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 물가상승률‧경제성장률 각각 3.6%-1.7% ‘하향 조정’

미국은 긴축 완화 시그널에도…한은 3.5%~3.75%까지 올릴 듯

대출 금리 인상 불가피…이자 부담에 ‘건전성 리스크 커진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국내 기준금리 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의 올해 마지막 회의가 마무리된 가운데, 역대급 기준금리 인상을 기록한 올 한해의 기류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은의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기존 목표치(2%)를 넘어선 3.6%로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다 미국의 긴축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내외 변수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조가 지속될 경우, 연내 8%대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온 국내 주요 대출 금리가 9%, 나아가 내년 1분기께 10%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금융업계에서는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을 전제로 취약계층의 채무 리스크 완화를 포함한 정부 차원의 보다 강도 높은 금융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상당 기간 누적된 '깜깜이 채무'로 잠재적 리스크가 큰 금융시장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의 필요성도 다시 한번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소위 ‘베이비스텝’이 단행된 가운데, 내년 물가상승률 및 경제성장률이 여전히 우려수준으로 나타나면서 기준금리 인상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물론 금융당국이 이번 금통위에서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에 부합하는 인상 폭을 결정했지만 금리 정책의 근거인 주요 경제지표가 내년에도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리 인상을 멈출 상황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기준금리, 드라미틱한 ‘1년’

지난 1년간 국내 기준금리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상승세를 보였다. 수년간 이어진 ‘제로(0)금리’ 시대의 종료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0.25%p 수준의 점진적 인상뿐 아니라 그간 본 적 없는 0.5%p 인상, 소위 ‘자이언트스텝’도 단행하며 금리인상에 속도를 냈다.

올해 기준금리는 지난 1월 진행된 올해 첫 금통위에서 0.25%p 인상되며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2월 이후 22개월여 만에 1.25% 수준까지 올랐다.

이후 4월과 5월 금통위에서 각각 0.25%P 씩 금리가 오르며 기준금리는 1.75%까지 도달했다.

특히, 하반기 첫 금통위였던 지난 7월 금통위에서 한은은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는 2.25%까지 상승했다.

당시 한은 금통위는 “한은 금통위가 열리지 않았던 지난 6월 미국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며 한미 간 기준금리가 같아진 점(상단 기준)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후, 지난 8월 금통위에서  0.25%p 수준 인상인 ‘베이비스텝’을 결정하며 2.5% 수준에 도달한 기준금리는 지난 10월 금통위에서의 '사상 두 번째 빅스텝' 결정을 통해 ‘3%’에 까지 도달했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 2011년 3월 이후 11년 7개월 만에 3%대에 진입하게 됐다. 이후 앞서 언급했듯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또 한번 금리를 올리며 올해 기준금리는 연 3.25%로 마감하게 됐다.

이처럼 한은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린 핵심 근거는 바로 좀처럼 잡히지 않은 물가상승률이다. 올해 1월 3.6%를 기록한 물가상승률은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며 지난 7월 6.3% 수준까지 했다.

이후 소폭 낮아진 5.6%~5.7%대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은 오늘 금통위를 통해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최종 5.1%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6회 연속 금리 인상, 내년에도 ‘간다’

이처럼 기준금리가 3%대를 넘어선 채로 올 한해가 마무리되면서,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내년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최종 금리 수준에 대해서는 예측치가 다양하게 거론되지만, 내년 1분기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는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최대 변수는 역시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와 국내 물가상승률이다. 현재 미국 연준 내부와 현지 관계자들은 미국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점이 5%(상단 기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4%)와 내달 예정된 마지막 FOMC 회의에서 0.5%p 인상이 유력한 점에 비춰보면 내년 초 급격한 수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국내 물가상승률도 변수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내년 물가상승률이 기존 한국은행의 목표치(2%)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올해와 같은 5~6%보다는 다소 낮은 3%대 중후반에서 결정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데일리임팩트에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국내 고물가 상황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내년 1분기 예정된 두 차례 금통위에서 각각 0.25%P 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의 최종 수준은 3.75%로 전망한다”라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 또한 “올해 11월에 이어 내년 1월 금통위에도 0.25%p 수준의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내년 3월 물가상승률 예상치가 5%대를 밑돌 것으로 전망되고 환율과 미국 연준의 기조가 완화될 경우에는 2월 금통위가 금리 동결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를 근거로 조 연구원은 최종 금리 수준을 3.5%로 전망했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3.5%~3.75%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는 점진적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올 한해 급격한 금리 인상이 경기침체 장기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데다, 민간 연구기관에 이어 한은마저도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1.7%)로 하향 조정하는 등 경기침체 우려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서울 시내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대출이자 리스크, 내년에도 커질 듯

한편,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가장 큰 리스크를 떠안은 건 대출을 보유한 서민 차주들이다. 올해만 기준금리가 2.25%p 오르는 사이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거의 모든 대출 상품의 금리가 기준금리 인상 폭 그 이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3일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신규 코픽스 기준) 금리는 연 5.34~7.98%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초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연 2.89~4.02%에 형성돼있었던 점과 비교하면 상‧하단 모두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더 가파르게 오른 셈이다.

특히, 일부 상품의 경우 이번 금통위에서의 금리인상 이전에 이미 연 8%를 돌파하기도 했다. 당장 다음 달 발표될 11월 코픽스에 이번 금리인상 분이 반영될 경우, 상당수 대출 상품의 금리가 8%를 넘어설 가능성도 높다. 코픽스는 통상적으로 변동형 주담대의 지표금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 상반기에는 대출금리가 연 9% 나아가 연 10%대에 도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며 “이럴 경우, 연 소득이 연 상환액에 미치지 못하는 좀비차주들의 등장도 현실화될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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