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2서 OLED부터 마이크로 LED까지 신기술 총망라

70인치 이상 초대형 고화질 제품 대거 소개…기술력 과시

中업체, 상반기 매출 증가…QLED TV 시장서 존재감 높아져

韓 영향력 굳건한 프리미엄 집중…수익성-中 견제 꾀할 듯

IFA 2022가 열리는 메세 베를린에 위치한 시티 큐브 베를린의 삼성 타운에서 모델이 영상디스플레이 전시존의 마이크로 LED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IFA 2022가 열리는 메세 베를린에 위치한 시티 큐브 베를린의 삼성 타운에서 모델이 영상디스플레이 전시존의 마이크로 LED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삼성전자, LG전자가 혁신 디스플레이 경쟁을 펼친다. 초대형·고화질은 기본, 디스플레이의 형태까지 바꾼 TV·모니터를 IFA에서 앞다퉈 선보인다.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4분기를 앞두고 열리는 IFA는 현지 시장에 브랜드를 각인시킬 수 있는 행사다. 월드컵과 같은 대형 호재에도 TV 업황이 밝지 않다는 점에서 중요도가 더 커졌다. 

특히 올해 출사표를 쓰는 삼성전자, LG전자의 각오는 남다르다. 중국 TV제조업체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가성비 제품으로 저가 시장만 공략한다고 평가절하 하기에는 점유율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세계 최초’ ‘업계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내세워 차별화된 시청 경험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반기 수요 둔화는 물론, 매섭게 추격하는 중국업체들에 대한 견제구를 날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벤더블 게이밍 올레드 TV인 플렉스. 사진. LG전자.
벤더블 게이밍 올레드 TV인 플렉스. 사진. LG전자.

‘구부리고 펼치고’ 디스플레이의 진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나란히 구부린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TV·모니터를 공개한다. 모두 상하 각도와 높낮이를 조절하거나 가로·세로 전환을 할 수 있어 시청환경을 고려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게이밍 모니터인 오디세이 아크를 준비했다. 최근 출시된 오디세이 아크는 55인치 대화면에 1000R의 곡률을 구현한 스크린이 강점이다. 1000R은 반지름 1000mm 원이 휜 정도를 뜻한다. 평면 디스플레이보다 몰입감이 커져 마치 우주선에 앉아 있는 듯한 시청 경험을 구현한다. 

게이밍 모니터답게 관련 기능들도 고스펙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55인치 게이밍 스크린 중 같은 수준의 주사율을 지원하는 제품이 없다”며 ”대형 스크린 중 최고의 게임 성능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4K 해상도에 165Hz 고주사율, GtG 기준 1ms의 응답속도를 갖췄다. 스트리밍 게임 플랫폼 연동 서비스인 삼성 게이밍 허브가 내장돼 내려받지 않고도 엑스박스 게임패스나 엔비디아의 지포스나우와 같은 클라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활용성을 고려한 기능들도 탑재됐다. 화면은 원하는 크기와 비율로 조절된다. 27인치까지 화면을 줄이거나 16:9·21:9·32:9 등으로 비율을 조정해 게임의 종류와 콘텐츠 특성에 따라 화면을 입맛대로 구성할 수 있다. 또 최대 4개까지 화면을 나눠 게임을 하는 동시에 중계방송을 보는 게 가능하다. 

LG전자도 게이밍 모니터를 소개한다. 울트라 기어 올레드 게이밍 모니터는 4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 800R 곡률을 적용했다. 240Hz 고주사율에 GtG 기준 응답속도는 0.1ms의 응답속도를 갖췄고, 게이밍 최적화 기능도 넣었다. 화면 끊김을 최소화하는 그래픽 호환, 명암을 조절하는 다크맵 모드, 입력신호 지연을 최소화하는 액션 모드, 화면 중앙에 조준점을 표시하는조준점 모드 등이 대표적이다. 

더 진화된 TV도 등장했다. 벤더블 게이밍 올레드 TV인 플렉스는 아예 화면을 가변형으로 설계했다. OLED 패널은 최대 900R 범위 내에서 총 20단계로 구부릴 수 있다. 뉴스를 볼 때는 평평한 화면으로 보다가 게임을 할 때는 커브드로 즐기는 식이다. 

특화된 사용자 환경(UI)과 사용자 경험(UX)부터 내장 마이크, 에코캔슬링을 적용한 클리어 보이스채팅, 자주 쓰는 설정을 불러오는 프리셋, 게임 장르에 따라 화질·음향을 최적화하는 게이밍 보드 등 게이밍 기능들도 탑재됐다. LG전자는 사용성을 고려해 TV를 PC와 연결해 모니터처럼 사용할 있도록 USB 스위칭 허브를 추가했다. 또 42인치 외에 27·32인치로 화면을 조절하는 기능도 넣었다. 

모델이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98인치 네오 QLED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모델이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98인치 네오 QLED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더 크고 더 선명한’ 디스플레이의 향연

이번 IFA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또다른 공통 전략은 프리미엄이다. 더 큰 화면에 고화질을 구현한 제품들로 한 대 가격만 수천만원대에 달한다. 경기에 상관없이 구매력을 과시하는 프리미엄족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제품들이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네오 QLED 라인업에 98인치를 추가했다. 98인치 네오 QLED는 화질과 음향 모두 전작보다 개선됐다. 빛의 밝기를 1만6384단계(14비트)로 세밀하게 조정하고 4개의 우퍼로 120W 6.4.4채널을 지원하는 시네마 무빙 사운드를 탑재했다. 또 화면 베젤과 뒷면을 금속으로 마감하고 두께를 35% 이상 줄였다. 네오 QLED 8K에만 적용됐던 멀티뷰를 지원해 TV 한 대로 4개의 화면을 즐길 수 있다. 

LG전자 역시 올레드 TV 라인업을 확장했다. 가장 고가인 에보는 갤러리 에디션을 선보인다. 97인치의 화면에 5세대 인공지능 알파9 프로세서를 탑재해 해상도와 화질, 음향을 향상시켰다. 변환하는 음향처리기술 등으로 초대형 TV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음성으로 채널을 바꾸거나 전원을 끄고 켤 수 있고, 스마트폰 영상을 바로 TV에서 보는 것뿐만 아니라 한 화면에서 동시에 TV·스마트폰 화면을 볼 수도 있다. 

신제품 출시로 LG전자는 40인치대부터 90인치대까지 OLED TV 풀라인업을 구축한 것은 물론, 70인치 이상 초대형 역시 7개에서 10개로 늘렸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힘을 준 점도 눈길을 끈다. 바로 마이크로 LED TV다. 마이크로 LED는 사람 머리카락 하나의 굵기 정도의 100마이크로미터(㎛·백만분의 1미터) 이하 발광다이오드(LED) 소자를 촘촘하게 이어 붙여 만든다. 각 소자가 RGB(빨강·초록·파랑) 3원색과 빛을 내기 때문에 밝기, 색 재현력, 명암비 등을 탁월하다. 자발광 소자인 만큼, 백라이트나 컬러필터 같은 구조가 필요 없어 기존 디스플레이보다 두께를 줄일 수 있고, 내구성과 효율성도 우수하다. OLED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열화나 번인(burn-in)도 일어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76인치부터 114인치까지, LG전자는 136인치를 전시한다. 

모델들이 97인치 올레드 에보로 영상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사진. LG전자.
모델들이 97인치 올레드 에보로 영상콘텐츠를 즐기고 있다. 사진. LG전자.

‘중국은 흉내낼 수 없다’ 초격차에 힘 싣는 삼성·LG

삼성전자와 LG전자는 IFA를 초격차에 힘을 싣고 있다. 초대형 고화질에서 나아가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망라했다. 똑같이 마이크로 LED TV의 역할을 키웠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전 세계 TV 시장 1·2위를 수성 중인 삼성전자, LG전자는 기술력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전시회 때마다 특장점을 부각시키고 상대를 견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는 양측 다 디스플레이 신기술을 조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 업계에서는 시장의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상반기 전 세계 TV 출하량은 9260만45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9910만9000대)와 비교해 6.6% 줄었다. 판매액도 475억달러로, 전년(543억달러) 대비 12.5% 감소했다. 엔데믹 체제로 전환되면서 보복소비 특수가 사라졌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공급망과 물류가 차질을 빚은 결과다.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으로 TV 교체 수요가 급격히 꺾였다. 실제 견조한 성장세를 보여줬던 OLED TV 출하량은 2분기 18.1% 감소한 125만6000대에 그쳤다. OLED TV 출하량이 감소한 것은 2020년 2분기 이후 2년 만이다. 

삼성전자, LG전자도 수요 둔화를 피하지 못했다. 두 회사의 상반기 합산 점유율(금액 기준)은 1년 사이 50.1%에서 48.9%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업체들은 2.4%포인트 늘어난 27.1%를 기록하며 점유율을 늘렸다. 한국과 중국의 점유율 격차가 23.3%에서 21.8%로 좁혀진 것이다. 저렴한 가격과 탄탄한 내수 시장 덕분에 중국업체들은 이미 출하량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여기에 매출이 증가했다는 것은 고가의 제품들 비중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중국업체들의 기술력이 진일보 됐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프리미엄 LCD 기반의 QLED TV 시장에서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업체들의 점유율 증가세는 무서울 정도다. 삼성전자, LG전자가 초격차를 내세운 이유다. 

신기술을 적용한 초대형 고화질 TV를 제조할 수 있는 회사는 극히 드물다. 게다가 삼성전자, LG전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풀라인업을 구축한 상태다. 때문에 프리미엄 TV를 내세워 중국을 견제하고 수익성을 지키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LG전자의 프리미엄 TV들은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 상반기 2500달러 이상 시장과 80인치 이상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53.6%, 48.6%를 가져갔다. LG전자 역시 OLED TV 시장에서 62%를 차지했다. 40인치대와 70인치대가 각각 81.3%, 17% 증가해 중형부터 초대형까지 경쟁력이 강화됐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초대형 TV는 기술력의 격차가 확연히 드러난다”면서 “게다가 중국시장을 잡지 못한 삼성전자, LG전자는 다른 지역에서 영토를 공격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초격차를 강조하는 것도 신기술 선호도가 높고 구매력이 높은 북미, 유럽을 겨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