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완화에 美 연준 ‘속도조절’ 언급…빅스텝 가능성 커져

다음 주 예정된 올해 마지막 금통위서 금리 0.25%p 인상 전망

일각선 “1%p 이상 금리 역전 고려해 빅스텝 나서야” 주장도

8월 금통위 회의 현장.  사진. 한국은행.
금통위 회의 현장. 사진. 한국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그동안 초미의 관심사였던 기준금리 인상 수준이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이 한풀 꺾인 인플레이션 상승세를 발판 삼아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추세가 국내 기준금리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발표된 국내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지났다는 평가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포함한 주요 경제 수장들의 긴축완화에 대한 발언까지 더해지며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3%대 초중반에서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다만,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올해 금통위가 11월에 마무리되는 국내와 달리 미국은 오는 12월에 또 한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 대비를 위한 큰 폭의 금리 인상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어 2주일여를 앞둔 금통위 내부의 고민도 지속될 전망이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 watch)가 업데이트한 미국 연방기금금리(FFR) 내 12월 미 연준의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 가능성은 80.6%다. 불과 하루 전, 페드워치의 전망치가 50%대 중후반(56%)에 형성돼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하루 새 24%p 이상 빅스텝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반면 0.75%p 수준의 금리인상을 의미하는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은 19.4%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그동안 페드워치 내 금리 예측치가 거의 실제 연준 회의 결과와 일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달 회의에서 빅스텝 가능성도 다소 높아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9월 FOMC 정례회의 후, 브리핑에 참석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사진. 미국 FOMC 유튜브 캡쳐.
FOMC 정례회의 후, 브리핑에 참석한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사진. 미국 FOMC 유튜브 캡쳐.

미 연준, ‘금리 가속페달’서 발 뗄까

실제로 최근 공개된 미국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의 전망치를 밑돌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에서도 긴축 속도 조절론이 다시금 거론되고 있다. 미국 내 10월 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7.7%로 시장의 예상치(7.9~8.1%)보다 낮았다. 미국 CPI상승률이 7%대로 내려온 건 지난 2월(7.9%) 이후 8개월 만이다.

그동안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의 가장 큰 이유로 치솟고 있는 물가상승률을 지속적으로 거론해왔다. 실제로 이달 초, 미국 연준이 정례회의를 통해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했을 당시에도 연준이 내세운 명분은 물가상승률 억제였다.

미국 11월 연준 정례회의 이전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연준과 미국 내 전문가들은 시장의 전망치보다 오히려 0.1%p 높은 8.2%를 기록하자, 연준 내부에서는 “시장의 충격을 감수하더라도 큰 폭의 물가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을 견지해왔다.

다만, 당시 미국 연준은 추후 물가상승률 수준에 따라 이후 기준금리 인상에는 다소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기조를 본격화한 지난 3월 이후 7개월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강도 높은 미국 내 긴축 기조 역시 다소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최근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좀 더 신중하게 경제지표를 확인하고 이에 기반해 움직일 것”이라면서도 “느린 속도의 금리 인상으로 가는 것이 적절한 시점”이라고 말하며 속도조절 가능성을 시사했다.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0월 물가상승률이 미국 내 전망치를 하회하면서 긴축완화에 대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라며 “오는 12월 미국 FOMC에서의 금리인상 수준이 0.50%p가 될 가능성도 더 커졌다”라고 설명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환경변화에 한은도 ‘금리 속도조절’ 언급

이러한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의 기대 속에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조절을 고려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의 핵심적인 이유였던 국내 물가상승률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번 달을 기점으로 나란히 안정화 추세에 돌입하면서, 한은 역시 이제는 금리 인상에 속도조절에 나설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국내 10월 물가상승률은 8월(5.7%), 9월(5.6%)에 이어 3개월 연속 5%대 중후반(5.7%)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지난 7월(6.3%) 이후 단 한 차례도 6%를 넘어서지 않으며 정부 당국이 그동안 강조해온 물가상승률의 ‘7월 정점론’도 사실상 현실화한 것 아니냐는 의견 역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긴축 기조 지속’이라는 그간의 방향성은 유지하면서도 이러한 환경적 변화 또한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 총재는 최근 진행된 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플레이션과 환율 또한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그럼에도 긴축적 통화 기조를 유지해 물가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우선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랐던 만큼,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느끼는 경제적 압박의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속도조절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미 이창용 총재뿐 아니라 상당수 전문가 또한 최근 자금시장의 경색, 경제성장률 및 수출 부진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을 내비쳐온 바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 언급으로 환율은 다소 안정화됐지만, 자금시장의 유동성 경색 문제가 여전한 만큼 이달 금통위에서 0.5%p 금리인상 가능성은 작아지고 있다”라며 “금리인상 기조는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지만 당장 11월 금통위에서는 0.25%p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공동취재사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공동취재사진.

여전히 빅스텝 가능성도 거론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한국은행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이번 11월 금통위에서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 예정된 금통위가 이번 달로 종료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오는 12월 또 한 번의 연준 회의가 예정돼있다. 이에 따라 이미 벌어진 기준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

실제로 이달 11월 금통위가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p 인상)에 나설 경우, 올해 국내 기준금리는 3.25%에서 마무리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4%)와는 0.75%p 격차인데, 다음 달 연준에서 빅스텝 수준의 금리인상만 단행하더라도 양국의 금리 격차는 다시 1.25%p까지 벌어지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역전 상황에서 안정적 관리가 가능한 수준의 역전폭이 1%p 전후임을 감안하면, 그 이상으로 벌어지는 것 자체가 향후 금리정책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 금통위 직후 최근까지 국내외 경제 환경에 다양한 변수가 등장하면서 다음 금통위에서의 결과는 더욱 예측하기 힘들어졌다”라며 “향후 금통위까지 남은 열흘 간, 금통위 내부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보인다.

한편, 미국 연준이 이번 달에도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는 점 또한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연준 내 일부 인사들은 최근 제기된 ‘속도조절론’에 대해 오히려 더 많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며 강도 높은 긴축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아직 물가상승률이 우리가 원하는 목표치(2%)에 도달하지 못했다”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금리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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