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기둔화 우려에 베이비스텝 단행

2금융권, 다행이라는 반응 속 재무 안정화 집중

증권가, 인상 자체 대응보다 한미 금리차 주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은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이상현 기자]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단행했다. 여전히 5%대에 이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이번에도 금리를 인상했지만 경기둔화 우려와 대출 이자 부담으로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이번 한국은행의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또 다시 올랐지만 보험·증권·여전사 등 제2금융권은 이번 인상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최근 채권시장 경색으로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환 사태가 발생하는 등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보험권에서는 베이비스텝을 기점으로 재무 건전성 안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카드사·저축은행 업계는 이번 속도 조절을 반기는 모양새다. 끝을 모르고 올랐던 조달금리가 안정화되면 긴축 경영에도 숨통이 틔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증권사들도 금리인상폭보다 한·미 금리차에 주목해야 한다는 전망을 쏟아냈다. 미국과의 금리차가 점차 좁혀지는 상황에서 앞으로 금융당국의 추가 대처가 국내 증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예상했다.

24일 한국은행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 3.00%에서 3.25%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했다. 그간 물가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겠다며 빅스텝(기준금리 0.50% 인상)을 이어갔던 한국은행은 높아진 이자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했다.

금융시장에서도 이번 금통위의 베이비스텝에 대해 예상된 속도 조절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경색된 긴축경영을 풀 기회라는 뜻을 분명히했다. 현재 2금융권은 은행권 예금금리 급등으로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쏠리면서 돈줄이 말랐고 자금 경색 문제로까지 발전한 상태다.

최근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 평가 손실을 겪었던 보험사의 경우 이번 베이비스텝을 통해 떨어졌던 이익과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국내 생명보험산업의 총자산은 94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다. 보험사들은 자산의 상당 부분을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채권에서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특히 최근 레고랜드·흥국생명 사태 등 채권 관련 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채권 가격이 급락했고 시장 경색으로 인한 자금 조달 부담이 더 커지면서 보험업계에선 제2의 흥국생명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다만 보험료를 투자금으로 사용하는 보험사의 경우 금리 상승을 통한 수익률 개선에 나설 수 있다. 내년 1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쌓아놓은 변액보험 보증준비금의 일부가 이익으로 편입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금리가 상승하면 보증준비금을 더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 한국거래소.
사진. 한국거래소.

연이은 긴축에 어려웠던 여전사, 베이비스텝에 안도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카드사 등 여전사도 이번 베이비스텝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자체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의 경우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한 조달 비용 확산과 수익성 악화가 올해 내내 이어졌지만 한국은행의 속도 조절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여전채 3년물 AA+의 금리가 올해 초(2%대)에 비해 3배에 가까운 5.974%까지 급등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카드사는 카드론 금리를 올리고 조정금리(우대금리+특별할인금리) 폭을 줄이며 자금 확보에 들어갔다. 

또 장기 CP를 발행하거나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던 카드사들은 이번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모든 역량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미 카드론 금리를 올리고 고객 혜택을 줄였지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익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기준금리 인상폭이 줄어들면서 다행이라는 목소리는 나오고 있지만 내년이 더 고비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선제적 대응 속 한·미 금리차 주목

증권가에서는 이번 금리 인상에 대해 선제적 대응을 진행했던 만큼 인상 자체에 대응하기보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대두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처가 앞으로의 국내 증시 흐름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국내 증권시장에 어느 정도 선반영이 진행된 만큼 여파가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며 "미국의 경우 장단리 금리차 역전이 심화돼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의 대응에 따라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의 이번 베이비스텝으로 인한 미국과의 금리 차이로 원화 가치가 떨어져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경기나 금융시장 여건에 부담을 가중시키면서도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고수했던 건 환율 차이 때문이었는데 이번 25bp 금리 인상은 원·달러 환율 안정성에 변동을 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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