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이자익에 ‘최대 400%’ 성과급 잔치
희망퇴직 조건 확대에 ‘칼바람 퇴직’은 옛말
영업시간 축소‧금리 인하 난색에 소비자는 울상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본격화된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실적 개선 행진이 지난해에도 지속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러한 실적 제고 흐름이 금융업계의 ‘역대급 돈 잔치’로 이어졌다는 부정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수십조원 규모의 이자 이익을 거둔 금융사들은 이미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300~400%에 달하는 역대급 성과급을 지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당초 ‘칼바람’과 같은 부정적 수식어가 따라왔던 은행권의 희망퇴직 또한 조건이 대폭 확대되면서 ‘제2의 인생’을 위한 파이어족을 위한 ‘합리적 선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처럼 금융사들이 역대급 돈 잔치에는 적극 나서면서도 정작 금융소비자들이 원하고 있는 영업점 운영시간 정상화 등의 조치에는 소극적으로 대하고 있다며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에도 또 한번 역대급 실적 기록을 달성했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연간 수십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이자 수익을 ‘성과급’ 또는 ‘희망퇴직 조건 확대’에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불거진 소위 ‘이자 장사’ 논란 이슈가 예대금리차 축소 등의 조치로 다소 잠잠해진 상황에서 이같은 성과급‧희망퇴직 지원 등의 조치가 해당 이슈를 다시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역대급 실적에 성과급도 ‘두둑’

최근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핵심 계열사인 은행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에 따른 성과급 책정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 및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의 지속, 여기에 단기자금 시장 위축 등 불황 속에서도 반사이익 효과를 등에 업고 역대급 실적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3년 만에 지난해 ‘리딩뱅크’ 자리 탈환이 유력한 신한은행은 기본급의 361%를 성과급으로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61%p 오른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우선 기본급의 300%는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61%는 우리사주(신한지주 주식)로 제공할 방침이다.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KB국민은행의 경우, 기본급의 280%를 성과급으로 책정했다. 성과급 자체는 지난 2021년(300%)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성과급과 별개로 340만원 상당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할 예정이라 실제 수령 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NH농협은행은 지난해보다 50%p 오른 기본급의 400%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현재 성과급 기준을 포함한 임금협상을 준비 또는 진행 중인데 타사의 사례를 고려할 때 지난해보다 성과급 규모는 다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하나은행은 기본급의 300%, 우리은행은 200%의 성과급을 각각 지급한 바 있다.

이 같은 성과급 확대는 막대한 이자수익 증가에 의한 실적 성장의 여파로 해석된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 4대 금융지주(신한·KB국민·하나·우리)의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 발표를 앞둔 가운데, 지난해에도 또 한 번 실적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4대 금융지주 순이익 합계는 14조5430억원 수준이다. 이미 지난해 3분기 기준 14조원에 육박(13조8540억원)한 누적 순이익과 매 분기 실적 개선 흐름을 고려하면 4년간 순이익은 전년 수준을 상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이들 4대 금융지주가 대출을 통해 거둬들인 3분기 누적 이자 이익은 총 41조1561억원으로 처음으로 40조원을 돌파했다. 대출 자산은 감소했지만,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이자 수익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4대 시중은행 영업점포 및 ATM 현황. 디자인. 김민영 기자.
4대 시중은행 영업점포 및 ATM 현황. 디자인. 김민영 기자.

희망퇴직, “칼바람은 옛말”

이같은 금융권의 성과급 잔치보다 사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은행권 직원들의 희망퇴직 릴레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년 못지않은 실적 선방이 예상되지만, 오히려 은행권을 중심으로 자발적 퇴직 움직임이 더욱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연초 희망퇴직자수가 3000명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에서 희망퇴직을 통해 짐을 싼 직원은 약 2250여명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000여명 이상 늘어날 것이란 예측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에서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한 직원은 약 730여명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만약, 신청자 모두 퇴직을 하게 될 경우 올해 연초 퇴직자 수는 지난해(674명) 대비 50명 넘게 늘어나게 된다.

우리은행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19일부터 27일까지 관리자(1974년 이전), 책임자(1977년 이전), 행원(1980년 이전)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진행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오늘까지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는다. 1968~1970년생 중 관리자급에게는 최대 36개월 치의 월평균 임금이 지급된다. 이들에게는 자녀학자금, 의료비, 재취업 및 전직 지원금이 지급된다. 또, 1971년생 이후 출생한 대상자에게는 연령에 따라 최대 24개월 치 월평균 임금이 지급된다.

신한은행도 지난 2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오는 10일 접수를 마감할 예정인데, 타사와 마찬가지로 지난해보다 신청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후문이다.

이미 지난해 말 이미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한 NH농협은행의 경우, 대상 연령을 만 40세로 확대하면서 희망퇴직자는 지난 2021년(427명)보다 60명 이상 늘어난 493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희망퇴직 확대는 역대급 이자 수익의 여파로 대폭 개선된 희망퇴직 조건, 그리고 제2의 인생을 위해 은퇴를 서두르려는 ‘파이어족’의 증가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불확실한 금융업계의 상황의 여파로 4050세대 직원을 중심으로 조기에 은퇴해 새로운 인생 2막을 계획 중인 ‘파이어족’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더 이상 희망퇴직을 ‘칼바람’이라는 부정적 수식어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탄력점포)를 방문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탄력점포)를 방문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돈잔치에도 고객은 ‘나 몰라라’

이처럼 금융권의 실적 개선의 여파가 ‘돈 잔치’의 흐름으로 이어진 가운데, 이러한 금융권 내 긍정적 요소에도 정작 편의성 개선 등 금융소비자들의 일관된 니즈는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영업점 운영시간 단축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2020년 이후 영업점 운영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온 국내 은행권은 지난 2021년 7월부터 운영시간을 일괄적으로 1시간 단축했다. 이를 통해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였던 운영시간은 앞뒤로 각각 30분씩 조정된 오전 9시30분~오후 3시30분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최근 사실상의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와 실외 마스크 규제 완화 결정, 최근 본격화된 실내 마스크 규제 완화 논의 등 상황이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은행 영업시간은 단축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금명간 영업시간 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한 TF를 마련해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도 “주 4.5일 근무제 도입 등을 둘러싼 사측과 노조 간 이견이 만만치 않아 쉽게 해결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소비자들의 접근성 개선에는 미온적이면서도 역대급 성과급 잔치, 희망퇴직 처우 개선 등 은행의 자체적 ‘배불리기’가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 또한 커지고 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까지 나서 “은행 영업시간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은행권에 대한 국민 정서와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은행권에 압박을 가했지만 앞서 언급했듯 영업시간 정상화 논의는 아직 시작조차 되지 못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