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목적 일반투자로 변경...주주활동 확대 포석

계열사 부당지원에 따른 조 회장 등 사익편취 영향

향후 주주활동 대응 따라 ESG 성과 개선 가능성도

지난 5월 충남 태안 한국테크노링 준공식에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난 5월 충남 태안 한국테크노링 준공식에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데일리임팩트 박민석 기자] 국민연금이 '계열사 부당지원'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의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변경하면서 주주 관여 활동에 나선다.

특히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수준이 향후 주주 활동 대응에 따라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한국타이어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한국타이어의 지분을 기존 7.87%에서 8.02%로 늘리고, 주식 보유 목적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 목적으로 변경했다고 공시했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의 일반투자로의 목적 변경은 투자 기업에 주주 관여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나서겠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들은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는 목적을 단순 투자와 일반투자, 경영참여 세 단계로 나눈다.

주주총회에서 의결된 안건에만 의결권을 행사하는 단순 투자와 달리, 일반투자 단계에서는 임원의 선임과 해임, 정관변경, 임원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 청구권 행사 등 주주 관여 활동을 통해 적극 참여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개별적으로 보유 목적 변경 이유를 밝히기는 어렵다”며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고 기업과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일반 투자 목적으로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의 투자 목적 변경이 최근 한국타이어에서 발생한 '계열사 부당 지원과 총수일가 사익편취' 사건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과거에도 대한항공, 남양유업 등 투자 기업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거나 ESG 이슈가 발생한 경우에  보유 목적을 변경한 바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현재 계열사 부품을 고가로 납품받아 총수 일가를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2014년 2월부터 약 4년간 타이어 패턴과 디자인 등을 찍는 타이어 몰드(금형)의 원가를 비싸게 책정해 납품받는 방식으로 계열사인 한국프리시전웍스(이하 MKT)를 지원했다. MKT의 매출 이익률은 동종업계보다 12.6%p높은 42.2%를 기록했다.

MKT의 수익 일부는 조 명예회장의 아들에게 전해졌다. MKT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과 조현식 한국타이어 고문에게 각각 65억원, 43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조 회장과 조 고문은 MKT 지분을 각각 29.9%와 20.0% 보유하고 있다.

또한 부당 수익 가운데 일부는 한국타이어가 지난 2011년 MKT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잔여 차입금 384억5000만원을 상환하는 데 사용됐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 9일 한국타이어와 MKT에 총 80억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최근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실과 계열사 등 관계사들을 총 압수수색 중이다.

부당지원에 따른 ESG 리스크가 커지면서 한국타이어의 ESG 등급이 내려가기도 했다. 한국ESG기준원은 최근 '계열사 부당지원과 특수 관계인 사익편취에 따른 과징금 부과' 를 이유로 2022년 한국타이어 지배구조 등급을 B+에서 B으로 하향 조정했다.   

ESG평가기관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높은 대주주 지분을 활용해 부당하게 계열사를 지원 하는 것은 거버넌스 평가시 상당한 감점요인"이라고 말했다.

총수일가 지분 믿고 주주관여 활동 무시하면 지배구조 개선 어려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투자 목적 변경에 따른 주주 활동이 총수 일가 지분에 묻혀 큰 영향을 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한국타이어 총수 일가 지분은 총 43.23%로, 주로 한국앤컴퍼니 30.67%, 조현범 회장 7.73%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2.72% 등이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2대주주(8.02%)지만 총수 일가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이에 국민연금이 주주 제안을 통해 특정 안건을 주주총회에 올리더라도 대다수 지분을 가진 총수 일가에서 반대하면 현실적으로 통과가 어려운 셈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총수일가 지분이 높더라도 ESG 경영이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국민연금의 주주 관여 활동이 지속된다면 기업에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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