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치열해지며 금리 5.9% 상품 등장

단기간에 많은 자금 확보할 수 있어 인기

이차역마진 우려에도 금리 인상 랠리 지속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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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임팩트 최동수 기자] 보험사의 저축성보험 금리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금리 인상 기조 속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사들의 금리 경쟁도 불이 붙었다. 일부 저축성보험 상품의 경우 연 6%에 육박하는 금리가 책정되기도 했다.

10년 전 대량 판매됐던 저축성보험의 만기가 돌아오고 시중자금이 은행권에 쏠리면서 고객을 잡기 위해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고 있지만 업계에선 이러한 보험사의 고금리 상품 판매에 대해 '역마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금융당국도 보험사의 과도한 금리 경쟁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과도한 판촉 경쟁으로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보험사들은 역마진 우려에도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 심리에 현금 확보에 적극적인 상황이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오늘부터 연 5.9% 연 복리 저축보험을 출시했다. 현재 판매 중인 저축보험 중 가장 높은 금리다. 저축성보험 금리가 치솟으면서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DB손해보험, ABL생명도 금리가 연 5% 이상인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저축성보험은 은행 예·적금과 비슷하지만 질병, 상해 보장 등 보험 기능이 더해진 상품이다. 보험료를 일정 금액 납부하고 만기 때 총납부액과 이자가 더해진 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만기 전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납부한 적립금에 추가 보상까지 받을 수 있고 5년 이상 납입하고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최근 시장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저축성보험 금리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올 8월부터 연 금리 4%대 확정형 저축성보험이 줄줄이 등장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 IBK연금보험이 연 5.3% 상품을 선보이며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저축성보험 금리 5% 시대'가 열렸다.

특히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이달 출시한 금리 5% 일시납 저축성보험은 불과 2주 사이에 각각 판매량 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연 5.8%를 책정했던 교보생명은 시중자금이 몰리면서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보험사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출시와 동시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며 "생각보다 더 인기가 많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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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에겐 매력적인 자금 조달 수단

보험사 입장에서도 저축성 보험은 단기간 내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자금 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현재 업권에 드리운 자금조달 경색 분위기로 인해 유동성 위기 우려까지 나오면서 보험사들은 현금 확보에 나서기 위해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내년에 보험권에서 자본성 증권에 대한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 규모와 만기 상환 규모는 각각 4조168억원, 6110억원이다. 콜옵션을 행사하기 위해선 자금 확보는 필수적이다.

더불어 10년 전 판매한 10년짜리 저축성보험 상품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기존 고객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 만기 후 다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보험사는 자산운용을 위한 자금이 줄어들고 향후 재정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8월 기준 저축보험에서 지급된 보험금은 24조원으로 전년 대비 33%나 늘었고 해약금도 14조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6% 증가했다. 3~4분기 들어 고금리 예적금이 쏟아지면서 이같은 이탈 고객은 훨씬 더 늘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결국 은행권을 비롯한 다른 고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수요를 잡고 자금 확보를 위해 보험사들은 고금리 저축성보험 판매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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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역마진 우려에도 단기 자금 확보 총력

저축성보험 판매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각에서는 이차역마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차역마진은 보험사들이 자산을 운용해 얻는 수익률보다 가입자에게 지급할 보험금에 적용되는 이율이 낮아 보험사들이 손해를 보는 현상을 말한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운용해 수익을 내고 이를 통해 이자를 주는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팔면 향후 금리가 하락했을 때 운용 수익률보다 지급해야 할 이자가 더 높을 수 있다.

과거 고금리 확정형 보험상품을 대거 판매한 생보사들은 지난해까지 이어진 저금리 기조로 낮은 투자수익률을 거둬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노건엽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가 확정이율보다 높은 수익을 최소 5년간 낼 수 있는 자산이 있어야 역마진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시중 금리가 최근 크게 오르면서 고금리의 저축성 상품을 판매해도 이차역마진을 초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보험사 간 이율 경쟁이 과열되면서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최근 교보생명도 FP 채널에서 판매 중단 조치도 이 같은 이차역마진을 우려해서 비롯된 것이다.

확정형 저축성 상품은 금리리스크가 크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시중금리가 크게 내려도 약속한 금리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금리 위험액이 늘어나 자본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역마진'이 우려될 정도로 저축성보험 금리 경쟁이 과열되자 지난주 금융감독원을 통해 금리인상 경쟁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저축성보험 금리 인상 랠리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저축성보험 금리 수준이 늦어도 내년 초까진 6%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미 운용수익률을 넘어서면서 이차역마진이 발생할 우려는 감수해야 하지만 단기 자금 확보를 위해 6%대의 금리 경쟁력을 높이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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