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1년 새 6%이상 급감, ATM등 접점 감소세 뚜렷
무인점포 등 '대안 점포' 또한 대안으로는 역부족 지적도
접점 감소에 채용도 미진…채용 축소 기조 지속될 듯

국내 5대 은행 사옥/사진=각 사 제공
국내 5대 은행 사옥/사진=각 사 제공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고금리의 여파로 지난 몇 년간, 분기‧연간 기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해 온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정작 금융소비자를 위한 접근성 제고 노력에는 날이 갈수록 소홀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대면‧디지털 금융의 확산을 도모하기 위한 조직 슬림화에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은행과 소비자의 전통적 접점인 영업 점포의 감소세는 몇 년 새 두드러지게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의 ‘사회적 책무’ 중 하나로 거론돼온 일자리 창출 노력 또한 아쉽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특히, 대면 접점 감소에 대응하고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겠다며 언급해 온 소위 ‘대안 점포’ 또한 영업점 감소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 논란 또한 제기된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비대면‧디지털 금융 활성화, 그리고 효율적 조직 운영을 목적으로 최근 몇 년간 지속돼 온 영업점‧인력 감축 속도가 여전히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브레이크 없는 영업점 감축, 그리고 소극적인 신규 일자리 창출 기조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실질적인 억제 효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는 모습 또한 포착된다.

디자인=김민영 기자.
디자인=김민영 기자.

‘고객 접점’ 감소에 속도 내는 은행권

실제로 은행업계는 영업점 감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디지털 활용 빈도수 증가에 따른 ‘비대면 채널 이용 증가’ 추세가 그 근거인데, 문제는 날이 갈수록 감소 폭과 속도 역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금융정보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의 영업점 수는 2886곳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이 857곳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722곳), 우리은행(713곳), 하나은행(594곳)이 뒤를 이었다.

불과 6개월 전인 지난해 6월,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 개수가 2960곳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반년 사이 74개의 점포가 문을 닫은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영업점 감축 추세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2월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수는 3079곳으로 전년 동월(3033곳) 대비 약 1.5%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감소 폭은 6.3%로 불과 2년 새, 약 4배 이상이나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무인점포 개수는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간 시중은행들은 대면 영업점의 통폐합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비자 접점 감소를 상쇄하려는 방안으로 다양한 대안 점포를 제시한 바 있다.

무인점포는 가장 대표적인 대안 점포 중 하나다. 기존 영업점과 비슷하지만, 직원이 근무하지 않고 스마트텔러머신(STM) 등 화상 단말기를 비치, 고객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이 운영 중인 무인점포는 총 3060곳이다. 이는 지난 2021년 말(3044곳) 보다 불과 16곳 늘어난 수준인데, 같은 기간 영업점 감소수(193개)와 비교하면 큰 차이다.

더구나 지난해 상반기(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무인점포수는 3040개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앞서 언급한 지난 2021년 말 무인점포수(3044곳) 대비 오히려 4곳 감소한 수치다.

점포와 함께 또 다른 접점 중 하나인 ATM(자동화기기)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이 운영 중인 ATM 숫자는 1만6843개다. 이는 비대면‧디지털 금융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지난 2020년 말(1만9539개) 대비 2796개 줄어든 숫자다.

이같은 영업점 감소세는 국내 전체 은행업권으로 범위를 넓혀봐도 동일하게 관측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권 전체 점포수는 약 5800개로 전년 대비 약 290여 곳 가량 줄었다. 전년 감소수(300여 곳)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세 자릿수의 감소 폭은 유지됐다.

효심 영업점 ‘동소문시니어플러스영업점’ 내부 전경. /사진=우리은행.
효심 영업점 ‘동소문시니어플러스영업점’ 내부 전경. /사진=우리은행.

디지털‧비대면 강화에 줄어드는 인력

이처럼 영업점 감소폭 못지않게 주목되는 부분이 바로 인력 감축이다. 디지털‧비대면 활성화와 업무 효율성 증대를 위해서는 비대해진 조직을 슬림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같은 인력 감축의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이같은 조직 슬림화에 기존 인력의 뿐 아니라 신규 인력의 채용 감소의 여파도 적지 않았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실제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신입직원 채용 수는 총 1662명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019년(2301명) 대비 28% 가량 감소했다.

이러한 신입직원의 감소세는 코로나19를 전후로 더욱 두드러지게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7년 2153명을 시작으로 △2018년(3121명) △2019년(2301명)을 기록했던 신규 채용 규모는 지난 2020년에는 1077명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반토막났다.

물론 이듬해인 2021년 1248명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신규 채용 수가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는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일단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은 올해 최소 1500명 이상의 신규 채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상반기 각각 250여명 규모의 신규 채용 계획을 밝힌 데 이어 다른 은행들 또한 신규 채용 계획을 준비 또는 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현장. / 사진=금융위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현장. / 사진=금융위

다만, 은행업계 전반의 채용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급격히 늘어난 채용 계획이 사실상 금융당국 압박의 여파라는 분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다소 사그라들 경우, 채용 규모 또한 다시 감소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특히 앞서 언급한 신규 채용의 경우에도 엄밀히 따지면 ‘신입 채용’보다는 ‘일반 채용’에 무게추가 쏠려있단 점도 주목해 볼 부분이다.

은행권에 요구되는 사회적 책무의 일환 중 하나가 바로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신입 공채’인데, 최근 채용은 대부분 디지털 부문의 경력 또는 수시 채용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최근 은행권 내 기조를 감안하면 과거처럼 채용을 늘려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며 “영업점 감소와 맞물려 인력 감축 또한 소비자 접점을 위축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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