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이용액 3년 새 2.5배 ↑
빅테크 점유율 상승·카드사는 하락
카드사 '오픈페이'로 맞섰지만 역부족
경쟁보단 협력 통해 점유율 올려야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간편결제 시장이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용액은 3년 새 2.5배 가량 증가했고 이러한 성장세에 발맞춰 삼성·현대자동차·애플 등 다양한 업체들도 페이 전쟁에 참여 중이다.

점차 커지는 페이 시장을 보며 카드업계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입지는 좁아지고 카드 결제도 점자 줄고 있어서다. 경쟁력 확보에서 밀리고 있는 카드사들은 '오픈페이'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했지만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주도권 장악이 어려워진 '페이 전쟁'에서 카드업계가 향후 더 많은 업체의 진입에 대한 대응을 위해 '대항'보단 '협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 10일 특허청에 현대페이 상표권을 출원했다. 해당 현대페이는 자체 차량 쇼핑몰, 전기차 충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편결제 시장 오프라인 부문 1위이자 1900만명의 이용자를 갖고 있는 삼성페이와 28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네이버페이도 지난 27일 손을 잡았다.

삼성페이 사용자들은 55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비롯해 네이버페이 온라인주문형 가맹점에서 삼성페이를 통해 간편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페이 사용자들의 오프라인 결제 경험도 강화될 전망이다.

소문만 무성했던 애플페이 역시 곧 소비자들을 만난다. 지난 8일 현대카드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애플페이의 출시를 알렸다. 애플페이는 다음 달 초쯤 국내에 정식으로 상륙할 예정이다.

e-커머스기업인 쿠팡도 이미 자체 간편결제 서비스인 쿠팡페이(쿠페이)를 선보였고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도 지역 기반의 간편결제 서비스 당근페이를 출시한 상태다.

삼성, 쿠팡 등에 이어 현대차까지 간편결제 시장에 합류하는 이유는 무한한 성장성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금액은 일평균 7232억원으로 코로나 전인 2019년 상반기(2876억원)와 비교하면 3년 새 2.5배가량 증가했다. 이용 건수는 8.3% 증가한 2317만건으로 금액과 이용 건수 모두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다.

전문가들도 추후 일반적인 실물 카드 결제는 사라지고 각종 페이로만 결제하는 세상이 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용자 선점을 위한 발 빠른 움직임라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간편결제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일반적인 금융사뿐 아니라 IT, 유통 등 다양한 업체에서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며 "결국 금융사와의 경쟁이 아닌 페이 시장 자체 경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파이낸셜이 20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모바일 결제 경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로고.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와 네이버파이낸셜이 20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 사옥에서 모바일 결제 경험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로고. 사진. 삼성전자. 

초반 주도권 내주고 '오픈페이'로 점유율 확대

간편결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초반 주도권을 내준 카드사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독자적 플랫폼을 구축한 빅테크 기업에 밀리면서 경쟁력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카드사를 포함 금융업계 전반에 간편결제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지만 기존 업체를 따라잡는 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네이버 등 전자금융업자들의 시장 내 점유율은 지난 2016년 27%에서 지난해 상반기까지 50%까지 상승한 반면 카드사들은 같은 기간 57%에서 26%까지 감소했다. 결제를 위해선 실물 카드를 사용하던 시대와 비교하면 초라한 점유율이다.

하나금융연구소 관계자는 "단순히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것만으로는 빅테크 간편결제앱을 능가하여 성공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빅테크 대응을 위한 오픈페이 서비스를 통해 점유율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오픈페이는 한 카드사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해 타 카드사들의 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다.

신한·KB국민·하나 등 카드사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자사의 오픈페이 서비스를 운용하고 있고 롯데카드는 지난 21일 '로카페이'를 출시하며 후발주자로 합류했다. BC카드는 다음 달, 우리카드는 6월 중 서비스에 나서며 NH농협카드는 하반기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카드사들이 통합 서비스를 개시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결과가 긍정적일지는 미지수다. 업계 2·4위이자 시장 내 점유율 약 34%를 갖고 있는 삼성카드와 현대카드가 참여를 확정하지 않으면서 '반쪽짜리' 페이라는 비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오픈페이가 시작하고 많은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어렵지만 점유율을 올리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신한카드가 진행한 '애플페이 관련' 설문조사. 사진. 신한카드.
최근 신한카드가 진행한 '애플페이 관련' 설문조사. 사진. 신한카드.

투자보단 장기적인 협력 관계 구축이 우선

다만 전문가들은 이미 초반 선점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에서 경쟁을 위한 투자보단 이해관계 득실을 따져 '협력'을 통해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특히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플랫폼 사가 갖고있는 만큼 카드사들 역시 어떤 방식으로든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현대카드도 애플페이와 빠르게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곧 시작될 서비스에 대응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정태영 부회장까지 애플페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점유율 올리기에 노력하는 중이다.

업계에선 애플페이가 본격적으로 출시되면 현대카드의 점유율 역시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사 시장점유율은 삼성카드가 17.8%로 2위, 현대카드가 16%로 3위였지만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업계 1위인 신한카드도 자체적으로 시장조사에 나서며 애플페이 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20일부터 6일간 자사 고객들 중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애플페이 관련 수요조사'를 진행했고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애플페이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에 대해 신한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 계약 및 도입 등에 대해선 아직 내부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오픈페이만으론 한계가 있다"며 "결국 다른 간편결제 플랫폼과의 협력이 카드사에겐 더욱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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