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왕‘ 삼성. 빌트인·스마트싱스 부각…브랜드 충성도 강화 목적
‘세계 가전 1위’ LG, 초고화질 TV 집중…OLED 입지 다지고 수익성 개선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K가전의 자존심을 걸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럽 출격을 준비 중이다. 두 회사는 다음달 2일부터 6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IFA 2022에 전시관을 꾸리고 2년 만에 현지 소비자들과 직접 만난다.
물가와 금리, 환율 인상이 지속되면서 전 세계 전자·IT기기 판매를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 생활가전, TV 등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두 회사의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IFA 2022를 통해 현지 특화 제품을 공개하고 유럽을 발판 삼아 전 세계 프리미엄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두 회사의 공통된 관심은 친환경. 유럽은 세계 3대 시장 중 하나지만, 친환경 정책을 선제적으로 내놓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유럽연합(EU)는 이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에는 1990년 대비 55% 감축하고 2050년에는 0로 만들겠다는 핏 포 55를 내놨다. 이에 투입되는 재원은 590억유로, 우리돈으로 약 79조원에 달한다.
이후 EU는 친환경 정책을 더욱 촘촘하게 짜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 품목을 유기화학품·플라스틱·수소·암모니아를 포힘해 5가지에서 9가지로 확대했다. 직·간접적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4년부턴 매출 40000만유로 이상인 기업에 자사 활동이 환경과 인간이 미치는 영향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삼성전자, LG전자는 IFA에서 재생 플라스틱 적용 범위를 늘리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제품을 공개해 친환경 정책에 대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파타고니아와 함께 세탁 과정에서 배출되는 미세 플라스틱을 줄여주는 세탁기 신제품을 선보인다. 인공지능(AI)를 활용, 일정 사용량에 도달하면 집 안 가전들이 절전모드로 전환되는 스마트싱스의 에너지 관리도 소개한다.
LG전자는 A등급 냉장고보다 연간소비전력량을 10% 감소시켜 주는 2도어 상냉장·하냉동 냉장고 신제품과 폐전자기기에서 추출한 재생 플라스틱으로 외관을 만든 퓨리케어 에어로퍼니처를 전시한다.
실제 두 회사의 유럽매출은 증가세다. 지난해 LG전자는 9조100억원에서 11조8603억원으로 매출이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의 비중도 16%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유럽 수출액도 증가했다. TV와 생활가전, 모바일, 반도체 등이 포함된 실적이긴 하지만, 유럽 수출로 거든 매출이 전년 대비 9.9% 증가한 25조8227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두 회사의 지향점은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기 위해 가전과 TV, 스마트폰 사업을 DX부문으로 통합한 상태다. 기기 간 연결을 통해 사용자 편의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삼성의 생태계에 묶어두려는 전략이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비스포크 가전은 판매량과 별개로 충성도에서 아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나마 갤럭시Z 시리즈가 폴더블 폼팩터로 젊은 층의 비중이 늘어났지만, S시리즈는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다. ‘아재폰’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시장 내 위치도 흔들리고 있다. 비스포크도 신혼부부 등 젊은 층으로부터 ‘예쁜 가전’이라는 평을 듣는 데 반해 보급형과 초고가 사이에서 애매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서비스인 스마트싱스 홈 라이프를 중심에 놓고 프리미엄 제품들을 소개함으로써 자사 제품 판매 진작과 팬층 확대를 노릴 전망이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Z플립4·폴드4와 함께 스마트싱스의 다양한 기능을 소개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비스포크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가전에도 무게를 싣는다. 비스포크는 패널 색깔과 소재를 선택할 수 있어 사용자 취향를 드러낼 수 있는 제품으로, 일반 가전들과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실제 비스포크는 유럽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2020년 유럽에 첫 선을 보인 뒤 현재 20개 이상의 국가에서 판매되며 순항 중이다. 비스포크 냉장고의 경우, 상냉장·하냉동 1도어 타입에 도어 패널 종류를 다양화 한 결과, 올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키친 패키지와 세탁기∙건조기·청소기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빌트인 가전은 삼성전자의 주요 공략지 중 하나다. 빌트인 가전은 일반 주방 가전보다 단가가 높다. 냉장고·식기세척기·와인셀러·오븐 등을 풀세트로 구매할 경우 구입 비용만 최소 수천만원대다. 국내 시장은 주거 여건 등으로 인해 아직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지만, 공간 활용도를 최대화하고 통일감 있는 공간 연출을 선호하는 유럽시장에서는 수요가 높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유럽 빌트인 시장은 약 224억달러 규모로 약 604억달러에 달하는 전 세계 빌트인 시장의 37%를 차지했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도 주방가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키친 패키지, 프리미엄 라인인 비스포크 인피니트를 선보인다. 비스포크 키친 패키지는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색상·소재를 선택할 수 있고, 주방 가구에 맞춰 설치할 수 있게 빌트인 룩 디자인을 채용했다. 지난 2월 국내에 먼저 선보인 비스포크 인피니트는 알루미늄, 세라믹, 메탈 등을 사용해 내구성과 인테리어 효과를 높였다.
TV도 연결성을 기반으로 한 프리미엄 제품들이 부각된다. 98인치 네오 QLED TV와 게이밍 전용 모니터인 오디세이 아크 등 초대형·초고화질을 갖춘 제품들로 진용을 꾸렸다. 네오 QLED는 스마트 허브를 통해 집 안 전가지지들을 제어하는 지휘소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대체불가토큰(NFT) 작품을 거래하거나 전시할 수도 있어 인테리어 소품처럼 활용 가능하다. 오디세이 아크 역시 게이밍 허브를 내장해 콘솔·PC·클라우드게임을 모두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는 크게 다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 삼성전자는 QD-OLED TV를 유럽에 출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생산할 수 있는 패널 수량이 150만대 수준이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IFA 2022 준비에 한창인 LG전자는 수익성에 방점을 찍을 방침이다. LG전자는 이번 IFA를 앞두고 TV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세계 1위 가전업체라는 점을 고려하면 꽤 이례적인 행보다.
LG전자는 OLED TV 시장의 성장으로 세계 시장에서 판매량을 저변을 확대하고 있지만, 2분기에는 썩 상황이 좋지 않았다. TV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189억원의 손실을 내며 28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참전으로 OLED 1인자라는 위상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TV 판매 1위 제조사, QD-OLED 패널 수량만 안정적으로 확보된다면 공격적으로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럴 경우, 제조능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LG전자를 빠르게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다.
LG전자는 이번 IFA에서 OLED=LG를 각인시키는 데 매진할 태세다. 세계 최대 OLED인 97인치 올레드 에보 갤러리 에디션을 첫 공개한다. 신제품으로 LG전자는 가장 작은 42인치부터 97인치까지 OLED 라인업이 한층 강화됐다. 아울러 70인치 이상 초대형 OLED TV를 지난해 7개 모델에서 올해 10개로 늘렸다. LG디스플레이도 기존보다 화면 밝기를 30% 높인 차세대 OLED TV 패널을 통해 LG전자를 지원사격 한다.
프리미엄 TV 수요를 겨냥해 다른 제품들도 전열을 정비했다. 프리미엄 액정표시장치(LCD) TV인 LG QNED는 75·86인치 모델을 5개 모델에서 10개까지 확대한다. 136인치 4K 마이크로 LED도 등장한다.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스피커와 함께 전시해 홈 시네마족을 겨냥한다.
유럽 고객 충성도를 강화할 서비스들도 소개된다. 바로 업(UP) 가전 가전과 씽큐 앱이다. LG전자는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새 기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스마트홈 플랫폼 씽큐 앱을 통해 업데이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가전들은 LG전자의 비기다. 트롬 워시타워 컴팩트, 퓨리케어 에어로퍼니처가 대표적 제품으로 꼽힌다. 트롬 워시타워 컴팩트는 기존 모델과 비교해 가로 100mm, 깊이 170mm, 높이 235mm를 줄였다. 퓨리케어 에어로퍼니처는 가로 27.5cm, 세로 55cm 축소한 공기청정기로, 윗부분에 무선충전기를 탑재해 테이블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4분기 최대 성수기를 앞두고 유럽시장에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라며 “유럽 고객층을 늘릴 경우, 브랜드 이미지도 개선되기 때문에 삼성전자, LG전자가가 진취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한편, IFA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로 CES, MWC와 함께 세계 3대 IT 전시회로 꼽힌다. 올해는 1930개 기업이 참여하고, 약 24만명에 달하는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국기업도 역대 최다인 130여곳이 참여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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