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연구기관 내년 성장률 1%대 전망, 정부도 하향 ‘고심’

소비심리 위축‧수출 부진…예견된 ‘3고’에 저성장 우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구혜정 기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구혜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올해 2%대 성장률이 예상되는 국내 경제에 당분간 ‘저성장 먹구름’이 짙게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5%대를 넘어선 물가상승률과 이미 3%를 넘어선 기준금리, 여기에 강달러 기조를 포함한 글로벌 긴축 정책이 더해지면서 이미 약화된 국내 경제의 기초체력이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국책연구기관을 포함해 상당수 경제‧경영 연구기관 및 시장에서는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 역시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대에서 1%대로 낮춰 잡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시장에서는 1%대 경제성장률이라는 예고된 ‘퍼펙트스톰’에 맞서 경기둔화에 대비한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포함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 이에 따른 강도 높은 긴축정책의 여파로 전반적인 경제시장의 약세가 지속된 가운데, 내년에도 이러한 여파로 연간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올해 지속된 경제 위기 속에서도 정부 기관을 포함한 주요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 전망치를 2%대 중후반으로 예측해왔다. 현재 정부가 밝힌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6% 수준이다.

이밖에 국제통화기금(IMF)은 2.6%,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2%,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6% 수준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예측했다. 일부 기관의 경우, 최근 상황을 고려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부 하향 조정하기도 했지만 2%보다 낮아질 가능성에는 대부분 선을 그어왔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쏟아지는 내년 경제성장률 1% 전망

하지만 이러한 다수의 경제기관에서 바라보는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결코 긍정적인 수준은 아니다. 상당수 전문가는 내년 국내 경제성장률이 1%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가장 마지막으로 경기침체가 전 세계를 집어삼켰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지난 2009년(0.8%) 이후, 국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0.7%’를 기록한 지난 2020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2%를 밑돈 적이 없었다.

마이너스를 기록한 지난 2020년의 경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전 세계 경제가 사실상 멈춰섰던 특수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듬해인 지난 2021년에는 단숨에 4%대에 진입(4.1%)하며 지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단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들은 국내 경제성장률을 다소 보수적 관점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내 경제연구기관 가운데 국책기관으로 분류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우, 최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KDI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증가율이 올해 예상치(4.3%)에 못 미친 1.6%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완화로 국가 간 이동이 보다 자유로워지면서 여행과 같은 서비스 수출은 다소 회복되겠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의 여파로 실질적인 재화의 수출은 올해보다 더욱 부진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한 수출항구에서 수출용 자동차들이 선적을 대기 중인 모습.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 이미지투데이
국내 한 수출항구에서 수출용 자동차들이 선적을 대기 중인 모습. 본문과 관련 없음. 사진. 이미지투데이

소비심리 역시 위축될 것으로 평가했다. KDI가 전망한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3.1% 수준으로, 지난 5월 제시한 전망치(3.9%)보다 오히려 0.8%p 낮아졌다. 현재 KDI가 예측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내년 전망치를 훨씬 웃도는 4.7% 수준이다.

또, 산업연구원(KIET) 또한 내년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상반기에는 올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1.6% 수준의 성장에 머물겠지만, 하반기 회복세를 보이며 2%대를 회복(2.1%)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같은 우울한 경제성장률 전망은 비단 국책 연구기관만의 예측은 아니다. 민간 경제연구기관도 이와 유사하거나 오히려 더 낮은 전망치를 내놓으며 위기의식을 촉발하고 있다.

실제로 2%대 초반(2.1%)을 제시한 우리금융경영연구소를 제외하면 △한국경제연구원(1.9%)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한국금융연구원(1.7%) △대신증권(1.6%) △신한투자증권(1.0%) 등 상당수 민간 경제연구소는 1%대 후반대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제시하고 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번 지표 발표 이후 가진 브리핑에서 “우리나라 성장 추세 자체가 2% 내외이기 때문에 경제성장률이 1%대 후반 수준을 보인다고 해도 그것을 아주 큰 위기라고 해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과거 국내 경제성장률이 3~4%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내년 1%대 전망치는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정부, 성장률 1%대로 낮출까

이러한 민간연구원의 부정적 전망에 연말을 앞두고 내년도 경제정책의 큰 틀을 수립해야 하는 정부의 속내도 다소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 정부와 경제?금융당국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민간 기관보다 다소 긍정적인 관점으로 내년 경제성장률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현재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5%, 한국은행의 전망치는 2.1% 수준이다. 1%대를 예측한 민간 연구기관과는 확실히 다른 스탠스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기준금리 인상과 멈추지 않은 미국 내 긴축기조, 우크라이나사태 등 대내외 변수의 장기화 조짐을 감안하면 더 이상 긍정적 시그널만을 주기는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최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간담회를 통해 “올해 성장률은 정부의 전망치(2.6%)를 크게 벗어나지 않겠지만 내년은 다를 것”이라며 “미국의 고강도 긴축, 중국 경제의 약세, 우크라이나 변수 등 경기둔화를 가져올 요소가 여전한 만큼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특히 더 어려울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당장 금융업계에서는 내일 진행 예정인 올해 마지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서의 결과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날 한은 금통위가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인상 폭뿐 아니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함께 발표하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하향 조정해 1%대로 내려간다면, 다음 달 발표 예정인 정부(기재부)의 전망치도 1%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심리지수 추이. 자료. 한국은행.
소비자심리지수 추이. 자료. 한국은행.

소비심리-수출 회복이 관건 될 듯

이처럼 내년도 경제성장률에 대한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면서 금융시장에서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소비심리와 수출을 꼽고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와 대내외 변수 속에서 국내 경제가 버티기 위해서는 코로나19 완화 이후 다소 완화됐지만, 여전히 위축된 소비심리, 그리고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인 수출 시장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2.3p 하락한 86.5를 기록했다. 올해 1월 104.4로 출발한 소비심리는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6월 96.4를 기록하며 100이 무너진 이후 7월(86), 8월(88.8)에 이어 9월(91.4)까지 3개월 연속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10월 88.8로 하락한 데 이어 이번 달에도 전월 대비 낮아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6개 주요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다. 이 수치가 100보다 크면 장기평균보다 낙관적임을,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으로 평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수출시장의 상황은 더욱 비관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지난 20일까지 무역수지는 44억 1800만 달러로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적자가 확실시되면서 지난 3월부터 이어진 연속 적자를 기록을 8개월로 또 한번 경신했다. 특히, 연간 무역수지 누적 적자액 또한 399억6800만 달러 수준까지 치솟으며 400억달러에 육박했다.

이처럼 경제성장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단기적 충격 완화의 차원에서 당장 기준금리 인상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급격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부추길 수 있다며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업계에서는 당장 내일 진행될 올해 마지막 한국은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리는 베이비스텝이 단행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여전히 물가상승률은 위협적이지만 앞서 언급한 경기침체의 장기화 우려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근거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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