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보상 강화…홍은택 "주가 2배 안 되면 스톡옵션 포기" 약속
카톡도 인스타처럼 진화…분야별 AI 상용 서비스 연내 출시 예고
헬스케어 사업 본격 추진…콘텐츠, SM IP 활용해 해외 공략 가속

홍은택 카카오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홍은택 카카오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카카오가 최고경영진에 대한 보상을 강화했다. 퇴직금 지급규정을 바꾸고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 공개매수에 성공해 최대 주주로 올라선 상황. 올해 카카오톡을 비롯한 핵심사업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엔터 영역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키겠다는 목표다. 공격적 경영 전략이 탄력 받으려면 최고경영진에 대한 보상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게 카카오의 입장이다. 

다만, 카카오의 설명에 주주들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가가 내리막길을 걷는 와중에도 최고경영진은 스톡옵션을 행사,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열을 올려서다. 게다가 카카오는 긴축 경영에 나설 정도로 상황이 썩 좋지 않다. 거액의 성과보상을 지급하는 게 타당한지를 두고 논란이 불거진다. 

'먹튀' 논란에도 경영진 보상 강화

28일 카카오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본사, 스페이스닷원에서 제 28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카카오는 감사보고·영업보고와 함께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자기주식 소각의 건 △이사 퇴직금 지급규정 개정의 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승인의 건 등 총 9개 안건을 의결했다.

이 가운데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이사 퇴직금 지급규정 개정의 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승인은 주총 전부터도 뜨거운 감자였다. 해당 안건들은 이사 보수한도를 120억원에서 80억원으로 줄이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보상'을 약속하는 게 핵심이다. 대표와 그외 이사 퇴직금을 각각 3배, 1배 상향하고, 대표에게 5만주의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로 했다. 임직원에게도 66만7700주의 스톡옵션이 부여됐다.

이에 대해 카카오 경영진들은 'IT기업의 경쟁력은 좋은 인재의 영입'에 있음을 연신 강조했다. 향후 5년 간 카카오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카카오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으려면 신사업 진출과 기존 사업 고도화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한 동기 부여를 위해서라도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보상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홍은택 대표는 '좋은 경영진을 영입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카카오 경영진들이 '먹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조수용 전 카카오 공동대표는 45만주에 대한 스톡옵션을 행사해 337억5000만원의 차익을 챙겼다. 여민수 전 카카오 공동대표도 42만5000주에 대한 스톡옵션을 행사하면서 318억2400만원의 수익을 냈다. 계열사 임원들도 스톡옵션 행사를 강행했다. 카카오뱅크 임원 7명은 52만주의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김주원 전 이사회의장(28만주), 정규돈 전 최고기술책임자(8만주)는 각각 71억2600만원, 33억9600만원의 차익을 봤다. 고정희 최고전략책임자(4만주)는 18억4000만원, 신희철 최고인사책임자·김석 최고운영책임자(각 3만5000주) 역시 15억7500만원의 차익을 거뒀다. 

2022년 카카오 주가 추이. 디자인.김민영 기자
2022년 카카오 주가 추이.(10월 기준) 디자인.김민영 기자

주요 경영진이 시세 차익을 챙겼을 당시, 카카오의 주가는 맥을 못추던 상황이었다. 11만35000원으로 시작한 카카오 주가는 2021년 액면 분할 이후 처음으로 10만원대 밑으로 떨어지더니 10월엔 4만원대까지 내려갔다. 카카오뱅크도 5만9000원에서 58.81%나 빠졌다. 

2021년 카카오페이 임원들이 상장 한 달 만에 900억원 규모의 스톡옵션을 행사, 먹튀 논란이 불거졌었다. 당시 카카오는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1달 전 주식 매도 수량과 기간을 미리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와 소속 회사의 IR팀 등에 알리도록 했다. 하지만 경영진의 대규모 매도를 막진 못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스톡옵션에는 주가 부양이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며 "주가가 반토막이 나는 상황에서 주요 임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건 책임 경영 관점에서 매우 부적절했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카카오의 성장세를 꺾였다. 지난해 카카오의 영업이익은 4년 만에 뒷걸음질 쳤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1분기 9.7%, 2분기 9.4%, 3분기 8.1%, 4분기 5.7% 등 계속 떨어졌다. 결국 4분기 539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연간으로 넓혀봐도 카카오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2020년 11%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8.2%로 내려갔다. 경기 침체의 여파로 광고사업 부진하고,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한 핵심사업 경쟁력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결과다. 하지만 카카오는 보상 강화를 밀어 붙였다. 주총 현장에서 주주들이 '과도한 보상'이라고 문제삼은 이유다.

홍 대표는 자신의 약속을 상기시켰다. 그는 사내 게시판을 통해 퇴직금 지급율 3배수 상향 적용은 다음 대표부터 적용하고, 스톡옵션은 주총일 종가의 2배 이상이 될 경우 행사하겠다고 공언했다. 홍 대표는 이날도 "경영진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해 '임기 내 주가가 2배 되지 않으면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면서 "재직 기간 중 주가가 2배로 오르지 않으면 (스톡옵션을) 포기하겠다"고 달랬다.

아울러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할 규정도 넣었다. 회사의 명예에 손상을 입히거나 치명적인 손해를 입혔을 경우 등 이사에 대한 퇴직금을 감액하거나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규정이 추가됐다.

주가 하락에 뿔난 소액 주주들을 달랠 카드도 꺼냈다. 카카오는 지난해 별도 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의 15%에서 30%를 주주에 환원하기로 했다. 5%는 현금배당, 10~25%를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사용한다는 게 카카오의 계획. 올해 전년 대비 14% 많은 262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약 190만주의 자사주(유통주식 대비 0.43%)를 소각한다.

성과 가시화에 주력…외연 확장 가속

카카오는 주요 경영진의 보상을 강화한 만큼, 올해 확실한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월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실 강화와 신사업 진출을 예고했던 홍 대표는 수익성 제고와 해외 진출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지난 10년간 카카오가 압축 성장하는 동안 가려져 있던 문제들을 점검하면서 사업의 구조부터 조직의 문화까지 경영 전반에서 내실을 다져 나가겠다. 카카오톡 이용자들에게 좀 더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견고한 사업 모델도 만들어 나가겠다"고 재확인했다.

핵심사업인 카카오톡 개선이 이뤄질 예정이다. 채팅 탭에 묶여있던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을 세분화하고 대화의 대상과 관계에 맞는 적합한 커뮤니케이션 형식과 가능들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SNS처럼 가족, 친구, 직장, 관심사 등 관계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다양한 이용자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개인프로필은 이용자가 감정과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공유하고 지인과 소통하는 창구로 발전시킨다. 이미 카카오톡은 지난해 12월 인스타그램의 좋아요와 비슷한 공감스티커를 프로필에 도입했다. 올해는 친구 탭도 지인·비지인·준지인·AI 친구로 나눠 SNS적 성격을 강화한다. 

오픈채팅은 상반기 내 별도의 탭으로 분리해 관심사가 같은 이용자끼리 교류가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게 만든다. 홍 대표는 "일상의 다양한 재미를 담을 수 있는 채팅방부터 기업이 대규모로 이벤트를 운영할 수 있는 오픈채팅까지 보다 다채로운 주제로 커뮤니케이션이 확대될 수 있도록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제조 본사 전경. 사진. 카카오.
카카오 제조 본사 전경. 사진. 카카오.

IT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에도 속도가 붙는다. 인공지능(AI)의 상용화에 나선다. 카카오브레인은 한국어 특화 언어모델인 코(KO)GPT를 개발했다. 경쟁 AI 모델보다 파라미터(변수) 규모가 적은 대신 비용 효율성이 높아 개발 속도를 올리기 용이한 장점을 지녔다. 카카오는 글로벌 빅테크들과 정면 대결하기 보단, 자사 서비스 고도화 측면에서 AI를 활용하기로 했다. 상반기 중 3.5 버전을 출시하고, 연내 분야별 AI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헬스케어 사업 진출도 본격화 한다. 의료기관들이 보유한 임상데이터와 의무 기록을 표준화·디지털화할 수 있는 플랫폼과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개인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는다. 

콘텐츠 사업은 해외로 영역 확장을 꾀한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의 지식재산권(IP)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P 밸류체인을 활용한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SM 주식 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에 공개 매수했다. 두 회사가 쥔 SM 지분은 총 39.91%로, 최대 주주 지위를 획득했다. 홍 대표는 "SM이 보유한 글로벌 IP 제작 시스템과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IT 기술, IP 밸류체인의 사업 역량을 토대로, 음악 IP의 확장을 넘어 IT·IP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티스트 공동 기획, 팬 플랫폼 확대, IP 웹툰화·캐릭터화, AI·메타버스·블록체인을 활용한 신사업 등이 예상된다. 카카오는 사업 목적에 음반·음악영상물제작업을 추가했다. 

외연 확장에 맞춰 이사진도 정비했다. 배재현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가 사내이사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 됐다.

배 대표는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 투자 유치, SK텔레콤과의 주식교환, 래디시·타파스 인수, 카카오엔터 합병, SM 인수를 이끌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1조2000억원을 유치하는 데에도 배 대표의 역할이 컸다. 정 대표는 전략모바일·선행기술·게임분야 등 IT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카카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 투자 전략과 자금 조달 역량을 갖춘 인물들을 전진 배치한 것을 두고 투자 효율성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밖에 카카오는 신선경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는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하는 한편 윤석 윤앤코 대표이사,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박새롬 울산과학기술원 산업공학과 교수는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이로써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 카카오 이사회 구성이 완료됐다.

김성수 카카오엔터 대표의 사임으로 현재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공석이다. 조만간 카카오는 의장을 새로 선임할 예정으로, 배 대표와 정 대표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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