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00억달러 이상 감소…외환보유액 4000억달러도 ‘위태’

강달러에 여전한 환율 변동성, 무역‧경상수지도 우려 수준

외환보유고 감소추세 이어질 듯…리스크 대비위한 관리 필요

8월 미국 소비자물가 지수가 예상치를 웃돈 여파로 국내 원달러 환율도 13년 5개월만에 1390대에 진입했다.  오늘 오전 한 시중은행 딜링룸. 사진. KB국민은행.
한 시중은행 딜링룸. 사진. KB국민은행.

[데일리임팩트 김병주 기자] 국내 외환보유고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심리적 마지노선인 ‘4000억 달러’ 선이 연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 초부터 지난 10월까지 외환보유액이 단 두 달을 제외하고는 지속해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여전한 강달러 기조에 환율방어를 위한 추가 ‘도시락폭탄’ 투하 가능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 감소분의 상당수를 소위 ‘환율 방어’를 위한 용도로 사용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보지 못한 점 또한 이러한 우려를 부채질하는 이유다. 여기에 당분간 강달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리스크 대비를 위해 현금성 외환보유액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환율이 1300원대로 하락하는 등, 며칠간 안정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그간 환율방어에 사용되며 감소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외환보유액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련의 환율 안정세가 추세화될 경우, 외환보유액에 대한 우려를 조금 덜어낼 수 있지만 현재 대다수 전문가는 최근 환율 추세가 외부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일각에서는 다시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거나, 앞서 시장에서 예상했던 연말 예상치(1450원~1500원)에 육박할 경우 줄어들고 있는 외환보유액 리스크가 더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디자인. 김민영 기자.
디자인. 김민영 기자.

‘심리적 마지노선’ 4000억달러도 위태

실제로 올해 초부터 국내 외환보유액은 감소추세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국내 외환보유액은 4140억1000만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27억6000만달러 감소한 수치다. 비록 지난 9월 감소폭(196억6000만달러)와 비교하면 감소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지난 8월부터 이어진 감소세는 3개월째 유지됐다.

사실 앞서 언급했듯, 국내 외환보유액은 지난 2월과 7월을 제외한 매 달 감소세를 기록했다.

올 연초 4615억달러 수준이었던 외환보유액은 2월 4617억달러로 2억 달러 증가한 후,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후 7월 4386억달러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소폭(3억달러) 증가했던 외환보유액은 이후 8월부터 다시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 결과 지난 연초 대비 외환보유액은 약 476억 가량 감소하며 외환보유고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자아냈다.

이러한 외환보유액 감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은 바로 1500원대를 위협할 정도로 상승했던 원‧달러환율이다. 실제로 지난 9월 16일 1400원대에 육박(1399원)했던 원‧달러환율은 장 마감 20분여를 앞두고 5분 만에 6원가량 급락했다. 결국 이날 원‧달러환율은 전일 대비 5.7원 하락한 1388원에 장을 마쳤는데, 금융업계에서는 당국이 당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불렸던 1400원대 진입을 막기 위해 약 10억달러 가까운 외환보유액을 시장에 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당시 10억달러 규모의 당국 발 달러매도 하루전인 지난 9월 15일에도 7억달러 규모의 소위 ‘도시락폭탄’이 시장에 투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더해졌다.

문제는 이같은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환율 방어가 올해 상반기부터 지속돼왔다는 점이다.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서면서 시장의 우려를 자아내기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환율 방어를 위해 도시락폭탄을 시장에 투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중, 외환당국이 시장에 매도한 달러화 규모는 237억2000만달러 수준이다.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83억1100만달러와 154억900만달러를 시장에 매도했는데 이는 한국은행이 외환 순 거래액을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지난해 1100원대를 유지하던 환율이 올해 1분기 1200원대를 넘어서고, 이어 빠르게 1300원대에 진입하는 등 당시에도 환율 급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라며 “미국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과 이에 따른 환율 상승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시장에 달러를 매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1370원대를 넘어선 지난 5일 한 시중은행의 딜링룸. 사진. KB국민은행.
시중은행의 딜링룸. 사진. KB국민은행.

외화보유액 감소세 당분간 유지될 듯

문제는 이러한 외화보유액 감소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당장 강달러 기조가 꺾일 가능성이 작은데다 무역 및 경상수지 적자에 따른 원화 약세 여파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원‧달러환율이 지난 9월 말 이후 한 달 보름여 만에 1300원대로 내려갔음에도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20.1원 내린 1364.8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일 대비 8.9원 하락한 1376원에 출발한 원‧달러환율은 개장 초반부터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후 하락세는 장 마감까지 지속되면서 시작가 대비 11.2원 내려 장을 마쳤다.

이러한 하락세는 주 초부터 본격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일 1411원에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환율은 이날 장 중 한때 1399.6원까지 하락하며 환율 안정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하회한 건 지난 9월 6일(1397.1원) 이후 한 달 만이었다.

오늘도 이러한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전일 종가 대비 5.7원 오른 1370.5원에 출발한 원달러환율은 오전 10시 50분 기준, 1366.5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록 최근 며칠간, 원‧달러환율의 지속적인 하락세 속에도 시장에서는 여전히 긴장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달러화 강세와 원화 약세 기조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시장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또한 이러한 약세 흐름이 단기적일 것으로 전망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14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미국 경기 판단의 주요 지표인 서비스 물가와 임대료 부문을 확인하기 전까지 환율이 1400원 밑으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자동차 울산항 자동차 수출 선적 모습. 본문과 관계 없음.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 울산항 자동차 수출 선적 모습. 본문과 관계 없음.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강달러-원화약세, 당분간 지속될 듯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의 악화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지난 10월 무역수지는 67억달러(약 9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적자 흐름을 이어갔다. 여기에 최근 공개된 9월 경상수지도 16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출이 지난 2020년 10월 이후 23개월 만에 감소(-0.7%)하며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처럼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악화가 지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원화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미 1%p차이로 기준금리가 역전된 상황까지 감안하면 원화 약세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럴 경우, 환율 급등 또는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당국이 외환보유액을 활용할 가능성도 자연스레 커진다. 여기에 일각에서는 미국발 긴축에 따른 환율급등세가 다시 재연될 경우, 연내 국내 외환보유액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4000억달러를 하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러한 감소추세에도 현 외환보유액이 우려를 자아낼 수준은 아니라는 일관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전히 국내 외환보유액이 세계 9위(2022년 10월 기준) 수준인데다, 단기 외채 비중도 38%대의 비교적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달 기준 국내 외화보유액 중 현금성 자산인 예치금은 전월 대비 141억 늘어난 282억9000만달러 수준이다. 반면, 유가증권 금액은 170억6000만달러 가량 감소했는데 이는 지속되는 국채 가치 하락에 대비해 현금화에 나선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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