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속도조절 언급’에 물가상승률도 4%대 진입 ‘목전’

내년 1분기 금리인상 후,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가능성 대두

“속도조절은 공감…금리인상 기조는 지속해야” 목소리도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지난해 8월부터 본격화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1년 넘게 이어진 가운데,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조절을 다시 한번 시사한 데다, 금리 정책의 잣대인 물가상승률도 그간 이어진 상승세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지표가 공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상당수 전문가는 내년 1월부터 3월까지 진행되는 3번의 금통위가 사실상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의 종착점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미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조절론과는 별개로 인상 기조를 내년 연말까지 가져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행 역시 이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금리 인상을 지속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022년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통해 올해 기준금리가 3.25% 수준에서 마무리된 가운데, 금리인상의 속도조절 가능성을 가늠케 하는 주요 지표와 발언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국내 기준금리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인 △국내 물가상승률 △환율 등 주요 경제지표가 연말에 접어들며 다소 안정화되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강력한 외부 변수인 미국 연준의 긴축정책 또한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시그널도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금통위를 주재하고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금통위를 주재하고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급격한 인상에 대두된 ‘속도조절론’

이처럼 금리 인상의 속도조절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건, 그만큼 올 한해 기준금리가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른 속도로 인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998년 IMF금융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굵직한 경제위기 당시보다 속도감 있는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서 자칫 또 한 번의 대규모 금융위기를 예견케 하는 시그널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1월 진행된 올해 첫 금통위를 통해 0.25%p 1.25%로 출발한 기준금리는 이후 4월과 5월 금통위에서 각각 0.25%P 씩 금리가 오르며 기준금리는 1.75%까지 도달했다.

특히, 한국은행은 하반기 첫 금통위였던 지난 7월 금통위에서 사상 첫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하며 기준금리 또한 2.25%까지 상승했다.

당시 한은 금통위는 “금통위가 열리지 않았던 지난 6월 미국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며 한미 간 기준금리가 같아진 점(상단 기준)을 고려한 것”이라며 사상 첫 빅스텝 단행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 8월 금통위에서 0.25%p 수준 인상인 ‘베이비스텝’을 결정하며 2.5% 수준에 도달한 기준금리는 지난 10월 금통위에서의 ‘사상 두 번째 빅스텝’ 결정을 통해 지난 2011년 3월 이후 11년 7개월 만에 ‘3%’에 까지 도달했다.

그리고 올해 마지막 금통위였던 지난 11월 금통위를 통해 0.25%p 수준의 금리를 올리면서 올해 기준금리는 연 3.25%로 마감하게 됐다.

단순 인상 폭뿐 아니라 인상 속도도 가팔랐다. 특히 한은 금통위는 지난 4월부터 11월까지 ‘6회 연속’ 금리 인상을 결정했는데 이는 지금의 통화정책 결정 구조가 완성된 이후 사상 처음이자 최장기간 연속 금리인상이었다.

이처럼 금리인상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던 표면적 이유는 한때 6%대에 달했던 물가상승률과 1500원에 육박한 원‧달러환율, 여기에 미국의 긴축 강화로 벌어진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의 완화였다.

물가상승률을 낮추고 환율을 안정화하기 위해 꺼낼 수 있는 통화정책 카드가 바로 금리인상이라는 게 한은의 일관된 주장이다. 여기에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한 미국 연준의 금리 정책과도 일정부분 보폭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었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물가상승률의 안정적 관리가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인 한국은행의 입장에선 금리인상 카드를 만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임은 분명하다”라며 “다만, 최근의 주요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한은이 금리인상의 속도조절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어느 정도 갖춰진 듯하다”라고 말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이제는 '속도조절의 시간'

실제로 최근 공개되고 있는 주요 경제지표, 그리고 금리정책을 둘러싼 대내외 상황은 급격한 금리인상보다는 금리인상의 속도조절을 가리키고 있다.

당장 오늘 공개된 11월 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0.7%p 하락한 5%를 기록했다. 상승률 기준으로는 지난 4월(4.8%)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 가격은 전월 대비 치솟았지만 농·축·수산물‧석유류 가격의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4%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전히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치(2%)와는 여전히 큰 격차이지만 안정화 추세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그간 언급해온 ‘7월 정점론’ 역시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또한 이달 중 예정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조절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3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12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상의 속도조절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여전히 7%를 넘어선 물가상승률(7.7%‧10월 기준)을 연준의 목표치(2%대)까지 끌어내리기 위해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지만, 기준금리 인상 속도 자체는 다소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이번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을 통해 이달 FOMC 정례회의에서는 한 번에 0.5%p 금리를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이달 FOMC 정례회의에서 빅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은 1일 기준 83%로 예측했다. 이는 전일 전망치인 68.7% 대비 하루 새 14.3%p나 높아진 수치다.

미국 기준금리 정책의 속도와 방향성에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는 한국은행의 입장에선, 이러한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언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 Fed 홈페이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 Fed 홈페이지.

금리인상 기조는 ‘지속해야’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국내 경제 지표가 완전한 상황은 아니라며 속도조절 보다는 인상 기조 유지에 좀 더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물가상승률, 원‧달러환율 등 지표는 다소 개선된 수치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제외한 상당수 경제 지표는 여전히 부정적 결과로 귀결되고 있다. 국내 무역수지는 8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고, 지난 3분기 기준 0.3%를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내년 사상 초유의 ‘1%대 진입’이 유력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런 까닭에 일부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이 확실히 잡혔다는 시그널이 나오기 전까지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우리 경제에 가장 직접적인 부담을 주는 변수는 고물가에 대응한 고금리가 될 것”이라며 "내년까지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고금리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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