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출시 4년 만에 대대적 캠페인…스마트싱스 부각

비스포크 인지도 강화…생활가전 브랜드로서 영향력 확대

프리미엄폰 매출 비중 65%…낮은 충성도로 시장 입지 위태

오는 8월 갤럭시Z 시리즈 출시…생태계 확장으로 락인효과

삼성전자가 멀티 디바이스 연결 경험을 실생활 속 시나리오로 보여주는 '스마트싱스 일상도감'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멀티 디바이스 연결 경험을 실생활 속 시나리오로 보여주는 '스마트싱스 일상도감'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고3 딸이 아파트 현관에 들어선다. 같은 시간 집에서 영화를 보던 어머니의 스마트폰에 ‘고3느님이 도착했습니다’라는 알림이 뜬다. 이를 본 어머니가 “하이 빅스비, 고3모드”라고 외치자 TV가 꺼지고 공부방 조명과 공기청정기가 켜진다. 딸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면 TV가 켜지고 남은 가족들은 무선이어폰을 낀 채 영화를 이어서 본다.

삼성전자가 새 캠페인을 시작했다. ‘스마트싱스 일상도감’이라는 이름의 캠페인이다. 소비자들이 직접 느낄 수 있도록 TV와 온라인 광고 외에 디지털프라자에 체험공간을 마련하고, 스마트싱스 활용팁을 공유하는 체험형 이벤트도 진행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싱스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홈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 출시 4년 만에 대대적인 캠페인에 들어간 셈이다. 기업의 캠페인이 브랜드 전략과 맞닿아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DX 부문 방향성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 

생활가전 사업은 수익성이 좋은 사업은 아니다. 삼성전자 내에서도 영업이익으로 따지면 디스플레이보다 낮다. 올 2분기 생활가전 영업이익 전망치는 6000억원 수준, 전 사업부 가운데 가장 이익이 낮다. 가장 수익이 높은 반도체와 비교하면 18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생활가전 사업 특성상 소비자 접점이 필요한 까닭에 국내외 주요 지역에 점포를 운영해야 한다. 인건비, 임대료와 같은 고정비용이 상당한 셈이다. 더 많은 이윤을 내 고정비용을 상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사실상 1년 내내 마케팅이 이뤄지고 신제품 출시, 성수기 전후에는 집중적인 프로모션이 진행된다.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쓰는 셈이다.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이 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비스포크 홈 2022 글로벌 행사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이 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비스포크 홈 2022 글로벌 행사에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한 이후에도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최종적으로 배송될 때까지 드는 물류비, 별도의 사후 관리를 위한 비용 등이 필요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생활가전이나 TV는 포화상태라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소비자가 제품을 확인할 수 있는 판매창구를 줄이기도 쉽지 않아 재고관리, 효율적 마케팅 집행과 같은 경영 관리가 수반돼야 수익성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싱스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는 생활가전 수익성 제고, 나아가 브랜드 이미지 각인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출시 첫 해인 2020년 비스포크 제품군은 폭발적 매출 신장세를 기록했다. 식기 세척기 280%, 인덕션 130%나 뛰었다. 지난해 삼성전자 생활가전 국내 매출 중 비스포크 비중이 80%를 넘기며 매출과 영업이익 상승을 이끌었다. 이에 올해 비스포크를 전 세계 시장에 출시해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삼성TV에서 '스마트싱스'에 접속한 화면. 사진. 최문정 기자
삼성TV에서 '스마트싱스'에 접속한 화면. 사진. 최문정 기자

문제는 비스포크의 인기와 별도로 시장 영향력, 브랜드 충성도에서 아쉽다는 점이다. 전 세계 생활가전 시장에서 강자로 꼽히는 LG전자, 월풀 등에 비해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비스포크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굉장히 우호적이다. 재밌는 점은 삼성전자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는 것”이라며 “브랜드와 회사가 매치되지 않는다면 그만큼 시장에서 영향력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가전 브랜드를 통합하고 스마트싱스 생태계를 확장한 것 역시 시장에서의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TV를 중심으로 연결성을 강화해 소비자를 붙잡아 두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스마트싱스는 삼성전자의 생활가전, TV 외에도 국내외 협력사 제품과 연동된다.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등과 연계해 3000개 가량의 전자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스마트홈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실제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미 2020년 스마트싱스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500만명을 돌파했다. 2년이 지난 현재, 국내 이용자 수는 8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로 꼽히는 스타벅스의 5월 MAU가 572만명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브랜드 인지도 제고 효과도 기대해봄직 하다.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4' 렌더링 이미지. 사진.91모바일즈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4' 렌더링 이미지. 사진.91모바일즈

업계에서는 생활가전 브랜드로서 각인시키는 이상의 목적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모바일 시장에서의 지배력 강화다. 스마트싱스를 제어하는 핵심 기기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싱스 생태계가 넓어질수록 스마트폰의 역할도 커진다. 

삼성전자는 오는 8월 4세대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Z 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S시리즈, 하반기 Z시리즈로 라인업을 정비하고, 매출 기여도가 높은 노트시리즈를 S시리즈와 통합했다. 하반기 성적은 Z시리즈 성패에 달린 것이다. 갤럭시S22 시리즈가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등을 비롯해 성능 논란에 휘말린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요 시장을 잃으면서 예상보다 부진했다. 갤럭시Z 신제품마저 시장에 기대에 부응하는 성적을 내놓지 못한다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1분기 전세계 프리미엄폰 브랜드별 점유율. 자료. 카운터포인트리서치.
1분기 전세계 프리미엄폰 브랜드별 점유율. 자료.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프리미엄폰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프리미엄폰은 8분기 연속 시장 평균을 웃도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1분기에 팔린 스마트폰 10대 중 3대가 프리미엄폰이었다. 이에 프리미엄폰의 매출 비중은 전체의 65%에 달했다. 특히 1000달러 이상의 울트라 프리미엄폰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164% 성장하면서 잠재력을 과시했다. 다만 프리미엄폰 성장 수혜는 애플이 더 가져가는 형국이다. 1년 사이 애플의 점유율은 57%에서 62%로 증가했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는 18%에서 16%로 떨어졌다. 

상위 5개 모델을 분석했더니 아이폰13(23%), 아이폰13 프로 맥스(13%), 아이폰13 프로(9%), 아이폰12(8%)까지 애플이 1~4위를 휩쓴 반면, 삼정전자는 갤럭시S22 울트라(3%)만 이름을 올렸다. 아이폰13 시리즈에 밀린 탓이다. 

갤럭시 브랜드 충성도는 하락세다. 지난해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쉘쉘이 브랜드 충성도를 조사한 결과, 애플의 브랜드 충성도는 2019년 90.5%에서 지난해 92%로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 브랜드 충성도는 85.7%에서 74%로 내려갔다. 

삼성전자에 이어 애플도 하반기에 아이폰 신작을 내놓는다. 충성도가 높은 애플과의 대결에서 삼성전자는 매년 고배를 마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10개 모델 중 7개가 아이폰이었다. 최신폰이었던 아이폰13 시리즈는 물론, 전년도 모델인 아이폰12시리즈, 아이폰 11까지 고루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10위에 든 삼성전자 제품은 저가폰인 갤럭시A12가 유일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모델. 자료.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모델. 자료. 카운터포인트리서치.

하반기 스마트폰 시장 환경은 좋지 않다.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돼 업체들마다 출하량 조정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3% 안팎 감소하면서 13억1000만~13억57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체들마다 신제품를 경쟁적으로 내놓는 시즌인 만큼, 실적 방어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삼성전자가 압도적 위치를 점했던 폴더블폰은 긴장을 늦추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4분기 96%였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분기 74%로 감소했다. 화웨이 P50 포켓 등 중국업체들이 폴더블폰을 선보이면서 점유율을 늘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대세화로 인해 전체 시장이 성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불안감을 감지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폴더블폰 판매량 목표치를 1800만대로 잡았다. 지난해(800만대)보다 2배 이상 높다. 폴더블폰 주도권을 강화하고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스마트싱스로 애플처럼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해 폴더블 흥행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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