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긴축정책 강화에…연말 1500원대 진입 가능성도 대두

고환율에 따른 경제 충격 우려, “충격 흡수 위한 정책지원 필요”

달러 관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달러 관련 이미지. 사진.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강달러를 넘어 ‘킹달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 연말 1500원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섬뜩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과 정부도 일단 앞서 언급한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대 진입을 막기 위한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 우려를 자아낸다.

일각에서는 한미 통화스와프 등 외교적 수단과 함께, 고환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언급한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매일 장 중 한때 1400원에 육박하는 등 연고점을 지속해서 경신하면서 환율공포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외부 변수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강달러 현상의 지속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1400원대 진입을 늦추고 환율 저항선을 확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활용하는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오름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89.5원)대비 0.5원 내린 1389원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이내 줄곧 상승하며 오후 2시 현재 1395.1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3개월 새 원·달러 환율의 흐름은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지난 6월 23일 1301.8원을 기록하며 지난 2009년 7월 이후 13년만에 1300원대를 넘어선 원?달러 환율은 이후 거침없는 오름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불과 1주일 전인 지난 14일, 역시 13년 5개월만에 1390원대를 돌파하며 강달러에서 ‘킹달러’ 기조로의 전환을 알렸다.

특히 지난 16일에는 장 시작과 함께 1399원을 찍으면서 1400원대의 턱밑까지 올라섰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가 예상치를 웃돈 여파로 국내 원달러 환율도 13년 5개월만에 1390대에 진입했다.  오늘 오전 한 시중은행 딜링룸. 사진. KB국민은행.
8월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가 예상치를 웃돈 여파로 국내 원달러 환율도 13년 5개월만에 1390대에 진입했다. 사진. KB국민은행.

미국 긴축에 열린 ‘킹달러 시대’

통상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소위 ‘경제위기’로 평가되는 시점에 주로 급상승했다. 실제로 국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한 건 IMF 외환위기가 불거진 1997∼1998년,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2009년의 두 차례였다.

최근의 환율위기는 국내보단 외부요인이 크게 반영됐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별화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급등의 원인을 달러화 강세와 상대적으로 하락한 원화 가치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8%대를 넘어선 물가상승률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도 두 달 연속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는데, 오는 20일부터 21일(현지시간)까지 진행될 9월 회의에서도 또 한번의 자이언트스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처럼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으로 달러화의 가치가 올라가는 반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비단 이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긴축으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는 그야말로 ‘빨간 불’이 켜졌다. 실제로 유로화,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6일 기준, 109.76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달러인덱스가 100보다 크면 달러화가, 100보다 작으면 주요 6개국 통화의 가치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한 오찬 행사에 참석해 “이번 환율 급등의 경우,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1400원 넘어 1500원 진입 전망도

문제는 이러한 환율 오름세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이번 환율 급등이 국내보단 외부 요인에 의한 흐름인데 미국의 긴축정책을 포함한 대내외 변수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국내 물가상승률의 가속화로 이어진다. 킹달러 기조가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미 시장에서는 환율 1400원대 진입은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이다. 시점 역시 앞서 언급한 미국 9월 FOMC 회의 결과가 발표될 21일 전후가 될 것으로 사실상 특정되는 분위기다. 미국 연준이 또 한번 자이언트스텝, 나아가 울트라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1%p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도 언급되는 만큼 달러 가치 및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대외적 불확실성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국내 펀더멘탈도 취약해지고 있다”며 “미 연준의 9월 정례회의 결과가 1400원 방어 성공 여부를 결정할 공산이 높은데 결과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 또한 “금융당국이 환율방어에 적극 나서기는 했지만 이번 주 FOMC 회의가 예정된 만큼, 환율 1400원 돌파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환율 오름세의 끝이 1400원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악화하는 국내 경제 상황이 원화 가치 하락에 반영되고, 미국 긴축에 따른 글로벌 경기 불황이 심화할 경우 1450원, 나아가 연내 15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어설 경우, 1450원, 나아가 1500원대까지 환율 상단이 열릴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소위 ‘킹달러’ 시대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환율방어를 위한 정책 수단의 강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구혜정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구혜정 기자

환율 충격 방어할 정책적 지원 필요

그간 정부와 금융당국은 환율방어를 위해 직간접적으로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왔다. 추경호 부총리와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필요시 정부와 금융당국이 적절히 개입할 수 있다”라고 구두 개입에 나섰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육박했던 지난 15일 오후에는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을 말하는 이른바 '도시락 폭탄' 이후 불과 40여 분 만에 환율이 7원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업계 내부에서는 이때 금융당국이 외환보유액을 동원, 환율방어에 물리력을 행사한 것으로 예측한다..

그럼에도 환율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상당수 전문가들은 한미 간 통화스와프가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그간 통화스와프 계약 당일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평균 3.3%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환율 하락 흐름은 약 2주간 지속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평균 0.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당장의 한미 간 통화스와프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화가 기축통화(국제 단위의 결제나 금융 거래의 기본이 되는 화폐)에 포함되지 않는 데다, 통화스와프를 위해서는 중앙은행 간 협의가 필요한데 아직 별다른 논의는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킹달러 기조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해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환율 상승에 의한 충격을 국내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 지원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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