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p 인상 시 한은 금리 목표치 3.5% 도달
불확실성 고조에 최종 목표치 수정 가능성도
연말까지 인상 기조 유지 가능성엔 ‘물음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해 국내 금융‧경제 부문의 최대 화두였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생각이 없다는 확고한 견해를 밝힌 가운데, 한국은행 역시 이같은 미국의 긴축 기조를 따라갈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장 금리 인하를 검토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며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서는 당장 다음 주 열릴 한국은행의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 약 0.25%p 수준의 금리 인상을 일컫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연초부터 단행되는 금리인상이 자칫 경기침체 시그널로 인식될 수 있는 데다 최근 공개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소 안정화된 수준을 보였다는 점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기준금리가 2.25%p 오르며 연 3.25% 수준까지 치솟은 가운데, 올해 기준금리 정책 또한 당분간 지난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기준금리 인상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포함해 각종 경제지표가 여전히 금리 인상을 가리키는 높은 수준을 보이고 , 미국을 포함한 주요 글로벌 국가들 역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5%대 고물가, 금리 인상은 ‘불가피’

사실 금융당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지난 2021년 제로금리 시대가 종결을 고한 이후, 총 두 차례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하는 등 총 2.25%p 수준의 기준금리가 인상됐지만 아직 추가 인상 여력이 남아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주장이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발표한 ‘2023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수렴할 수 있도록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운용 기조를 올해도 지속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통상적으로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의 핵심 목표로 ‘물가상승률 안정화’를 꼽아왔다. 한국은행이 생각하는 안정화 수준(2%)으로 물가상승률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기준금리 인상 및 인하, 또는 동결 등을 결정해왔다.

특히, 한국은행의 경우 지난 1년 넘게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속에서, 이같은 금리 인상의 핵심 이유 중 하나로 높은 물가상승률을 언급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한때 6%대에 진입하며 우려를 자아냈던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한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조금씩 하락하는 등, 금리 인상의 효과 또한 조금씩 현실화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 이번 달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가장 핵심 근거 또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라는 점은 눈길을 끈다.

지난달 말 공개된 12월 물가상승률은 전월과 동일한 5.0%를 보였다.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연속 5%대 이상을 기록하며 한은의 목표치(2%)와는 다소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 지난 7월 이후 점차 안정화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을 보였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5.1%를 기록하며 IMF외환위기가 불거진 지난 1998년(7.5%)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일단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지난해와 달리 다소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속도 부문에서는 시장의 기대치보다 다소 둔화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공공요금 인상 등이 상방리스크, 경기 둔화 폭 확대 가능성 등은 하방리스크로 각각 잠재해있어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서도 “당장 올해 초에는 소비자 물가가 5% 안팎의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이 예측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5% 수준이다. 지난해보다는 다소 완화된 수치이지만, 한은의 목표치인 2%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주요 국가 기준금리 '첫 인상' 시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주요 국가 기준금리 '첫 인상' 시점. 디자인. 김민영 기자.

미국 쫓는 한국 기준금리, 올해도?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케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다.

지난해 미국 연준은 강력한 긴축 정책을 통해 매파적 본색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미국 연준 또한 한은과 마찬가지로 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쳐왔다. 그리고 한때 9%대까지 진입하는 등 미국 내 물가상승률이 고공비행을 이어가자,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4회 연속 단행하는 등 속도감 있는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0.25%에서 출발한 미국 기준금리는 1년 사이 무려 4%p나 오르며 최종 4.25% 수준까지 도달했다. 이는 지난 2007년 9월(4.75%) 이후 1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에 한국 역시 상승 폭의 차이만 있을 뿐, 동일한 흐름의 오름세를 가져갔다. 금리인상폭은 미국이 2%P 가량 컸지만, 금리인상 횟수는 같았고 특히 인상 시점의 경우에는 대부분 미국 연준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이는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될 경우,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 자본의 유출, 여기에 원화 약세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됐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미국의 금리정책에 한국이 선제 대응을 하는 방침으로 기준금리가 변화되어온 가운데, 내년에도 이러한 흐름은 동일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예측치가 다양하게 거론되지만,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한, 우리나라 역시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데는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 일치한다.

현재 미국 연준이 공개한 올해 말 미국 기준금리 전망치는 5%~5.25%, 최종금리 중간값 전망치는 5.1%다. 현시점에서의 기준금리(4.25%)를 고려하면 최대 1%p 수준의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치 또한 지난해 9월 전망치(4.6%)보다 0.5%p 높아진 수치였다는 점에서 상황에 따라 또 한번 높아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한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한은.

연말까지 금리 인상은 ‘무리’ 지적도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 여력은 아직 남아있지만, 과도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침체의 후폭풍을 이제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말 진행된 간담회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7% 수준인데, 이는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는 경계선”이라며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조정과 이에 따른 금융안정 저하 가능성 등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도 각별히 살펴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창용 총재가 기준금리 정책 설명 과정에서 ‘경기침체’를 언급한 건 취임 후 당시가 처음이었는데, 이제는 물가안정뿐 아니라 경기침체 또한 금리 정책의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 강력한 부실 뇌관으로 떠오른 은행채 발행이 일부 재개됐고 한때 5.5%까지 치솟았던 기업어음(CP) 금리 또한 불과 보름 새 5.2% 수준까지 하락(12월 28일 기준)하는 등 경색됐던 단기자금 시장에 다소 숨통이 트인 점 또한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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