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 투자기업 내 배당확대 요구 늘어
이사회·의결권 자문사 '성장 저해' 반대 목소리도
성장과 배당확대 상충돼.."과하면 기업에겐 독"

KT&G 사옥 전경. 사진.KT&G
KT&G 사옥 전경. 사진.KT&G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제안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들의 배당요구가 다소 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고금리 기조에 따라 자금조달이 어려운 현 상황에서, 배당 확대 시 투자 등 현금이 필요한 기업의 장기 성장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과 의결권 자문사를 중심으로 행동주의펀드가 제안한 배당요구에 반대 의사를 표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KT&G이사회는 안다자산운용과 FCP(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가 제안한 배당요구가 다소 과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두 행동주의 펀드는 KT&G에 주당 1만원 배당, 자사주 취득 등 총 2조 4000억 원 규모 주주환원을 제안해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바 있다. 반면 KT&G에서는 전년대비 200원 인상한 주당 5000원 배당을 주장한다.

KT&G 이사회는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는 미래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는 매우 과도한 수준”이라며 "회사의 성장 투자와 자금조달 계획 등을 고려할 때 수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KT&G는 지난 2021년부터 약 2조 7500억원 규모의 3개년 주주환원 계획을 이행 중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또 지난 1월엔 장기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시장 확대 포부를 밝히며, 향후 5년간 3조 9000억원의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실제 KT&G는 배당금을 매년 늘려왔다. 2019년 4400원, 2020·2021년 4800원에 이어 2022년에는 5000원을 제안했다. 지난 2021년에는 글로벌 물류대란 여파로 순이익이 전년대비 15.5% 감소했음에도 배당금을 유지했다.

KT&G 이사회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근 3년 연속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고 있다”며 "올해 말에도 자사주 소각 계획을 포함해 신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결권 자문사도 배당 확대 반대

의결권 자문사에서도 행동주의펀드의 배당 확대 요구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JB금융에 주당 900원의 결산배당(연간 배당성향 33%)을 주주제안했다. 앞서 JB금융이 발표한 주당 715원(배당성향 27%)보다 26%가량 높은수준이다.

JB금융지주 본사 전경 사진. J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본사 전경 사진. JB금융지주 

얼라인은 JB금융의 목표 보통주자본(CET1) 비율이 과하게 높고, 위험가중자산(RWA) 성장률을 7~8%로 유지하는 것은 자사주 매입이나 현금배당에 비해 주주 가치 증대 효과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RWA 비율을 타 은행지주 수준인 연 4% 로 낮추고, 배당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JB금융은 얼라인의 요구에 “과도한 배당성향 확대가 장기 기업 가치에 손해가 될 수도 있으며, 주주이익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며 얼라인의 배당 확대 제안에 반대 의사를 표했다.

해외 의결권자문사 ISS도 보고서를 통해 "얼라인이 주주 제안한 배당성향 33%는 회사의 경영진이 제안하고 있는 27%와 크게 다르지 않고, 회사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심층적 분석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무리한 배당요구, 기업 장기 성장 악화 영향도  

전문가들은 배당과 기업의 성장이 상충하는 개념이기에 적정 수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다고 말한다.

IB업계 관계자는 "배당확대로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투자가 줄어 성장 잠재력이 저하될 가능성도 있다”며 “여러 비판을 피해가려면 지배구조개선 등 피투자 기업에 대한 가치 제고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일리임팩트에 "기업의 성장과 배당사이에는 상충부분이 있기에 배당 가능한 이익범위 내에서 요구해야 한다"며 "특히 고금리 등 최근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규투자를 저해할 수준의 배당확대는 기업에게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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