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실적 악화에 수익성 고민 깊어져
수수료 ↓ 배당금 ↑ 장기적 불안 요소
데이터 산업·플랫폼 등 新사업 찾기 열중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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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긴축 경영을 통해 허리띠를 졸라맸던 카드사들이 불투명한 미래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서 수익성 고민은 깊어지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주요 수입원인 수수료의 감소세가 좀처럼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저조한 실적에도 1조원이 넘는 배당금을 지급하면서 카드사들 스스로 성장을 저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특히 이달 중 출시 예정인 애플페이를 포함해 기존 삼성페이 등이 포진한 간편결제 시장이 더욱 커지면서 카드사들의 설 자리가 점차 줄어 들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카드업계 또한 실적 감소를 타개하기 위한 신사업 진출에 보다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확실한 대안을 찾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실적 공시를 마무리한 주요 카드사 다섯 곳(신한·삼성·국민·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총합은 2조393억원으로 전년(2조965억원)대비 572억원(2.7%)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단행된 카드 결제수수료 인하가 실적 성장에 발목을 잡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카드 결제는 늘고 그간 코로나19로 판매관리비 등 사업비용은 줄었지만 실적 상승은커녕 3년간 지속적으로 낮춰왔던 결제수수료가 결국 실적 하락을 견인했다.

실제 지난해 전체 카드 가맹점 중 96%의 결제수수료가 인하되면서 수익성 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적격비용 산정제도는 지난 2012년 처음 시행에 들어간 이후 매번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카드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사람을 줄이고 사업비도 줄였지만 당기순이익도 줄었다"며 "주요 수익원인 수수료가 인하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은 부진했지만 국내 주요 카드사들의 배당금 규모는 확대됐다. 1조원이 넘는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카드사의 장기적 성장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최근 국내 7개 전업 카드사 중 삼성·현대·롯데·우리 등 4개 회사는 올해 배당금 규모를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카드는 배당 성향을 43%까지 낮췄지만 순이익이 늘며 배당금 규모가 커졌다. 지난해 2454억원이었던 배당금은 올해 2668억원으로 증가했다.

우리카드도 전년보다 7억원이 늘어난 409억원의 배당금을 결정했고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모두 배당금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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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실적 부진 예상, 과도한 이자 장사 비판도

문제는 이러한 수수료 인하와 배당금 증가가 카드사에겐 장기적인 실적 부진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카드 결제액은 사상 첫 1100조원에 육박하는 등 일상 회복을 통해 결제실적도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실질적으로 순이익 증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카드업계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순이익·연체율 등 경영 지표가 좋지 않고 실적을 끌어올릴 구체적인 방안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배당금을 확대하고 나서자 전문가들은 카드사의 경영환경 악화가 고객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객 혜택은 줄이고 대출은 법정 최고금리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배당을 확대하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당국도 카드사의 배당 확대 움직임과 관련해 고배당 보다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가 먼저라고 당부하고 있다. 배당금이 늘어난 만큼 자본금이 줄어드는데 올해 경기 침체 악화로 외형 확대보다 건전성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충분한 손실 흡수능력과 자본 여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롯데카드.
사진. 롯데카드.

어려워진 상황 속 새 희망 찾기

성장 여력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들은 신사업 확장·리스크 관리 등 체질 개선을 통해 생존전략을 새롭게 세우고 있다. 지급결제 시장 내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각 사별 페이(pay) 서비스를 종합생활금융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각오다.

특히 PLCC와 간편결제에 주목하고 있다. 그간 위기가 닥쳐오면 혜택을 강화한 신상품으로 고객들의 흥미를 이끌었다면 혁신을 앞세운 PLCC와 간편결제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오는 21일 국내 도입을 앞둔 애플페이는 물론 롯데카드의 '로카페이', 하나카드의 '원큐페이' 등은 사용하는 고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꾸준히 쌓아왔던 고객 데이터도 신규 먹거리로 이용할 예정이다. 신한카드는 민간데이터댐 'GranData' 사업으로 공공기관·민간기업에 고객·시장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고 KB국민카드는 이업종 데이터와 공공 데이터를 결합해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머신러닝과 AI를 기반으로 마케팅 체계를 개편했고 현대카드와 하나카드 등 다른 카드사들도 데이터 세분화와 결합을 통해 보험과 환전, 생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고객에게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실적 악화가 계속되고 있지만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대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며 "데이터와 해외 시장 확대로 신 수익원을 확보하는 게 장기적인 대안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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