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3.25%까지 상승, 美 연준 “내년 전망금리 최고 5%”

외국인 자본 유출 현실화 우려…한은 ‘빅스텝’ 가능성도↑

9월 FOMC 정례회의 후, 브리핑에 참석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사진. 미국 FOMC 유튜브 캡쳐.
9월 FOMC 정례회의 후, 브리핑에 참석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사진. 미국 FOMC 유튜브 캡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미국 내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준비위원회(이하 연준)의 9월 정례회의(FOMC)가 결국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 결정을 내리며 마무리된 가운데, 국내 경제‧금융시장에도 적잖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미 미국 강달러 기조로 전 세계 원화 가치 하락에 의한 경기침체 현상이 추세화되는 가운데, 국내 시장 또한 금리정책 및 경제 전반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미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문제가 미국발 긴축 공포로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기에 다음 달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보다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도 불가피해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이번 정례회의 직후 공개된 점도표를 통해 미 연준이 올 연말 미국의 기준금리가 4.4%까지 오를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강력한 미국발 긴축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준이 지난 20일부터 양일간 진행된 9월 정례회의에서 세 번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국내 경제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연준의 결정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3.25%(상단 기준)까지 상승했다. 특히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 따르면 미국 연준은 올 연말, 나아가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4%대 후반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5% 금리 가능‧, ‘미국발 금리충격’

특히 일부 연준 위원들은 내년 최종 금리가 최고 5.0%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사실상 미국발 인플레이션 여파가 올해를 넘어 내년까지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 연준은 물가상승률 억제와 같은 인플레이션 통제, 금융시장의 불안전성 해소 등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지속해서 강조해왔다. 실제로 미국 연준은 올해 4월부터 매달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여전히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미국 내에서도 형성된 만큼 9월 회의에서도 금리가 인상될 확률은 기정사실화됐다.

문제는 인상폭이었다. 지난 7월 연준 회의 이후,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다음 FOMC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그때의 결정은 이후 공개될 경제 데이터(소비자물가지수‧실업률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실제로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공개된 이후, 미국 내에서 소위 ‘울트라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1%p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는 점이다. 또, 미국 내에서는 울트라스텝을 단행할 확률이 80%를 넘었다는 전문가 집단 내 설문조사 결과도 나온 바 있다.

물론, 9월 정례회의가 다가올수록, 울트라스텝 보다는 자이언트스텝의 가능성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도 한때 30%대에 달했던 울트라스텝 단행 확률 역시, 이번 주 초에는 18%까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되기도 했다.

결국 미국 연준의원들은 9월에도 시장의 전망대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이 가져올 경기침체의 여파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의 여파로 13여년 만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었다. 22일 오전 한 시중은행 딜링룸. 사진. KB국민은행.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의 여파로 13여년 만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었다. 22일 오전 한 시중은행 딜링룸. 사진. KB국민은행.

‘고금리‧고환율’, 자본유출 현실화 될까

이번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은 국내 경제에 여러모로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한 상황에서 강달러 기조가 더욱 강화됨은 물론, 한국은행 또한 기존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p 인상) 기조에서 벗어나 기준금리 인상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달러화 강세와 원화 가치 하락, 기준금리 역전의 여파로 국내에 유입된 해외 자본이 빠른 속도로 유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과거 자료를 근거로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이 실제 현실화할 가능성이 적다고 해석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세 차례의 기간 중 외국인 자본(주식 및 채권)은 오히려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1999년 6월~2001년 2월 △2005년 8월~2007년 8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등 기준금리가 역전된 기간 중 외국인 자본은 총 686억원 유입됐다.

다만,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다른 만큼 예단은 금물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시에는 단순히 기준금리 자체만 역전이 됐을 뿐 국내외 경기 변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달러화 강세와 원화의 약세, 이로 인한 주식시장 부진 등 악재가 켜켜이 쌓여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1865조원) 가운데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은 569조원 규모다. 이는 전체 시총의 30.5% 수준인데, 이러한 비중은 지난 2009년 7월(30.4%) 이후 13여년 만의 최저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강달러 기조 속에 무역수지 적자로 원화 가치 하락세가 지속하면서 현재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이 상당히 감소한 상황”이라며 “이럴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들고 나갈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8월 금통위 회의 현장.  사진. 한국은행.
8월 금통위 회의 현장. 사진. 한국은행.

한은 빅스텝 가능성 열려

기준금리 역시 보다 큰 폭의 오름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미국 연준의 결정을 통해 한미 간 기준금리는 상단 기준 0.75%p 역전됐다.

그간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은 기준금리가 역전돼도 우려할 만한 수준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고환율‧고물가를 잡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정책적 수단이 기준금리 인상인데다, 미국 연준의 긴축강화로 경제위기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이번 금통위에서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린다.

일단 오는 10월 12월로 예정된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사실상 100%에 수렴한다. 문제는 인상 폭인데, 일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p씩 올리겠다”며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가능성에는 선을 그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자이언트스텝, 여기에 10월 금통위 전 발표되는 △국내 기대인플레이션(9월 27일) △국내 소비자물가지수(10월 5일) △미국 CPI(10월 11일) 등 주요 지표등에 따라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상당수 전문가는 이미 이창용 총재를 포함한 주요 금융당국 수장이 빅스텝 가능성도 열어둘 수 있다는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인 데다 환율방어‧금리격차 해소 등 산적한 당면과제의 해결을 위해 빅스텝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지금의 추세라면 미국 연준이 오는 11월에는 또 한 번의 자이언트스텝, 12월에는 빅스텝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라며 “이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도 오는 10월 0.5%p, 11월 0.25%p 인상돼 연말에는 3.25%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기준금리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말 금리가 4%에 도달할 경우, 한은의 최종 기준금리는 내년 상반기 기준 3.5%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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