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떼서는 안돼’…종료 보름여 앞두고 재연장 가능성 ‘솔솔’

130조 넘는 ‘잠재적 부실’ 우려, 은행권은 “이자유예는 종료해야”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최근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의 다섯번째 재연장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진. 금융위원회.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코로나19 금융지원 공식 종료를 보름여 앞둔 가운데, 국내 시중은행 내부에서 또 한번의 ‘폭탄 돌리기’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는 입장을 천명해온 금융당국이 최근 또 한번의 추가 연장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업계 내부에서는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소위 ‘3고’ 위험이 가중되는 등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에 이같은 추가 연장 조치가 자칫 건전성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런 까닭에 재연장이 불가피할 시, 그간 요구해온 ‘이자 상환 유예 종료’ 조치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코로나19 금융지원의 재연장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5번째 재연장 가능성 시사한 당국

정부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대출만기 연장·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총 4차례 지원 조치를 재연장해왔다. 이를 통해 지난 1월 기준 만기 연장·상환 유예된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은 만기연장 116조6000억원, 원금 상환유예 11조7000억원, 이자상환유예 5조원 등 총 133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3월 재연장 결정에 따라 이번 조치는 계획대로라면 이달 말 공식 종료된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종료 기조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와의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이번 간담회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한목소리로 어려움을 강조한 만큼 이를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 같은 자리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중소기업‧자영업자의 호흡기를 떼어서는 안 된다.””며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의 재연장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사실상 두 명의 금융당국 수장이 모두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재연장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이는 불과 몇 달 전 이들이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실제로 김주현 위원장은 지난 7월 취임 간담회에서 코로나19 금융지원 재연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을 계속 끌고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종료 의사를 분명히 한 바 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는 고환율, 고금리의 지속으로 국내 경제시장의 환경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자칫 금융지원 종료가 또 다른 부실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먹구름’ 경제상황에 재연장 가능성 ‘솔솔’

실제로 다소 주춤해진 코로나19 확산세, 소비심리 개선 등으로 나아지는 듯한 기미를 보였던 국내 경제는 미국발 긴축압박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1400원대에 육박한 원‧달러 환율,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원자잿값 상승으로 다시금 불확실성의 그늘이 드리웠다.

실제로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워크아웃(채무조정)을 통해 대출 원금 50% 이상을 감면받은 사람은 3만77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사태가 터지기 전인 지난 2018년(1만9940여명)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올해도 연초부터 지난 7월까지 채무조정으로 원금 50% 이상을 감면받은 차주는 2만1500여명에 달했다. 지금의 추세라면 올해 전체 채무조정 차주 숫자는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 또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실 차주가 많은 상황에서 예정대로 금융지원을 종료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부실 차주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이러한 금융당국의 재연장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손꼽힌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미 연간 영업익으로 대출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 좀비차주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경기 불확실성이 좀 더 해소될 때까지 이들을 수면 아래로 잡아두는 게 오히려 나을 수 있다는 판단도 충분히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4대 시중은행 사옥. 사진. 각 사

한번 더 재연장? 은행권은 ‘리스크 부담’

반면, 실질적으로 금융지원 재연장 조치를 집행해야 하는 은행권의 입장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금리 인상의 지속으로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또 한번의 재연장은 결국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이자폭탄’을 더욱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가 처음 시작된 지난 2020년 4월 당시 기준금리는 0.5%로 사실상 ‘제로(0)금리’ 시대였다. 하지만 그간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9월 기준, 기준금리는 2.50%까지 치솟았다. 변동금리 비중이 80%를 넘어선 대출 시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시장 내부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 연말에는 3%, 내년 상반기에는 3.25%~3.5% 수준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약, 코로나19 금융지원이 9월 말 또 한번 6개월 연장된다면 예상 종료 시점은 내년 3월 말이 될 전망이다. 또 한번의 금융지원 연장 과정에서 기준금리가 최대 1%p 수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은행권은 이러한 금융당국의 입장에 대해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이미 금융당국이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더라도 금융권 자체적으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를 해줄 것을 사실상 ‘권고’해왔기 때문이다.

주요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 금리 및 이자 감면 △저금리로의 대환 대출 △코로나19 피해기업 대상 장기 분할 상환 유도 등 조치를 내놓을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까닭에 은행권에서는 지원 조치 재연장이 결정되더라고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재연장 상황에서 요구했던 ‘이자 상환 유예 조치 종료’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두 차례 재연장 당시에도, 은행권에서는 대출의 경우 연착륙 프로그램을 통한 단계적 상환을 고려하되 이자유예 조치는 예정대로 종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부실 징후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사실상 ‘이자 상환 능력’뿐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두 차례 재연장이 진행된 사이 금리 및 환율 인상 등으로 잠재적 부실 규모가 더 커졌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에는 이자 상환 유예 조치는 해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과거 재연장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다르고, 그간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정책금융 상품에도 적극 협조했다”라며 “만약, 또 한번의 재연장이 결정된다면 이자 상환 유예 조치의 해제는 수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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