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