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세미나서 ‘이우위직 이환위리’ 인용…파이낸셜 스토리 구체화 당부

ESG 경영 내재화·데이터 경영 고도화 통해 위기 대응 실행전략 주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제주 디아넥스에서 열린 CEO세미나에서 폐막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 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1일 제주 디아넥스에서 열린 CEO세미나에서 폐막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 SK.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위기 이후 맞게 될 더 큰 도약의 시간을 준비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말까지 계열사별로 다양한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수립할 것을 주문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가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기술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세계 각 국의 움직임이 가속화 되면서 지정학적 변수 또한 커진 상황.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BBC를 성장동력으로 삼은 만큼, SK그룹도 영향권에 들었다. 최 회장은 ’위기일수록 투자’라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더 구체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전략 실행을 요구했다. 

최 회장은 지난 21일 CEO세미나 폐막 연설을 통해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비즈니스 전환 등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으면서 위기 이후 맞게 될 더 큰 도약의 시간을 준비하자”고 당부했다.

이날 최 회장은 <손자병법>의 ‘이우위직 이환위리(以迂爲直 以患爲利)’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이우위직 이환위리는 ’다른 길을 찾음으로써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고난을 극복해 오히려 기회로 삼는다’는 뜻으로,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와 위기 대응 차원의 경영 관리가 동시에 이뤄져야 함을 환기시켰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경영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데이터 경영을 꺼내들었다. 그는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질 수록 데이터 기반의 경영전략 실행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각 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강조했다. 

다만 최 회장은 데이터 경영이 경영 효율화 이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성이 담겨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요소를 비즈니스에 내재화해 지속적인 성장성을 확보하고 기업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앞으로 지정학적 긴장 등 거시 환경의 위기 요인이 추가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올해 들어 최 회장은 파이낸결 스토리를 구체화해 기업의 체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현재 만들어 실행하고 있는 파이낸셜 스토리는 기업 가치와의 연계가 부족했다”고 지적했고, 9월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등) 위기 상황을 염두에 둔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상 유지부터 극단적인 시나리오까지 다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의 주문에 따라 SK그룹 계열사들은 지정학 위기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연말까지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또 각 사가 추진해 온 경영 시스템 혁신 작업 등을 가속화해 생존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및 기업가치 창출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각 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충격과 지정학 현안, 기후변화, 인플레이션 등 복합위기로 엄중한 경영환경에 놓여 있다는 데 공감하고, “생존과 성장을 위해 그동안 추진해 온 ‘경영시스템 2.0’ 구축, 파이낸셜 스토리 재구성 등에 박차를 가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경영시스템 2.0’은 최태원 그룹 회장이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재무 성과 등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유무형 자산, 고객가치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기존 경영시스템을 혁신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개념이다. 

이와 관련, CEO들은 이번 세미나에서 외부 전문가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 위기와 인플레이션,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들을 점검하고, 각 요인이 국내외 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비책을 논의했다. 아울러 경영시스템 2.0과 연계, 그룹 고유의 경영철학과 방법론인 SKMS를 고도화하는 한편, 지배구조 혁신을 위한 이사회 역할과 역량 강화, 2030년 RE100 달성 등을 논의했다.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글로벌 1위 수준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면서 ”포트폴리오 업그레이드를 통해 미래 성장 분야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쟁자들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 ’경제적 해자(垓子)’를 갖춘 기업만이 장기간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면서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며 “각 사별로 이른 시일 안에 ‘경제적 해자’를 만들 수 있도록 파이낸셜 스토리를 보완해 기업가치를 높이자”고 당부했다.

한편, SK그룹은 매년 10월 전 계열사 CEO들이 함께하는 CEO세미나를 실시한다. 올 한해 경영 성과를 점검하고 내년도 경영 전략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로, 그룹의 주요 행사로 꼽힌다. SK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핵심 경영진들이 모여 내년도 경영 전략을 짜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CEO세미나를 통해 위기 대응력을 강조해왔다. 2020년 파이낸셜 스토리를 제시한 뒤 이를 경영전략에 녹일 것을 주문했던 것. 특히 복합위기의 영향권에 놓인 데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등 돌발 변수까지 더해져 정교한 전략이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이번 CEO세미나에서는 기업의 사업 구조을 혁신하고 중장기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놓고 다각적인 논의가 진행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비상경영체제 아래 BBC 중심 성장 전략에 한층 무게를 실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건 성장 속도의 지속, 그리고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는 방향성 제시“라며 “사업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춘 투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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