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측, 내부절차 패싱 KT 대표 인선 반대의사
관치금융, 예측가능성 낮추는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

지난해 12월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서울 서대문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국민연금공단
지난해 12월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서울 서대문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국민연금공단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 국민연금이 최근 구현모 KT 대표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가운데, 현 정부 들어 금융권을 중심으로 부각됐던 관치금융이 민간금융사를 넘어 국민연금까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금융에 이어 산업계 CEO 인사에까지 개입하면서 또 한번 낙하산 인사 논란이 발생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6일 KT에 따르면 KT 이사회 멤버 중 이강철 사외이사가 지난 2022년 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이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사회수석을 역임한 바 있다.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이 이사가 사퇴 의사를 표하면서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구현모 현 KT 대표이사 연임을 둘러싼 여권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국민연금은 지난 28일 KT 이사회가 구 대표를 차기 CEO로 추천한 것에 대해 '경선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보도자료를 통해 반대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특히 현 정부가 선임한 국민연금 주요 인사들은 공식 석상에서 소유분산기업 인선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해 취임 100일 기념 간담회에서 "소유지분이 광범위하게 분산된 기업들에 대한 건강한 지배구조 구축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때가 됐다"라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소유분산 기업의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서원주 기금운용본부장도 취임식에서 소유분산기업의 '셀프연임' 등 CEO 선임 절차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서 본부장은 "KT와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 분산 기업들이 CEO 선임을 객관적·합리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해야 불공정 경쟁이나 셀프연임, 황제연임 우려가 해소되고 주주가치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전담조직 패싱하고 정부 인사가 특정기업 언급한 건은 이례적... '관치금융' 논란

업계에서는 과거와 달리 국민연금 내 몇몇 정부 인사가 특정 기업을 언급하며 반대 의사를 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이번 두 인사들의 발언은 국민연금 내 주주권 행사 자문조직인 '수탁자전문책임위원회'도 패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 정부가 선임한 인사들이 독단적으로 국내기업 CEO 선임에 관여하는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연금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KT 구현모 대표 선임 반대 보도나 공식석상 발언은 수탁자책임위원회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특정 권력에 따라 움직였다는 논란으로 수탁자책임원칙과 수책위를 도입했다"며 "이를 패싱하고 발언한 것은 결국 국민연금이 또 다시 권력에 따라 휘둘리고 있음을 반증 하는것"이라고 비판했다.

민간금융지주 인사에도 '관치금융' 확대...신뢰성 낮추는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

현 정부의 '관치금융' 논란은 비단 국민연금 뿐 아니라 민간금융지주사 수장 인선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우리금융, 신한금융, BNK금융 등의 인사와 관련해 연일 민감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 구혜정 기자

이 원장은 지난 11월 연임 도전을 앞둔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거취를 두고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당시 손 회장이 라임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받고 얼마 되지 않는 시점에서 언급한 터라 파장이 컸다.

지난달에는  3연임을 앞두고 물러난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용퇴를 놓고 이 원장은 "매우 존경스럽다"고 평가하며, 또 다시 우회적으로 연임을 고려 중인 손 회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또한 BNK금융그룹 회장 인사와 관련해서도 “후보 중 오래된 인사거나 정치적 편향성이나 타 금융기관에서 문제를 일으켜 논란이 됐던 인사가 포함돼 있다면 사외이사가 알아서 걸러주지 않을까 한다"며 금융권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ESG 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관치금융의 문제는 현 정부에 반하는 인사가 CEO로 있을 시 투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있어 국내 기업에 대한 신뢰성과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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