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새벽 회의…0.75%p 인상 자이언트 스텝 전망 우세

고물과‧강달러에 연준 1%p 인상 시 한은 ‘빅스텝’ 불가피

6월 연준 FOMC 정례회의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FOMC 유튜브 캡쳐.
지난 연준 FOMC 정례회의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FOMC 유튜브 캡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회의가 국내 금융시장의 커다란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상당수 전문가가 자이언트스텝의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가운데, 예상치를 웃돈 미국 내 소비자물가 상승률(CPI)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1%p 올릴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 결과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향후 남은 회의에서 사상 두 번째 ‘빅스텝’을 단행할 수도 있다고 주목하고 있다.

특히, 14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둔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해 보다 큰 폭의 금리 인상 필요성도 이미 대두되고 있는 만큼, 연준의 결정이 한은의 빅스텝 가능성을 좌우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공개된 미국 내 8월 소비자물가 지수(CPI)가 시장의 예상치를 웃돈 가운데, 이번 주 진행될 미 연준의 9월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 나아가 보다 더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미국 전문가들은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 유가의 안정세의 여파로 전월(8.1%) 대비 소폭 하락한 8%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미국 내 소비심리 위축으로 식품‧주거비용 등 대다수 품목의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상승률은 8.3%를 기록, 오히려 전월 대비 0.2%p 상승했다.

기준금리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기준금리 변동 추이. 디자인. 김민영 기자.

지표 악화에 ‘울트라스텝’ 가능성 대두

일단 미국 내에서는 이번 9월 연준에서 예상대로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또 한 번의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 결정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당분간 ‘중단없는 금리 인상’을 시사해온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을 비롯한 주요 연준 이사들이 물가상승률 발표 전후로 9월 자이언트스텝의 불가피성을 수차례 거론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듯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면서, 일각에서 제기한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도 미국 내에서 힘을 잃는 모습이다.

다만, 이러한 물가상승률 흐름 속에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의 ‘울트라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1%p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FOMC에서 울트라스텝을 단행할 확률은 26%(16일 기준)로 집계됐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울트라스텝 가능성을 ‘제로(0%)’로 예측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이틀 사이에 가능성이 큰 폭으로 오른 셈이다.

페드워치란 미국 기준금리 선물의 가격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장 참가자들이 판단하는 통화정책 확률을 추산하는 것이다. 물론 여전히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만, 울트라스텝 가능성에 0%를 벗어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앞서 언급했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말 미국 기준금리가 4.00~4.25% 수준이 될 확률을 39%, 4.25~4.50% 수준을 38% 수준으로 보고 있다. 이달 초만 해도 상단 기준 4.25%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던 점과 비교하면 미국 내에서도 더욱 강도 높은 긴축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셈이다.

8월 금통위 회의 현장.  사진. 한국은행.
지난 8월 진행된 금통위 회의 현장. 사진. 한국은행.

美 울트라스텝→韓 울트라스텝?

이번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정책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정책에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미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이 예고된 상황에서 금리 역전, 그리고 금리 역전 폭에 따라 국내 물가상승률, 환율, 기준금리 등 핵심 경제‧금융지표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이번 연준이 연말 나아가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기준금리를 포함한 경제‧금융시장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만약, 미국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경우, 내달로 예정된 한은 금통위에서 그간 언급했던 대로 0.25%p 수준의 인상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포함한 금융당국 수장들이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에 대해 큰 우려가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창용 총재는 지난 8월 금통위 직후 설명회에서 “향후 연내 남은 두 번의 금통위에서 각각 0.25%p 수준의 점진적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며 “분명한 건 금리 인상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한 강력한 시그널을 보이기 위해 전격적으로 울트라스텝을 결정한다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정책 또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울트라스텝을 결정할 경우,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이전에 볼 수 없던 수준의 급격한 국내 외국인 자본 유출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한‧미 간 금리가 1%p라는 사상 유례없는 폭으로 역전됨에 따른 예상 불가능한 범주의 부정적 여파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미국이 울트라스텝을 밟을 경우, 한은 역시 사상 두 번째 빅스텝을 더욱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미 연준이 울트라스텝을 단행하고 내달 한은 금통위 전 공개될 미국 내 9월 CPI가 또 한번 오른다면 빅스텝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가 예상치를 웃돈 여파로 국내 원달러 환율도 13년 5개월만에 1390대에 진입했다.  오늘 오전 한 시중은행 딜링룸. 사진. KB국민은행.
8월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가 예상치를 웃돈 여파로 국내 원달러 환율도 13년 5개월만에 1390대에 진입했다. 한 시중은행 딜링룸. 사진. KB국민은행.

‘1400원 육박’ 환율, 금리정책 ‘변수’

여기에 최근 14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둔 원‧달러 환율도 미국 연준의 금리정책과 맞물려 향후 금리 결정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단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 기조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강달러 현상의 지속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1400원대 진입을 늦추고 환율 저항선을 확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활용하는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오름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 안정을 위해 꺼내 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가 바로 금리 인상이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의 특성상, 한미 간 금리 역전이 지속하거나 미국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원화 가치는 급속도로 하락한다. 이럴 경우, 외국인 자본 유출 역시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지난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장 중 한때 1399.0원까지 치솟으며 1400원에 육박했던 환율은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또는 그 이상의 조치로 1388.0원에 장을 마감했다. 그동안 IMF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 상황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1400원대를 기록한 적이 없다.

물론 추경호 부총리를 포함한 주요 금융당국 수장,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환율이 과거 금융위기 등 위험 요소에 따른 것은 아니라며“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장의 안정을 위해 금리정책의 변화 등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이 커지고 금통위 내부에서도 환율 및 금리차 관련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라며 “한은의 기준금리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높고, 목표 금리 수준도 올려잡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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