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은행장 롱리스트 공개, ‘영업력 강점’ 갖춘 인사들
각종 영업력 지표서 타 지주‧은행대비 강점 보여와
‘증권사M&A’ 등 비은행 강화와 투트랙 전략 활용할 듯

우리금융그룹 9대 회장 취임식에서 임종룡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우리금융.
우리금융그룹 9대 회장 취임식에서 임종룡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우리금융.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체제의 본격 가동과 더불어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군이 공개된 가운데, 차기 행장 선임의 핵심 기준이 ‘영업력 강화 역량’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이미 임종룡 회장은 취임 전후 단행된 인사, 그리고 취임 일성을 통해 자회사의 영업력 강화를 당면 과제로 삼은 바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주사 실적의 9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의 영업 경쟁력이 곧 지주사 전반 실적 제고 여부를 가늠할 열쇠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앞서 공개된 차기 우리은행장 롱리스트(1차 후보군) 중에서도 영업력 강화 부문의 적임자가 숏리스트 나아가 최종 후보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최근 몇 년간 손태승 전 회장 체제에서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순익 성장률을 보여온 바 있다. 이 같은 흐름을 인지하고 있을 임종룡 회장 또한, 증권사 M&A를 통한 비은행 부문 강화와 더불어 영업력 강화를 통한 은행 실적 제고를 성장 동력으로 삼는 ‘투 트랙 전략’을 가져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신임 회장 공식 취임과 함께 이원덕 행장의 뒤를 잇는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핵심 계열사인 만큼 CEO공백이 적잖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회장 선임과 더불어 차기 행장 1차 후보군을 공개하며 속도감 있는 인사를 예고하고 나섰다.

사진. 우리은행.
사진. 우리은행.

‘두 달간 오디션’ 차기행장 선임 착수

앞서 언급했듯, 우리금융그룹은 임종룡 회장 취임에 맞춰 사의를 표명한 이원덕 우리은행장의 후임 선정을 위한 첫 자추위(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 행장 선임 절차에도 본격 돌입했다.

이번 자추위가 공개한 차기 은행장 후보군은 △이석태 국내영업부문장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장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 △조병규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등 4명이다.

자추위는 이번 은행장 선임 절차가 그룹 경영승계프로그램의 첫걸음인 만큼, 자추위 내부 논의만으로 은행장을 선임했던 그동안의 절차와 달리 ‘은행장 선정프로그램’을 마련해 객관적이고 다각적인 검증 절차를 밟기로 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큰 틀에서 조직 쇄신을 위한 ‘세대 교체형’ 리더를 선임하되, ‘자회사는 영업 중심’이라는 임 회장의 경영방침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며 “영업력을 갖춘 은행장이 선임되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 현직에 있는 그룹 내 주요 보직자를 후보군으로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 4명 후보는 추후 △전문가 심층 인터뷰 △임원 재임 기간 중 평판 조회(다면평가) △업무역량 평가 △자추위 최종 심층면접 및 경영계획 PT 등 4단계 검증 과정을 거친다.

현재 주요 보직을 수행하고 있는 4명의 후보자는 현 직무를 수행하면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에 의해 평가받는다. 5월 말경 자추위에서 은행장이 최종적으로 선임될 예정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번에 새로 도입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 시행 경험을 토대로 앞으로 회장, 은행장, 임원 등 경영진 선발을 위한 경영승계프로그램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새로운 기업문화 정립의 하나의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회장 선임 이후 자진 사임한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 사진. 우리은행.
임종룡 회장 선임 이후 자진 사임한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 사진. 우리은행.

공개된 롱리스트, ‘영업통 눈에 띄네’

일단 금융업계에서는 이번 차기 우리은행장 롱리스트가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춘 결정으로 평가한다. 취임 전, 쇄신 키워드를 앞세운 대규모 조직개편과 인사 물갈이를 단행한 임종룡 회장이 우리은행만큼은 내부 출신 인사 발탁을 통한 ‘안정론’에 무게를 실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차기 행장 후보 발표 전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차기 행장 후보군 하마평에 올랐다. 그간 은행장 인사에서 후보로 언급됐던 박화재 사업지원총괄 사장, 전상욱 미래성장총괄 사장, 또 꾸준히 우리은행장 유력 후보로 거론돼온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등이 이번에도 거론됐다.

특히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영업력 부문에서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임종룡 회장은 취임 전 단행한 조직개편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개편 키워드로 ‘영업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에 영업력에 강점을 지닌 인물을 행장에 선임, 은행 및 지주사 실적 제고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실제 공개된 숏리스트에는 그간 거론된 후보군은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차기 행장 1차 후보군 또한 영업력 부문에 뚜렷한 강점을 지닌 인물들이라는 것이 업계 내외부의 공통된 평가다.

이석태 후보는 우리은행 영업총괄그룹 집행부행장을 역임한 또 한 명의 영업통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특히 현재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 겸 개인그룹장(부행장)으로서 은행 전반의 영업을 이끌고 있다.

또 강신국 후보는 투자은행(IB)과 기업금융, 박완식 후보는 영업 집행 부행장보 등을 역임하며 각 부문의 영업력 제고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우리금융캐피탈 대표에 선임된 조병규 후보 또한 영업력 강화의 적임자로 불린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처음 도입된 은행장 선정 프로그램에서도 ‘영업력 강화 역량’이 차기 행장 과정에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료. 우리금융.
자료. 우리금융.

영업력 강화에 ‘방점 찍나’

이처럼 임종룡 회장이 우리은행, 나아가 계열사의 영업력 강화를 인사 및 조직개편 전면에 내세운 것을 두고 업계에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우리은행으로의 실적 쏠림 현상과 비은행 계열사 부재의 아쉬운 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전략으로 ‘지주사는 전략, 계열사는 영업력’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내세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우리금융의 영업력은 타 금융지주사 대비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왔다. 영업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에서 경쟁사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약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일리임팩트가 확인한 국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충당금적립전영업이익(이하 충전이익) 합계는 25조8900억원에 달했다. 충전이익이란, 은행의 핵심 이익인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합계에서 일반 판매관리비를 제외한 금액을 일컫는다. 일회성 자금‧충당금 등 요소를 제외한 수치라는 점에서 금융사의 실질적인 영업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가장 많은 충전이익을 거둔 곳은 약 7조4700억원을 기록한 KB금융이다. 이어 신한금융이 7조1900억원, 하나금융이 5조9000억원을 기록했고 우리금융은 5조3300억원으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우리금융이 단순 순위에서는 가장 아래에 머물렀지만, 충전이익 성장세는 타 지주사를 압도했다. 우리금융의 전년 대비 충전이익 증가율은 26.5%를 기록했는데 이는 하나금융(19.9%), KB금융(18.9%), 신한금융(3.5%)을 포함해 유일한 ‘20%대 성장률’이었다.

이밖에 핵심 계열사인 은행 실적 또한 단순 수치에서는 4대 시중은행 중에서 가장 작았지만, 전년 대비 성장률로는 2년 연속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소위 ‘리딩뱅크’를 앞서기도 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이 같은 실적 제고가 기업금융을 포함한 영업력 강화에 기반한 성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임 회장 또한 ‘비은행 M&A’와 더불어 영업력 제고를 지주사 전반의 경쟁력 강화의 ‘투트랙 전략’으로 내세울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향후 두 달여간의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각 후보군이 그간 보여준 영업 쪽 경쟁력이 중요한 평가의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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