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균 채권 매도액 전년대비 2배 상승

저축성보험 금리 최대로 올리며 고객 잡기

금융당국 경고에도 현금 확보 위해 기조 유지

사진. 이미지투데이.
사진. 이미지투데이.

[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유동성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보험사들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등을 통한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준금리가 올라 자본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과거 판매한 해약환급금도 늘면서 보험금 지급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당국은 채권 매각과 금리경쟁을 자제하라는 주문과 함께 유동성 규제 완화책도 제시했지만 보험사들은 수익성 저하, 자본비율 감소 등을 이유로 연 금리 6%에 가까운 저축성보험과 채권 판매를 연달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채권 매도가 심각한 수준까지 진행되면 채권시장이 발작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러한 흐름이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의 RP 매도액은 지난 9월 9조4000억원에서 10월 10조4000억원, 11월 들어서는 24일까지 12조7000억원에 달했다. 지난 1월부터 8월까지는 RP 매도액이 월평균 6조8000억원 정도였지만 연말로 갈수록 크게 늘어나는 중이다. 지난해 월평균 매도액 5조6000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RP 매도는 생명보험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RP는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발행사가 되사는 조건으로 발행되는 최장 3개월짜리 단기 채권이다. 보험사들이 매입한 RP를 매도한다는 건 현금 확보가 그만큼 시급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보험사들은 채권 매도와 더불어 저축성보험 판매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동양생명과 KDB생명이 업계 최고 수준인 연 5.95%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일시납 저축보험을 출시했다. 연 5.95% 확정금리는 올해 출시된 저축성보험 중 금리가 가장 높다.

KDB생명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영업 활성화, 시장 경쟁력 확보 등을 목적으로 판매를 추진했다"며 "은행과의 협의에 따라 최종 금리, 판매 계획 등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저축성보험은 보장성보험에 비해 보험료 부담은 크지만 만기 시 낸 보험료보다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더 많은 상품을 말한다. 금리 인상기 고객들이 저축성보험을 해지하고 은행 예·적금으로 자금을 옮기려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올해 하반기 들어 저축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보험사 RP 매도 추이. 사진. 한국기업평가.
보험사 RP 매도 추이. 사진. 한국기업평가.

들어올 돈보다 내줄 돈이 더 많아 현금 확보 집중

보험사들이 그간 비중이 크지 않았던 RP 매도를 급격히 확대하고 저축성보험 판매에 열중하면서까지 유동성 확보에 나선 이유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수입보험료보다 지급 보험금이 더 많아지면서 현금 확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저축성 보험은 은행 창구에서 가입하는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대부분 판매되는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 금리가 올라 은행 상품과 비교되기 시작하면서 해지가 늘어난 추세다.

고금리 저축성 보험 만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해지가 늘어나면 지급할 보험료도 증가하고 자금 유동성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내년 1월 시행될 새로운 회계제도(IFRS17)를 대비해 일단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분위기도 강하다.

특히 생보사의 경우 저축성보험 만기가 집중되면서 고객들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크게 늘어난데다 금리 경쟁력 약화로 저축성보험과 퇴직연금의 해약도 증가해 당장 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자본 확충을 위한 RP 매도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많은 보험사에게 유동성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며 "삼성생명 역시 위험이 증가하면 보유하고 있는 채권자산 등 매각을 통해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금융시장 합동점검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김금융시장 합동점검회의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 금융위원회.

금융당국 엄포에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

보험사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 매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당국도 채권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지난 10월부터 보험사들에 매각 자제를 권고하고 보유 채권에 대한 유동성 규제 완화책을 제시하면서 시장 안정에 나선 상태다.

또 금융당국은 저축성보험 금리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자 지난달 중순 보험사들에게 "저축성보험 금리경쟁을 자제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저축보험 금리경쟁을 촉발했던 은행 예금금리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지난달 연 6% 금리확정형 저축보험 출시를 검토했던 KDB생명은 동양생명과 마찬가지로 연 5.95% 상품을 내놓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다만 보험사들은 당장 저축성보험 상품의 금리를 올리면 수입보험료가 줄어드는 데다 해지금 지급 등 필요한 돈이 늘어나는 이유에서 채권 매각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저축성보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보험사의 자금운영수익률 4%를 넘어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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