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ESG 평가서 D등급...전년 대비 2단계 하락
비재무 데이터 미공개·내부통제 정책도 없어

경상북도 울산시 태광 아라미드공장 전경. 사진.태광산업
경상북도 울산시 태광 아라미드공장 전경. 사진.태광산업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소액주주 가치 훼손' 논란을 일으킨 태광산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도 미흡한 점이 드러났다.

특히 주주보호를 위한 내부통제 정책과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 대책도 부재해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올해 하반기 ESG 평가에서 전년 대비 2단계 떨어진 D 등급을 받았다. 

한국ESG기준원은 최하점인 D등급을 받은 기업을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높다고 분류한다.  

최근 불거진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논란'도 이 같이 낮은 ESG 수준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태광산업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오너일가가 지분을 가진 흥국생명에 유상증자를 추진하려다 시민단체와 행동주의 펀드의 반발에 의해 포기했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흥국생명에 4000억 규모 자금지원을 검토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소액주주 가치훼손' 이라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흥국생명의 유동성 위기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태광산업이 지원에 나설 경우 태광산업의 기업가치와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태광산업은 이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개인기업이 아니다"고 말했다.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지분을 단 1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사업상 무관한 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태광산업이 이 전 태광그룹 회장을 포함한 대주주 일가가 흥국생명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지원하려 한다며, "대주주를 위해 태광산업 소액주주의 권리를 희생하는 결정"이라며 반대 성명문을 내기도 했다.

이에 태광산업 이사진에 대주주가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태광산업은 지난 14일 오후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공시를 통해 태광산업은 "흥국생명 전환우선주 인수에 관해 검토했지만, 이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ESG 분야별 등급 모두 하락...비재무정보 공시·내부통제정책 미비해

태광산업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사건은 일 단락 됐으나, ESG 수준이 낮은 태광산업의 주주 가치 훼손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실제 태광산업의 ESG 부분별 등급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았다. 올해 환경은 D, 사회 C, 지배구조는 C등급으로 지난해 대비 사회 등급은 3단계, 환경과 지배구조는 2단계씩 떨어졌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평가모형 개정에 따라 올해 평가에서 D 등급을 받은 기업이 대폭 늘었다"면서도 "다만 기본적인 데이터 미공개나 이사회 투명성과 독립성 부족 등 주주가치 훼손 여지가 있는 부분은 여전히 감점 요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태광산업은 비재무 데이터 공시와 이사회 투명성과 관련된 리스크 관리가 미비했다.

대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근로자 사망률 등 제조업체 재무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 정보 미공개가 환경과 사회 부문 등급하락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광산업 매출의 70%가량은 아크릴로니트릴 등 석유화학 제품에서 발생한다. 석화제품은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데도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사회부문의 중요지표인 산업재해 사망률이나 협력업체 근로자 재해율 정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경쟁사인 대한유화에서 ESG 보고서를 발간해 관련 데이터를 공시하는 것과도 비교된다.

지배구조 등급 하락 사유로는 경영진을 견제하는 이사회의 투명성과 독립성 부재가 일부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태광산업이 제출한 2022년 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리스크 관리, 준법경영, 내부회계관리 등 내부통제 정책과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 권익 침해 등 부적격 임원 선임을 위한 방지 대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현재 자산규모 2조 이상 기업 가운데 85% 이상이 자발적으로 내부통제정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ESG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업 내 리스크 관리 등 내부통제 정책이 없다면 오너의 횡령·배임 등 주주 권익 침해 이슈에 취약하다고 해석될 수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리스크로 고려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ESG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등급 개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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