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농협은행, 아쉬운 기업대출 성장률
신한 '리딩뱅크'-농협 '4위' 경쟁서 밀려나
‘플랫폼과 조직개편’ 등 성장전략에 관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 중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의 기업금융 실적 회복이 올해 당면과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가계대출 감소세를 상쇄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기업대출 강화 전략이 은행권을 중심으로 지속된 가운데, 두 은행이 지난해 보여준 기업금융 성과가 시중은행 중 다소 아쉬운 수준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일단, 두 은행 모두 올해 기업금융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플랫폼 혁신 등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타 은행 모두 기업금융에 사실상 영업력을 올인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데다 이미 유의미한 성과도 도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격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기업대출에 힘준 은행권, ‘성과도 톡톡’

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잔액은 전년(703조6746억원) 대비 63조6393억원 늘어난 767조3139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692조 4094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692조5336억원) 대비 1240억원 가량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다.

기업대출의 경우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모두 일제히 급증했다. 우선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 대출의 경우 지난해 32조6700억원 가량 늘어나며 연말 기준 630조8850억원에 달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대기업 대출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데, 지난해 채권금리 급등으로 회사채 금리도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은행권 기업대출 이용을 늘린 것이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대기업대출 잔액은 전년(105조4609억원) 대비 30조9675억원 증가한 136조4284억원을 기록했다. 630조원을 넘어선 중소기업 대출 잔액보다는 크지 않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대기업대출이 약 29%로 5.5%에 그친 중기대출 증가율보다 약 5배 이상 컸다.

업계에서는 올해 기업대출 성장률이 지난해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수는 있겠지만 기업대출 성장세 자체는 올해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회사채 등 채권 시장 전반의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상대적으로 금리 경쟁력을 갖춘 기업대출을 자금 조달 창구를 활용하기 위한 기업의 발걸음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도 전반적인 대출 관리 기조는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그리고 중소기업 대상의 유동성 공급은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에 맞춰 주요 시중은행별로 '상생금융’ 기조에 맞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금리 인하, 원금 및 이자 감면 등의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자연스레 이를 활용하기 위한 중소기업의 대출 수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 중 CEO 특강에서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고객몰입’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사진=신한은행
'2024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 중 CEO 특강에서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고객몰입’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사진=신한은행

아쉬움 삼킨 신한-NH농협

이처럼 기업 대출 부문이 올해 대출 영업, 나아가 실적 전반을 가늠할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거론되면서 은행마다 분위기는 다소 엇갈린다. 대다수 시중은행들이 전년 대비 기업 대출 잔액이 증가한 가운데, 다소 아쉬운 증가세를 보인 은행들은 벌써부터 기업금융 강화를 위한 고민을 시작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다. 기업 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신장세를 보였지만, 증가 폭이나 증가율 측면에서는 타 사 대비 다소 아쉬운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KB은행‧하나은행과의 리딩뱅크 경쟁, NH농협은행의 경우 우리은행과의 4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게 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부분도 눈길을 끈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가장 많은 기업 대출 잔액을 기록한 곳은 약 175조1000억원을 기록한 KB국민은행이다. 이어 하나은행(157조9000억원), 신한은행(155조6000억원), 우리은행(142조5000억원), NH농협은행(136조원) 순으로 기업 대출 잔액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전년 대비 증가폭과 증가율이다. 지난해 대다수 은행이 기업 대출 확대를 위한 공격적 영업전략을 펼쳐온 상황인 만큼, 단순 잔액 크기보다는 증가 추이가 더 유의미한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가장 큰 폭의 증가율과 증가 규모를 기록한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1년새 약 20조1000억원, 전년 대비 14.5%의 기업 대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우리은행도 전년 대비 13조3000억원(10.2%) 기업 대출을 끌어올리며 두 번째로 큰 성장 폭 및 규모를 달성했다.

가장 큰 기업 대출 잔액을 기록한 KB국민은행의 기업대출 규모는 전년 대비 12조4000억원(7.6%) 늘었다. 증가율은 한자릿수로 다소 아쉬웠지만 증가 규모는 비교적 견조한 수준을 보였다.

반면,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전년 대비 증가폭과 증가율 측면에서 나란히 4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우선 NH농협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9조원 가량 늘어났다. 증가율은 약 7.1%다. 같은 기간 4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우리은행의 증가폭과는 4조원 넘게 차이가 난다.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8조9000억원(6%) 늘어나며 5대 시중은행 중 가장 작은 증가 폭과 증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딩뱅크 경쟁을 펼치고 있는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모두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사진=NH농협은행
사진=NH농협은행

기업대출 강화 드라이브 걸까

업계에서는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받은 기업대출 성적표가 실제 실적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분기 기준 신한은행의 당기순익은 2조6000억원 가량으로로 2조8000억원의 KB국민은행, 2조7000억원의 하나은행에 이어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간의 추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연간 기준 순위 또한 변동이 없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에는 기업대출에서의 격차가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NH농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3분기에만 2조5000억원 가량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우리은행의 기업대출은 약 7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두 은행의 실적 격차도 상반기 2500여억원에서 3분기에는 5000억원 가량으로 2배 가까이 벌어졌는데 이 또한 기업대출의 차이가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일단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모두 올해 기업대출, 나아가 기업금융 강화를 위한 성장 드라이브 전략을 연초부터 가동하며 반등을 꾀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기업금융 접근성 강화를 위한 전면적인 기업금융 플랫폼 개편을 단행했고 NH농협은행도 연초부터 기업금융 강화를 올해 당면과제로 점찍고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올해도 기업대출 흐름에 따라 이자익, 나아가 전반적인 실적도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며 “리딩뱅크 경쟁을 포함한 실적 순위 경쟁도 기업대출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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