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8월 CPI 8.3%, 9월 연준서 ‘자이언트스텝’ 기정사실화

한은 금리도 영향 불가피…이자 부담-경기침체 위험 ↑

8월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가 예상치를 웃돈 여파로 국내 원달러 환율도 13년 5개월만에 1390대에 진입했다.  오늘 오전 한 시중은행 딜링룸. 사진. KB국민은행.
8월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가 예상치를 웃돈 여파로 국내 원달러 환율도 13년 5개월만에 1390대에 진입했다. 오늘 오전 한 시중은행 딜링룸. 사진. KB국민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의 9월 정례회의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달 연준에서도 또 한 번의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 결정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기준금리 정책 및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 8월 소비자물가 지수가 예상을 깨고 시장 전망치보다 높게 나오면서, 지난 잭슨홀 회의에서 언급된 ‘강도 높은 긴축의 필요성’이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에도 힘이 실린다.

특히, 이번 9월 연준 이후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이 확실시되는 만큼, 한국은행 역시 추후 남은 두 차례 금통위에서 더욱 큰 폭의 금리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 정책으로 국내 금리 인상 속도와 폭이 예상치를 웃돌 경우, 이자 부담 증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현실화할 수 있다며 선제적 대비의 필요성도 조언한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 기준금리 정책의 가장 큰 고려 요소로 분류되는 미국 내 소비자물가 지수(CPI)가 공개된 가운데, 다음 주로 예정된 미 연준의 9월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이 결정될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현지 시각) 공개된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8.3%로 전월(8.1%) 대비 0.2%p 높아졌다. 9%대를 넘어섰던 지난 6월(9.1%)보다는 여전히 낮지만, 시장의 예상치를 넘어선 수치가 나왔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미국 현지에서는 8월 물가상승률이 전월과 마찬가지로 8%대를 유지하지만, 수치는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유가는 대폭 하락했지만, 미국 내 소비심리 위축과 식품‧주거비용 등 대다수 품목이 오르면서 물가도 오름세를 이어간 것으로 해석됐다.

6월 연준 FOMC 정례회의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FOMC 유튜브 캡쳐.
연준 FOMC 정례회의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FOMC 유튜브 캡쳐.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 현실화

이처럼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물가상승률이 공개되면서 미국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간 ‘멈춤 없는 금리 인상’을 강조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도 9월 정례회의를 앞둔 상황에서도 강력한 인플레이션 대응을 강조하며 큰 폭의 금리인상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가정·기업에 일부 고통이 따르더라도 금리 인상을 중단·유예하지 않겠다’고 밝힌 파월 의장은 최근에도 “우리가 그동안 해 온 것처럼 지금도 솔직하고 강력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며 “과업을 완수할 때까지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한 ‘과업’은 물가상승률을 목표치인 ‘2%’까지 낮추는 것이다. 현재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외 시선은 역시 미국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단행 여부로 모아진다. 그간 경기침체 우려를 근거로 빅스텝 수준의 금리 결정에 무게가 실렸던 현지에서도, 최근에는 자이언트스텝, 나아가 ‘울트라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1%p 인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8월 CPI 쇼크 이후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9월 FOMC에서 0.75%p 이상 금리 인상 확률은 100%, 전일까지 0%였던 1%p 금리 인상 확률도 22% 수준으로 전망됐다”라고 밝혔다.

한국은행 역시 미국 연준이 9월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최근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한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다음 주, 미 연준 FOMC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 결정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라며 “국내 금융·외환시장의 자본유출입, 원·달러 환율 등 주요 지표의 변동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기준금리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한은 기준금리도 ‘큰 폭 인상’ 불가피

이처럼 미국 연준이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정책 또한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미국 연준 정례회의 이후 내달 예정된 한은 금통위까지 약 한 달여간 한‧미간 기준금리는 0.5%p~0.75%p 수준의 역전이 불가피하다. 당장 이달 중 임시 금통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당장 한은과 주요 전문가들은 임시 금통위 개최 부분에는 일단 선을 긋는 모습이다.

특히, 금융시장에서는 그간 큰 폭의 금리 인상에 다소 소극적 입장을 취해온 한은 금통위가 이번 9월 FOMC 정례회의 결과에 따라 ‘빅스텝’, ‘자이언트스텝’에 준하는 수준의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고 예측한다.

그간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 정책에 ‘속도전’을 강조하면서도, 금리 인상 폭을 넓히는 데는 다소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로금리(0) 기조를 이어가던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이는 영국 중앙은행(21년 12월), 미국 연준(22년 3월), 유로존 중앙은행(22년 7월)보다 한발 앞선 금리인상이었다.

반면, 금리 인상 폭에서는 다소 소극적이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은 두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포함한 0.5%p~0.75%p 수준의 금리 인상에 나섰고, 유로존 중앙은행 또한 지난 추석 연휴 사이 진행한 통화정책회의에서 0.75%p 금리를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이는 지난 7월 빅스텝 이후, ‘추가적인 큰 폭의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은 한국은행과는 다소 상반된 행보다.

지금까지 한은은 점진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 연준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생각보다 커질 경우 자본 유출 및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된다면 빅스텝 또는 그 이상의 스텝 가능성도 대두될 가능성이 높다.

주요 국가 기준금리 '첫 인상' 시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주요 국가 기준금리 '첫 인상' 시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유례없는 금리 인상, 리스크 우려↑

만약,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질 경우, 하반기 가계부채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과 금융업계가 각종 정책금융 상품과 가산금리 조정 등으로 부채 경감에 나서고 있지만, 2분기 기준 예대금리차가 2.4%p 수준까지 벌어지는 등 이자 부담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 기준,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되면 가계대출자 한 명당 연이자 부담은 16만1000원 늘어난다.

0.25%p씩 두 차례 금리가 인상될 경우, 연말까지 1인당 부담해야 할 이자는 32만2000원 가량 늘어난다. 이미 지난 1년여간 2%가 오르며 이자 부담이 128만원 이상 늘었는데, 지금 추세라면 연말에는 늘어난 이자 규모가 150만원을 넘어서게 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발 정책금융 상품의 ‘사각지대’에 놓인 다중채무자 관련 리스크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더욱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별 다중채무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기준, 국내 금융권 전체 채무자 중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비중은 22.7%(450만9000명) 수준이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경제 능력이 취약한 20대 청년층과 60대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세대 내 다중채무자는 올 상반기에만 3만여 명 가까이 늘었는데, 같은 기간 경제활동을 지속하는 30대~50대 다중채무자가 2만여 명 가까이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진선미 의원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다중채무자를 중심으로 대출이 부실화될 우려가 있다”며 “청년층과 고령층을 비롯한 취약 차주의 채무조정, 대환대출 등을 고려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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