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경기 침체에 생활가전·TV 직격탄…영업익 하락

4분기에도 불확실성 지속…대형 이벤트 효과 미미할 듯

경기 영향 덜 받는 프리미엄 집중…수익성 방어 총력전

네오 QLED 8K로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네오 QLED 8K로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이 지난달 급작스럽게 사임했다. ‘일신상의 이유’라며 회사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실적 부담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놨다. 

이 사장의 사임은 전자업계의 고민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연말 결산을 앞둔 삼성전자, LG전자의 ‘방어 전략’이 수월치 않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풍요 속 빈곤’이었던 3분기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삼성전자, LG전자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두 회사는 3분기 분기 최대 성적을 달성했지만 수익성은 급감해서다. 특히 회사의 기반을 닦아줬고, 지금까지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해줬던 생활가전, TV 실적 추이가 심상치 않다. 

매출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 LG전자는 나름 성장세를 유지하는 듯 보였다. TV사업이 부진했지만, 가전이 이를 만회한 덕분이다. LG전자의 TV를 담당하는 HE 사업본부는 지난해보다 11.2% 하락, 매출 3조712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생활가전은 탄탄했다. LG전자 H&A 사업본부는 5.8% 증가한 7조4730억원을 달성해 역대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부문도 4.6% 증가, 매출 14조7500억원을 기록했다.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영업이익이다. 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더 비싼 제품을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프로모션을 하면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매출이 높은데 영업이익이 낮다는 건 제반 비용이 증가한 것은 물론, 회사가 출혈경쟁을 감수한다는 의미일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된다면 경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LG전자의 영업이익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67.1%나 줄면서 2500억원에 그쳤다. LG전자 H&A 사업본부는 54.5% 감소한 2283억원에 머물렀다. 그나마 생활가전과 달리 매출마저 위축된 HE 사업본부는 55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HE 부문은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해 부진의 늪에 빠진 모습이다. 그야말로 풍요 속 빈곤이다. 

삼성전자, LG전자가 꼽는 부진의 이유는 같다.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지속돼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제품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업체들의 각축전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 등에 따른 부담이 커졌다. 이정희 LG전자 HE 사업본부 경영관리담당(상무)는 “선진 시장인 유럽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많은 하락을 겪었다”면서 “이 기간 업체 간 경쟁 역시 심화해 마케팅 비용이 오르며 영업이익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LG 씽큐 앱에서 선택한 테마 색상이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에 적용된 모습. 사진. LG전자.
LG 씽큐 앱에서 선택한 테마 색상이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무드업에 적용된 모습. 사진. LG전자.

성수기 효과도 불확실…프리미엄으로 방어

그렇다고 4분기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4분기에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비롯해 광군제, 블랙 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같은 국내외 유통가의 대형 행사가 몰려 있기에 성수기로 꼽힌다. 더욱이 올해는 카타르 월드컵이 개최돼 추가 교체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 지속되고 경기 침체의 그늘은 더욱 짙어져 가계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 LG전자의 재고가 쌓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1분기부터 재고 관리와 출하량 조정 등을 통해 건전한 수준을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정희 상무는 “글로벌 TV 시장 수요가 감소하면서 TV 제조사와 유통 업체들의 재고가 증가한 건 사실”이라며 “1분기부터 출하량 조정으로 유통 리스크를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거나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이 잡히는 ‘돌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수요가 극적으로 살아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장 규모가 크고, 고가의 제품 구매 비율이 높은 유럽에서 소비 위축이 가속화 되고 있어서다. 게다가 유럽은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에너지 요금이 급등하면서 소비가 더 얼어붙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일단 삼성전자, LG전자는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해 나간다는 기조를 밀고나가기로 했다. 프리미엄 제품은 수요층이 확실하기에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다. 전체 시장 점유율에 영향을 미치는 대중적 모델은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선호도가 뚜렷한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익성을 만회해보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를 중심으로 고가의 생활가전 판매량을 늘리고 온라인 판매물량을 증대시킨다. 동시에 네오 QLED와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라이프스타일 TV 등 프리미엄 라인을 강화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 LG전자는 오브제컬렉션 등 프리미엄 가전 판매가격을 올리는 한편, 매출 효과가 입증된 신가전 라인업을 더 촘촘하게 구성한다. 또 OLED TV를 중심으로 마이크로 LED TV 등 프리미엄 TV 판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VIP마케팅이 더 공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신진 예술가와의 협업은 물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의 다각적인 협업이 적극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프리미엄 전략만으로는 3분기 수준의 수익성을 지켜내는 게 버거울 가능성이 높다. 물류비, 공급망 관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연말로 갈수록 치솟아서다. 이에 삼성전자, LG전자가 신사업 개척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플랫폼 사업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이미 TV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 했다. 기업간거래(B2B)를 통해 장기 계약이 가능하고, 광고 수익 등을 기대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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