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9년 만에 분리…"AI 활용한 신규 서비스 출시"
국내 검색엔진 시장점유율 5%…희미해진 존재감
뷰탭 도입·계정 통합에도 카톡과의 시너지 미미
전사 매출 비중 낮아…'독립 후 매각' 관측도

카카오가 다음CIC를 15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사진=카카오
카카오가 다음CIC를 15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사진=카카오

[데일리임팩트 황재희 기자] 합병 9년만에 카카오가 포털 다음(Daum)을 사실상 분리한다. 

핵심 수익원인 카카오톡의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포털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서다. 카카오톡 중심의 사업구조가 심화되고 있어, 다음과의 시너지가 크지 않았다. 게다가 포털 시장에서 다음의 존재감이 희미해지면서 매출 또한 신통치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인공지능(AI)를 적용한 검색 서비스를 내놓는 등 업계의 변화가 빨라지자, 다음을 분리해 '넥스트 스텝'를 모색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4일 카카오는 다음 사업을 담당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을 오는 15일 설립한다고 밝혔다. 

다음 CIC를 이끌 신임 대표로는 황유지 다음사업부문장이 내정됐다. 황 신임 대표는 네이버를 거쳐 카카오 서비스플랫폼실장을 맡아왔다. 플랫폼 사업과 서비스 운영 전반에 대한 업무 역량과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어 다음 CIC를 안정적으로 이끌 것으로 카카오는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가 살림을 합친 지 9년 만에 다음을 분리시킨 데에는 '사업적 시너지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다음과의 통합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지난 2014년 다음과 합병한 뒤 '다음카카오'로 사명을 바꿨다가 1년만에 사명에서 다음을 떼어내며 브랜드 정체성을 정립했다. 그러나 조직 개편, 사업 확장 과정에서 카카오 특유의 '자율 경영'이 독이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카카오는 다음 계정과 통합하며 변화를 모색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포털비즈 매출은 2021년 4925억원에서 2022년 4242억원으로 14% 감소했다. 올 1분기에도 포털비즈의 매출은 하락세였다. 전년 동기보다 27% 줄어든 836억원에 머물렀다. 카카오의 다른 플랫폼 사업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카카오의 플랫폼사업은 카카오톡에 기반한 톡비즈, 모빌리티·핀테크 등 플랫폼 기타 그리고 다음의 검색엔진 서비스를 활용한 포털비즈로 구성된다. 1분기 톡비즈와 플랫폼 기타는 각각 5156억원, 3656억원을 달성했다.

그나마 카카오톡으로의 이용자 유입을 기대했지만, 이마저 신통치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검색엔진 시장에서 다음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NHN데이터에 따르면 다음의 검색엔진 시장점유율(유입률)은 지난해 말 5.4%에 그쳤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62.2%, 구글도 31.8%에 달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10%대를 유지했던 점유율이 반토막난 셈이다. 

다음의 이용자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다음 앱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2021년 1월 976만명에서 올해 1월 797만명으로 2년 사이 179만명이나 빠져나갔다.

국내 검색엔진 시장은 과반을 점유한 네이버가 주도하는 가운데 구글이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관련 서비스를 제공 중인 국내외 기업들이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녹여 검색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다음이 활로를 찾기는 녹록치 않다. 

카카오는 일단 CIC의 장점을 이용, 포털사업의 체질 개선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CIC는 인사, 재무 등 조직운영에 대해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사업 속도를 높일 때 기업들이 꺼내드는 카드다. 

카카오는 검색·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포털 다음의 서비스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AI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를 다음과 접목, 혁신적 서비스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검색부터 미디어, 커뮤니티 서비스 등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재도약 발판을 마련한다.

이미 카카오는 CIC를 통해 사업 방향성을 정립한 경험이 있다. 커머스는 CIC 형태로 운영됐다가 카카오에 흡수됐다. 지그재그 등 패션 플랫폼 인수 이후 지난해 8월 커머스 CIC로 분리해 관계형 커머스 플랫폼으로서 속도감 있는 사업을 전개 중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다음 매각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카카오에 정통한 IT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DNA가 달랐던 다음과 카카오는 합병 이후에도 각각의 사업들이 잘 융화되지 못했다"며 "카카오가 자율 경영을 유지하는 동시에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포털과 메신저 사업 사이 연결고리가 더 느슨해졌다.

카카오는 뷰탭을 도입, 다음과의 접점을 만들었다. 또 카카오톡을 통해 카페 등의 커뮤니티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작업은 '다음의 생존'보다는 카카오톡 생태계의 확장을 위한 것이었던 만큼 카카오톡 이용자의 다음 유입률은 낮았다. CIC로 시작했다가 분사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헬스케어와 달리 다음이 카카오의 미래 동력이 되기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별도 법인을 세워 다음을 독립시킨 뒤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현재 카카오톡의 경쟁력 제고에 집중하고 있어, 다음에 신경쓸 여력이 없다는 점도 매각설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카카오톡의 국내 MAU는 2022년 1분기 4743만1000명에서 1년 사이 60만명 늘었을 뿐이다. 해외 이용자 유입도 미미하다. 같은 기간 5336만6000명이었던 글로벌 MAU는 올 1분기 5339만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MAU를 빼면 해외 이용자 수는 변동이 없었던 셈이다. 자사 서비스과 카카오톡을 연동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욘드 카카오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카카오의 영업이익률이 최근 2년간 꾸준히 하락했고, 올해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카카오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경쟁력이 낮다고 생각하는 사업은 정리를 계획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카카오는 매각설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라며 "CIC 설립을 통해 검색·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다음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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