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고환율 발(發) 퍼펙트스톰 맞은 2022년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 등 상당수 지표가 ‘악화일로’
하반기 단기자금 시장 경색은 내년 전망 어둡게 해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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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올 한해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백척간두(百尺竿頭) 위기의 연속이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경제 상황을 대변하는 거의 모든 지표는 최악의 상황까지 도달했다.

기준금리는 약 10년여 만에 3%대를 돌파했고, 이에 영향을 받은 주요 금융권 내 대출 금리는 상단 기준 연 8%를 터치했다. 여기에 미국발 긴축 폭풍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500원에 육박하며 수출입을 포함한 국내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미쳤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단지 올해만으로 끝날 거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당장 한국은행과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단언했고, 이에 따른 대출금리 인상도 사실상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를 시발점으로 불거진 단기자금 시장의 경색 역시 정부와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에도 당장 해소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그런 까닭에 금융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올해 못지않은 퍼펙트스톰(복합위기)가 닥쳐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한다. 자연스레 위기관리의 선봉에 서야 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처법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1년 새 2.25%p’ 오른 기준금리

올 한해 금융시장의 거의 모든 부실 뇌관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기준금리’였다. 한때 6%대를 넘어섰던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통화정책 카드를 꺼내 들면서 대출 금리 폭등, 이자 부담 증가, 원화 약세 등과 같은 다양한 후폭풍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국내 기준금리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상승세를 보였다. 수년간 이어진 ‘제로(0)금리’ 시대의 종료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0.25%p 수준의 점진적 인상뿐 아니라 그간 본 적 없는 0.5%p 인상, 소위 ‘자이언트스텝’도 단행하며 금리인상에 속도를 냈다.

이같은 금리 인상을 통해 한국은행이 당면과제 중 하나인 ‘물가상승률 안정’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을 보인다. 올해 1월 3.6%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은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며 지난 7월 6.3% 수준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한은의 빅스텝 등 강도 높은 금리 인상 이후 물가상승률 역시 한 폭 꺾이며 12월 물가상승률은 전월과 동일한 5.0% 수준을 기록하며 올해를 마감했다.

다만, 이러한 월간 물가상승률의 안정화에도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역대급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 수준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불거진 지난 1998년(7.5%) 이후 최고 수준의 상승 폭이다.

올해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 변화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올해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 변화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폭증한 금리, 차주는 이자부담 ‘휘청’

이 같은 기준금리의 인상은 자연스레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등 주요 대출 상품의 금리 인상으로 연결됐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연 4~5%대를 기록했던 신용대출과 주담대 금리는 현재 7%대 중후반 선까지 치솟았다.

금융업계에서는 만약 최근 금융당국의 금리인상 자제 권고가 없었다면, 대출 금리가 이미 8%를 넘어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도 한국과 미국 모두 물가상승률이 잡힐 때까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대출금리의 8%대 진입 역시 현실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러한 대출 금리의 인상은 이자 부담 증가에 따른 취약 차주의 양산이라는 또 다른 부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금리(1.75%)를 기반으로 금리가 2.0%p 인상돼 3.75%에 도달하는 상황을 가정해본 결과, 취약 차주의 연체율은 5.6%에서 7.3%로 1.7%p 상승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자영업자 연체율 또한 5.7%에서 9.3%로 3.6%p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 다른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될 때 전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약 3조3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된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 인상분(2.75%p)을 감안하면 그간 불어난 이자만 36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금리 인상에 따른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그간 꾸준히 줄었던 은행권 내 연체율도 지난 10월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국내 은행권 내 대출 연체율은 0.24%로 전월 대비 0.03%p 상승했다. 물론 수치상으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코로나19 금융지원과 같은 조치에 따른 소위 ‘착시 현상’이 깊게 반영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거대한 부실 폭탄이 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전망은 암울…“희망은 있다”

또 하나의 부실 트리거로 급부상한 것이 바로 단기자금 시장의 위축이다.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채권시장의 경색은 은행채 발행 전면 금지, 그리고 소위 ‘95조원+α’로 대표되는 정부‧금융권의 유동성 공급 조치로까지 이어졌다.

물론, 최근 이같은 조치의 여파로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이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은행채 발행 또한 일부 재개되며 단기자금 시장의 경색도 일부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업어음(CP) 시장의 위축세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데다, 내년 1분기 내 만기가 도래하는 PF-ABCP 또한 30조원에 육박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단기자금 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이처럼 올 한해 지속된 금융시장의 위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연스레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단 정부는 최근 공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취약계층 금융 지원 △자금시장 경색 방지 위한 유동성 공급 △대출 상환 과정에서의 연착륙 지원 등의 키워드를 공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조치가 지금까지 발표된 조치의 이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새로운 혹은 기존 방안의 후속 조치에 대한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의 위기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전반의 위기와도 흐름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제상황이 다소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하반기부터 다소 회복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내년 경제성장률은 지난 2009년 이후 14년 만에 1%대(1.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내년 상반기에 수출, 민생 등의 어려움이 집중되겠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회복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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