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포럼서 “영업이익으로 기업가치 좌우되는 시대 지나”
경기 불확실성 증대…계열사별 경영 전략 구체화될 듯
[데일리임팩트 변윤재 기자] “영업이익 같은 재무적 수치로 기업가치가 좌우되는 시대는 지났다.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키워나가야 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또 다시 ‘기업가치 증명’을 요구했다. 최 회장은 그룹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성장 전략을 새롭게 짜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투자자, 고객, 시장 등 이해관계자가 공감하는 성장 스토리를 보여줘야 한다”며 부쩍 파이낸셜 스토리를 강조해왔다.
그의 의도와 달리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이 구체적 비전 없이 대외 소통만 늘리자, 최 회장이 다시금 주의를 환기시킨 모양새다. 이에 10월에 열릴 CEO세미나에서 계열사별 경영 전략이 보다 구체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 회장은 25일 폐막한 이천포럼에서 비재무적 가치의 중요성에 대해 재차 역설했다. 그는 “단순히 영업이익만으로는 글로벌 톱티어 기업과 SK 계열사 사이의 기업가치 차이를 설명할 수 없다”면서 “기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따라오는지 여부가 기업가치를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을 믿고 지지하는 고객이나 이해관계자 네트워크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면 어떤 비즈니스를 하더라도 확장이 가능하다”면서 “외부와 많은 관계를 맺는 기업이 더 많은 행복을 만들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날 최 회장은 마무리세션에 직접 나섰다. ‘회장과의 찐솔대화’라는 부제대로 최 회장은 임직원들의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최 회장은 그룹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수준에 대해 “현 단계에서는 나름 목표한 대로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목표까지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때문에 넷제로를 달성할 많은 기술력과 새로운 비즈니스 추진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특히 최 회장은 “ESG 가운데 E(환경)는 사람과 지구의 관계, G(지배구조)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다룬다면 S(사회)는 인권이나 꿈, 존중받을 권리와 같은, 사람 그 자체”라며 “기업은 사람 그 자체를 존중하고, 사람은 행복을 만들어가는 주체로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천포럼은 그룹의 중요 키워드인 ESG 경영이나 행복, 매니지먼트 2.0과 같은 모든 방안들에 대해 솔직하게 논의하고 토론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이천포럼에서 나온 구성원들의 솔직한 목소리가 10월 CEO세미나에 반영되면 결국 구성원들이 각 계열사의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 떼문에 앞으로도 이천포럼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이천포럼은 SK그룹의 3대 연례행사로 꼽힌다. ‘한국판 다보스포럼’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재계 안팎에서도 관심이 높다. 2017년 최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래 세계적 석학들과 함께 경영 철학 관련 이슈를 논의하고 새 과제를 발굴해왔다. 그룹 안팎에 혁신과 미래가치를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목이 집중되자 SK그룹은 지난해부터 협력사 등 외부 인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SK의 ESG : 스토리를 넘어 실천으로’를 주제로 22일부터 나흘간 이어졌다. 서울 그랜드워커힐, 이천 SKMS연구소를 포함해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됐으며, 베스트바이 최고경영자 출신의 위베르 졸리 하버드대 교수, 게오르그 켈 UNGC 초대 사무총장등 세계적 석학들이 강연자로 섰다.
SK그룹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이천포럼은 지식경영을 위한 토론의 장”이라며 “그룹의 핵심 경영화두에 대해 임직원들이 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면서 실천 방안을 구체화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다양한 실천 방안들은 향후 경영에 반영될 것”이라며 “계열사별로 ESG 경영을 강화하는 데 쓰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이천포럼에서 최 회장이 파이낸셜 스토리를 상기시킴에 따라 10월에 열린 CEO세미나에서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SK그룹은 지난 4월 재계 2위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최 회장이 근본적 혁신을 내걸고 그룹의 체질 개선을 꾀한 결과다. 다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SK그룹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차기 성장동력인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탄탄하게 구축하고 투자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 그러나 계열사에 따라 다음 단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어 실행방안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의 발언은 이 같은 문제를 짚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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