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성과급 논란에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권 ‘압박’
은행권은 “당국 조치 협조에도 때리기만 반복” 하소연
"과도한 성과급-리스크 관리 미흡부터 반성해야" 지적도

제28회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제공 : 대통령실
제28회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제공 : 대통령실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최근 금융당국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나서 국내 시중은행의 공공재 역할을 부각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 내부에선 갑작스런 ‘은행권 때리기’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그간 코로나19 금융지원 연장을 포함해 대출금리 인하, 취약차주 지원, 기업대출 확대 등 당국의 권고를 충실히 따랐음에도 은행권의 소위 ‘이자 장사’ 논란만 주목받는 것이 아쉽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상당 기간 누적된 잠재적 리스크 우려에도, 지난해에도 금융당국의 권고대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고, 취약차주 지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각종 금융정책에도 적극 대응하다보니 수익을 내고 주주와 실적을 공유하는 ‘민간기업’의 역할이 위축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영업익 대비 10%를 웃도는 과도한 성과급, 착시현상에 과소평가된 연체율 관리 미흡 등의 문제를 지적하며 은행권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을 일종의 ‘때리기’로 규정하기 이전에 현 시점의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시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15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이자 장사 논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은행권에 대한 압박 강도 또한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 사진. 대통령실.

‘은행은 공공재’ 불씨 당긴 尹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은 연일 은행권 압박에 나서고 있다. 고금리 기조에 의한 역대급 이자익, 과도한 예대금리차, 여기에 수억원대의 성과급과 희망퇴직금 논란이 더해지며 은행권의 소위 ‘이자 장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대다수다.

그동안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주요 금융당국 수장을 중심으로 부각돼온 은행권의 이자 장사 논란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까지 관련 발언을 하면서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1월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다”며 처음으로 은행의 역할론을 환기했다. 은행은 엄연히 주주를 보유한 민간기업임과 동시에, 정부의 금융라이센스를 취득해 운영된다는 점에서 공적인 성격도 띠고 있다.

그간 정부와 금융당국은 일단 ‘민간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업권의 경쟁력 강화 등을 지원해왔는데, 금융리스크가 더욱 확대되는 상황에서 ‘공공재’로서의 은행 역할을 사실상 처음으로 수면위로 부각시킨 것이다.

최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해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위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며 사실상 공공재로서의 은행 역할을 다시 한번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이날 윤 대통령은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정성에 대비해 충당금을 튼튼하게 쌓는 데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며 일종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발언은 고금리로 벌어들인 사상 최대의 이자익 기반의 실적을 사실상 ‘돈 잔치’로 비판하는 일각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할 건 다 했다’ 억울함 호소하는 은행권

다만,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발언이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잠재적으로 누적된 소위 ‘깜깜이 채무’ 압박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동안 권고한 금융지원책을 충실히 수행했음에도 이자장사 논란과 같은 부정적 이슈만 부각시키는 것이 다소 아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단기자금시장이 급격히 경색되자, 시중은행을 보유한 금융지주사들은 소위 ‘95조원+α’ 수준의 금융지원책을 시행하며 자금시장에 숨통을 틔웠다.

특히, 기준금리 인상과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은행채 발행 제한, 이에 따른 금융채 금리 인상으로 급등한 대출금리를 잡기 위한 노력도 소홀하지 않았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13일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는 연 4.88~6.87% 수준이다. 이는 지난달 초(1월 4일)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보다 상단(8.11%) 기준 1.24%p 하락한 수치다. 그 사이 기준금리가 0.25%p 오른 점을 감안하면 은행의 인위적 시장금리의 흐름에 대출금리가 역행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은행권은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이자 상환 유예 및 만기 연장 조치를 6차례 연장했다. 그 과정에서 과도하게 누적된 채무가 추후 건전성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며 이자 유예 조치의 종료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일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특히, 지난 3년여 간의 금융지원 연장을 통해 누적된 채무가 추후 부실폭탄으로 돌아올 경우, 은행권 건전성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만기상환 및 이자 유예 지원을 받고 있는 채무는 약 144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각종 금융지원 종료 시, 예상되는 채무 부실비율(19.1%)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상으로 약 27조원의 부실 채무를 은행권의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충당금 부분 또한 지난해 2조원 가까운 추가 충당금을 적립하는 등 여유 있게 충당금을 쌓아놨지만, 금융당국이 추가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는 만큼 이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금융권의 노력에도 당국이 지속적으로 시중 금융사를 때리기만 하는 것은 다소 아쉽다”라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공동취재사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공동취재사진

성과급‧리스크 관리에는 비판요소 충분해

물론, 일각에서는 이러한 금융권의 하소연에도, 일부 부분에서는 충분히 비판받을 요소도 있다고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이자장사에 이어진 소위 ‘돈 잔치’ 이슈 즉 성과급 논란이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대 시중은행이 지급한 성과급 규모는 전년 대비 35%(3629억원) 확대된 1조3923억원 수준이다.

이번에 공개된 성과급은 지난 2021년 실적을 반영해 지난해 지급된 것인데, 당시 5대 시중은행의 연간 당기순익(11조5867억원)을 감안하면 전체 영업익의 무려 12%를 ‘성과급 잔치’에 사용한 셈이다.

특히,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이 지출한 사회공헌비용은 7693억원(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그쳤다. 전체 성과급의 절반을 살짝 웃도는 수치에 불과하다.

특히, 전년 대비 실적이 개선된 지난해 실적이 반영돼 올해 지급될 성과급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충당금 부문 역시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다. 현재 은행권에서는 수백조원에 달하는 잠재적 부실 채무에도 다소 안정적인 연체율 등의 일부 지표를 토대로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NPL‧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비율)은 0.21%로 전년(0.23%) 대비 0.02%p 개선됐다.

하지만 여기에도 허수가 있다는 지적이다. 3년여간 지속된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착시현상이 반영된 데다, 실제 공개된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연체율 또한 평균 0.2%를 기록하며 전년(0.17%) 대비 0.03%p 악화됐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성과급 및 희망퇴직금이 다소 과도해 보인다는 외부의 부정적 인식이 있다는 점 자체는 공감한다”며 “리스크 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함과 동시에 막대한 이자수익을 사회에 환원할 방안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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