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충당금 10조원 돌파, 역대 최고치 경신 할 듯
유동성 위축 우려에 은행권은 '보수적 기조 완화' 언급
금융당국은 추가 적립 요구…특별대손준비금 등도 변수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사진=DB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연내 기준금리 인하, 대출심리 위축 등으로 실적 감소가 예상되는 국내 은행권에 ‘충당금 적립’이 실적 개선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으로 충당금 추가 적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올해도 또 한 번 주요 은행사에 충당금 적립 강화를 사실상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은행권 내부에서는 이러한 충당금 추가 적립 기조에 다소 난색을 보이는 모습이다. 이미 충분한 수준의 충당금이 쌓인 만큼, 새해에는 그간 유지해 온 충당금 부분에서의 보수적 기조를 다소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 왔기 때문이다.

일단 은행권에서도 부동산PF 등 부실 우려를 고려해 충당금 적립은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과도한 충당금 적립이 향후 은행권 내 유동성 위축, 경영전략 재편 등의 부정적 영향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국내 5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10조원 넘어선 ‘충격 스펀지’ 충당금

24일 데일리임팩트가 확인한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손충당금 규모는 10조2298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8조665억원) 대비 22%가량 증가한 수치이자, 전년 말(8조4674억원)보다는 약 20.8%(1조8000여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고금리 리스크와 가계대출 폭증에 따른 건전성 우려, 부동산PF 등 이슈가 터지면서 충당금 적립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각 사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가장 많은 충당금을 적립한 곳은 2조7771억원을 기록한 NH농협은행이다. 특히, 농협은행의 경우 전년 말(2조361억원) 대비 36.4% 가량 충당금을 확대하며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음으로는 2조2519억원을 적립한 KB국민은행이었고 뒤로 하나은행(1조8039억원), 신한은행(1조7782억원), 우리은행(1조6187억원의 순으로 집계됐다. 증가율 부문의 순위는 충당금 규모 순위와 다소 달랐지만, 대부분 10%대 후반~20%대 초반 정도의 수준으로 전년 대비 충당금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5대 시중은행이 충당금을 대폭 늘린 이유는 최근 몇 년간 금융권을 둘러싼 건전성 위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규모는 총 4조34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1조3360억원) 가량 늘었다. NPL이란 각 금융사가 공급한 대출 중 3개월 이상 연체가 이뤄진 대출 규모를 일컫는다. 통상적으로 이같은 대출은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데 당장 금융사는 이를 회수가 어려운 채무로 분류, NPL 발생량만큼 이를 상쇄하기 위한 충당금 적립에 나서고 있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충당금(잔액 기준)이 2조1600억원 가량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NPL 발생분 이상의 충당금을 적립한 셈이다.

한편, 금융업계에서는 이같은 흐름을 고려하면 지난해 연간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충당금 규모가 11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측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 브리핑에 나선 (왼쪽부터)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 사진=금융위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관련 대응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는 (왼쪽부터)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 사진=금융위

규모 다르지만 추가 적립은 불가피

은행권 내부에서는 올해도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PF 위기를 포함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당장 주요 시중은행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와 관련, 태영건설 대상 대출금의 손실 가능성을 고려해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

현재 5대 시중은행 포함 국내 은행권에서 태영건설에 내어준 대출 잔액은 총 7243억원에 달한다. 부동산PF대출을 포함한 장기차입금이 4693억원, 단기차입금은 약 2250억원 수준으로 업계에선 사실상 ‘신용대출’ 성격인 단기차입금의 부실화 가능성은 높다고 보고 있다.

이밖에 태영건설 사태로 촉발될 여지가 있는 여타 부동산PF 위기 가능성을 염두에 둔 선제적 충당금 적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데일리임팩트가 만난 대다수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이 필요한 상황은 맞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이미 충분한 충당금이 적립된 데다 현재 거론되는 리스크도 실제 은행권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과도한 충당금 확대는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5대 시중은행의 NPL 커버리지비율이 200%대를 넘어서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지표로 거론된다. NPL 커버리지비율이란 금융사가 보유한 NPL 대비 충당금 적립 비율을 의미한다. 비율이 100%보다 클수록, 손실 흡수 능력 또한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충당금의 경우, 재무제표상 당기순이익에서 손실 처리된다. 충당금이 늘어난 만큼 당기순이익은 감소하는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사진=김민영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사진=김민영 기자

지속되는 당국 압박에 은행권은 ‘당혹’

다만, 이같은 금융권의 변화 움직임과 달리 최근 금융당국은 여전히 이와 상반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연초부터 주요 금융사에 추가 충당금 적립을 권고한 데 이어, 현재 은행권이 운영 중인 자체 충당금 산정 체계 자체의 변화도 주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금융감독원은 KB국민·신한·우리·NH농협·광주·대구·경남은행 등 주요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등에 대손충당금 산정 체계를 강화하라는 내용의 경영유의 조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쉽게 말해 은행권이 향후 부실 확대 가능성을 충당금 적립 과정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대손충당금 자체가 다소 작게 산정된다는 것이 당국의 주장이다.

이뿐 아니라 금융당국은 지난해 개정된 은행업 감독규정에 의거, 올해부터 특별대손준비금 적립도 직접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대손준비금은 기존 은행권이 자체 적립한 대손충당금, 대손준비금으로도 충격 흡수가 안 될 상황에 대비해 추가로 쌓는 자금이다. 다만, 통상적으로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대손준비금의 특성상, 대손준비금이 늘어날수록 배당 여력이 감소하게 된다는 점을 은행업권은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예상가능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올해 전반적인 실적 감소가 예상되고 주주환원 등 배당 부문 확대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올해 충당금은 예년과 달리 적정한 수준으로 적립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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