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 구도' 속, 분위기 쇄신 필요성도 대두
지속되는 '관치' 논란...외부 영향력이 변수

사진. 우리금융그룹.
사진. 우리금융그룹.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우리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직을 놓고 사실상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2파전 양상이 굳어진 가운데, 그간의 예상대로 ‘내부 인사’가 우세할 것이란 전망과 거세지는 외풍의 영향이 맞서면서 결론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거론하며 임 전 위원장을 사실상 지지하면서 분위기가 ‘외부 인사’ 쪽으로 기울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외부 인사의 회장 선임이 나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감지되는 등, 한쪽으로 쏠린 듯했던 구도가 임추위 일정 막바지를 앞두고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막판 면접과 최종 선택을 앞둔 임추위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왼쪽)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오른쪽). 사진. DB
이원덕 우리은행장(왼쪽)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오른쪽). 사진. DB

이원덕 vs 임종룡 구도에 '무게'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총 4명의 회장 후보자를 선정한 우리금융지주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가 오늘 후보자 대상 심층면접을 진행한다.

현재 공개된 숏리스트에 따르면 우리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는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등 내부출신 후보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 외부출신 후보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임추위는 오늘 진행되는 심층면접, 오는 3일 열리는 추가면접 이후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큰 변수가 없다면 추가면접이 이뤄지는 3일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우리금융 측의 설명이다.

4명의 후보 모두 차기 회장으로서 이미 능력 검증을 마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이미 이번 차기 회장 경쟁이 이원덕 현 우리은행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2파전 양상으로 좁혀졌다고 분석한다.

다만, 두 사람 중 누구에게로 차기 회장의 무게추가 기울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애초, 업계에서는 우리은행 최고재무관리자(CFO), 우리금융지주 전략 담당 부문장 등을 거치며 내부 신망이 두터운 이원덕 행장의 회장 선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특히, 손태승 회장 또한 우리금융지주 출범 이후 지난해 처음 신설된 사장직에 이원덕 행장을 앉히며 두터운 신뢰를 보여주기도 했다는 점 또한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조금씩 바뀌는 흐름이 포착된다. 최근 수년간 불거진 우리금융발 내부통제 이슈의 해결, 이에 따른 대(對)고객 신뢰도 회복을 위해서는 신뢰감 있는 외부 인사가 회장으로 영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관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주요 금융당국의 수장들 또한 손태승 회장의 용퇴 나아가 외부인사 영입의 불가피성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볼 부분이다.

이원덕 우리은행장. 사진. 우리은행
이원덕 우리은행장. 사진. 우리은행

내부대세론 vs 분위기쇄신론

실제로 데일리임팩트가 만난 일부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임종룡 전 위원장의 회장 취임에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언급한다. 능력있는 외부 인사에 대한 긍정적 기류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기류 변화 가능성의 배경에는 몇 년간 이어진 우리금융 내 내부통제 이슈가 자리잡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중징계와 이에 대한 행정소송이 계속되어 왔다는 점에서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은 2020년 1월 금감원의 DLF제재심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내부통제 리스크’에 휘말렸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은행의 한 내부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물론 이원덕 행장에 대한 내부 신망이 두터운 건 사실이지만, 지난 몇 년간 회장의 징계와 소송이 반복되면서 내부에서도 일부 불만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차라리 외부 인사가 회장에 부임해 분위기 쇄신에 나서는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직장인 비공개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우리금융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익명투표에 따르면, 투표 참가자 10명 중 8명이 임종룡 전 위원장을 지지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에 대해 우리금융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당연히 직원들도 각자의 생각에 따라 지지하고 선호하는 후보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선호하는 후보를 선택하는 인기 투표는 누구나 진행하고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사진. DB.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사진. DB.

외부인사 지지하는 정부‧금융당국?

임종룡 선임 가능성을 높이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외부 변수다. 사실 금융노조를 포함한 사측의 반대에도 임종룡 전 위원장을 포함한 외부인사 선임 가능성이 대두된 데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소위 ‘관치’ 흐름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주요 금융당국의 수장들은 앞다퉈 우리금융의 지배구조, 사실상 회장 인사 과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이미 이복현 금감원장이 “회장 후보자 숏리스트가 어떤 기준과 경로로 작성됐는지, 일주일 만에 결정되는 과정에서 평가에 필요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걱정이 있다”고 말한 데 이어 김주현 금융위원장 또한 “주인이 없는 조직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어떻게 선임하는 게 맞는지 질문할 수 있다”며 최근 인사 과정의 합리성‧투명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특히 지난 30일 진행된 금융위 업무보고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 또한 “은행은 국방보다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특정 기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우리금융을 염두에 둔 발언일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우리금융에 여전히 정부 지분이 남아있는 점, 공적 역할을 일정 부분 기대할 수 있는 민간 금융사의 필요성을 들어 금융당국이 임종룡 전 위원장을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과거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주요 현안에 비교적 능숙하게 대처하며 실력을 입증받았다”라며 “여기에 흔히 관료 출신에게 씌워진 선입견에서 벗어나 원만한 성품에 두루두루 친화력도 좋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출신이 다른(한일은행‧상업은행) 경영진이 섞여 있다 보면 아무래도 인사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며 “그런 부분을 치유하기에는 외부 인사가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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