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한도 완화 조치 시행…은행권과 차주는 실효성에 ‘시큰둥’

8% 육박한 금리-DSR규제 지속 등 ‘반쪽 완화’ 논란도 지속

“고정금리 이용하고, 실질적 규제 완화 조치 추가돼야” 주장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목적으로 지난주부터 시작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조치가 시작됐지만, 이번 규제 완화의 수혜를 내심 기대했던 은행권의 바램이 초반부터 어긋나는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실제로 지난주 규제 완화가 시행된 후에도 시중 은행권을 중심으로는 아직 대출 문의가 많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고, 여기에 더해 은행권에서도 이번 대출 규제 시행에 맞춰 별다른 대출 영업 강화 매뉴얼을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은행업계 내부에서는 DSR규제 완화뿐 아니라 연 9~10%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주담대 금리 역시 부동산 대출 시장의 해빙기를 미루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 까닭에 실질적인 부동산 대출 확대를 위해서는 별도의 금리 안정 및 대출 완화 추가 조치, 나아가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부동산 대출 규제 정상화 조치에도 은행권이 기대했던 실질적인 대출 확대로는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초부터 이어진 각종 규제와 고금리의 여파로 전반적인 가계대출 침체기가 길어지는 가운데,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서 대출 증가 효과를 기대했지만, 실질적 대출 확대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초반부터 실효성 논란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통계서비스 아파트투미에 따르면 규제 완화 조치가 시행된 이달 초(1일)부터 6일까지 진행된 아파트 실거래건수는 108건(서울 기준)이다. 이는 지난달 같은 기간, 실거래건수인 114건과 비교해 소폭 감소한 수치다.

4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4대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대출 풀어 시장 살린다”

최근 시행된 부동산 시장 연착륙 조치의 핵심은 전반적인 대출 규제의 완화다. 우선 규제지역에서 무주택자와 1주택자(기존 주택 처분)의 주택담보안정비율(LTV)를 50%로 일괄 적용하고, 투기 및 투기과열지구 내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도 허용한다.

기존에는 △규제지역 △보유 주택 수 △주택 가격 등에 따라 LTV를 20∼50%를 차등 적용하고, 투기과열지구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담대를 전면 금지해온 바 있다.

특히 규제지역 내 서민·실수요자의 경우 기존 4억원에서 최대 6억원 한도 내에서 70%까지 LTV를 우대해 최근 부동산 시장의 현실을 반영해 고가의 부동산 뿐 아니라 무주택자‧1주택자에게도 집값의 절반까지 대출을 지원, 주거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 역시 시행 초기부터 소위 ‘실효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규제를 완화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목적이지만 사실상 ‘반쪽 짜기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커지면서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기에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반쪽 규제 완화’의 근거로 거론되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지속이다. DSR규제는 이미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가 발표될 때마다 빠짐없이 거론됐던 변수다. 아무리 LTV를 완화해도 실질적인 DSR규제 완화 없이는 대출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DSR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을 뜻하는 지표다. 통상적으로 금융기관은 이를 통해 대출자의 상환능력을 가늠하는데, 지난 7월부터 적용된 현행 DSR 규제(3단계)에 따라 총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제2금융권 50%)를 넘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30년 만기로 4억원 대출(연 7% 금리)을 희망할 경우, 현행 DSR 규제를 근거로 최고 연 소득 7800만원(연 상환액 3200만원)을 초과해야 대출 집행이 가능하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DSR 규제를 지속하면 LTV 규제가 완화돼도 실질적인 규제 완화 효과는 적을 수밖에 없다”라며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 증가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내년 1월부터 조기시행되는 DSR 규제 강화 내용. 자료. 금융위원회
올해 초부터 조기시행 중인 DSR 규제 강화 내용. 자료. 금융위원회

반쪽짜리 규제 완화에 업계도 ‘시큰둥’

이러한 ‘반쪽짜리’ 규제 완화를 바라보는 은행권의 표정은 다소 시큰둥하다. 앞서 언급한 DSR 규제뿐 아니라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주담대 금리에 더해 추후 예상된 기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더욱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확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번 규제 완화 조치가 시행된 지난 1일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연 5.280∼7.725% 수준에 형성되며 연 8%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변동형에 비해 비교적 기준금리의 영향을 덜 받는 고정형 또한 연 5.470%∼7.548% 수준을 보이는 등, 전월 대비 상·하단 모두 0.3%p 수준 올랐다.

주담대 차주의 70% 이상이 사용 중인 변동형 금리 경우, 당장 이달 중 공개될 11월 코픽스(COFIX)가 발표 전후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연 8%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여기에 추후 기준금리 인상분까지 반영된다면 내년 초에 초유의 ‘연 10%대 금리’ 시대가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은행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34%로 2012년 6월(5.38%) 이후 10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주담대 금리의 경우, 연 4.82%를 기록하며 지난 2012년 5월(4.85%) 이후 가장 높은 수치에 도달, 가계대출 금리 전반의 오름세를 견인했다.

한편, 시중은행의 영업점에서는 이번 조치 시행 이후에도 주담대 관련 문의는 많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규제 완화 조치에 따라 설명 매뉴얼을 새롭게 마련하는 등 준비를 마쳤지만, 아직 이렇다 할 문의는 없는 상황”이라며 “이전과 크게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영업점 직원 또한 “요즘 주담대 관련 대출 문의 자체가 뚝 끊겼다”라면서도 “당장 대출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지면 이번 규제 완화의 효과도 좀 더 빛을 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시작에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시작에 앞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과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감소하는 주담대, 실효성 논란도

은행권에서는 이러한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고정금리 대출의 활성화를 통해 이자 부담을 일정부분 낮추고, 중산층을 포함한 서민들이 실질적 혜택을 볼 수 있는 추가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DSR규제 완화의 경우, 아무리 LTV가 완화돼도 DSR이 기존 40%로 고정되면 사실상의 혜택은 연봉이 높은 고소득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은행권에서도 이번 조치가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대출 감소세를 반전시킬 만큼의 효과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가계대출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으로 인한 주담대 감소가 지목되는 상황에서 대출 확대를 기대하기에는 이번 조치가 앞서 언급했듯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가계대출은 전 분기 대비 3000억원 가량 감소했는데 이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된 영향으로 분석됐다. 3분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6조5000억원으로 지난 1분기(8조1000억원)와 2분기(8조7000억원)에 비해 대폭 축소됐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부터 시행된 1억원 초과 대출자 대상의 DSR 규제 강화의 여파로 전반적인 주택 대출 시장이 침체되고 있다”라며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대출 확대를 통한 자금조달 가능성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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